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공천도 거의 마무리 되어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만 남았다. 후보들 중에는 일부 새로운 얼굴도 보이지만 참신성과 혁신성 면에서는 한참 떨어진다. 시스템 공천이라고 내세우지만 누가보아도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 겉으로는 여론조사 비율을 반영하는 등 마치 정교한 계량적 지표에 따라 엄정하게 공천을 진행한 것 같지만 실은 충성도를 고려하는 자의적 선택만 있을 뿐이다.사실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은 제도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이른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 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신탁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확인하고 싶었다. 평소 그다지 지혜롭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의미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지혜롭다고 알려진 정치인, 시인, 장인(匠人)들을 찾아다녔다.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지혜로워 보이기만 할 뿐 사실은 지혜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가 모르는 것을 마치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전혀 모르는 다른 분야도 제일 잘 아는 척 자부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모르는 것은 솔직히 모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 불을 피우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반딧불이 날아다녔다. 원숭이는 반딧불을 진짜 불로 알고 그것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이를 지켜보던 참새 한 마리가 그건 불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원숭이는 이를 듣지 않고 계속 반딧불을 잡으려고 날뛰었다. 참새는 원숭이가 하도 한심해서 쫓아다니며 그건 불이 아니라고 재잘거렸다. 화가 난 원숭이는 참새를 잡아서 땅에 내팽개쳐 버렸다. 인도의 우화집 ‘빤짜딴뜨라’에 나오는 이야기다.빤짜딴뜨라는 기원후 100년 경에서 500년 경
‘포퓰리즘(populism)’은 대중을 뜻하는 라틴어 ‘populus’에서 유래한 단어다. 그래서 소수 엘리트만이 아닌 다수 대중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다수의 참여와 지배를 강조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포퓰리즘은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대중영합주의’로 전락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포퓰리즘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예비타당성 조사가 무력화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재정법상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의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22대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 거리를 뒤덮은 현수막은 선거철이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자신들은 기발하고 재치 있는 문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불편하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현수막보다 더 어지럽고 무겁다. 또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겨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는 ‘실수’ 경쟁이 되고 있다.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상대의 실수로 승리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구성과 운영에 허점이 많고 역량이 부족해 언제든지 악수를 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틈을
울산시가 또 다시 유쾌하지 않은 일로 전국적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성경을 제작해 기네스북에 등재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기업인 흉상 설치를 포기하더니 이번에는 세계 최대 성경을 내세우나’ 하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런데 울산시장은 최근 ‘바다에서 떠오르는 부처상’을 설치하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이러다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지방자치 이후 지방정부들은 다양한 상징물을 만들어 지역도 홍보하고 관광객을 모으려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시민들은 울산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을 가진 잼버리(jamboree)가 불쾌하고 짜증나는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는 막판에 K팝 공연을 통해 가까스로 분위기를 전환시킨 것을 강조하고 싶겠지만, 우리 국민들과 세계의 평가는 분명하다. 대 실패가 틀림없다. 잼버리 행사장의 변기를 손수 닦는 총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대변하고도 남는다.총리는 왜 자기 스스로 화장실을 청소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솔선수범일까, 아니면 보여주기식 행위일까. 아마도 실제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직원들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이지만, 도시의 발전은 개방성에 있다. 인류 역사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도시들은 성장하였으나 폐쇄적으로 눌러 앉은 도시들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제국의 수도 로마에는 성벽이 없었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 시기에는 굳이 성벽을 쌓을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안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로마의 성장과 발전에는 이러한 개방성이 한 몫을 하였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지금은 2000년 전의 로마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개방과 소통의 시대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어느 한 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retro) 감성이 최근 트렌드 중의 하나다. 석탄난로가 설치된 교실 모습으로 꾸민 식당이 등장하고, 예전 스타일의 의상이 다시 유행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레트로 감성 마케팅이다. 울산시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인가. 요즘 울산시는 레트로가 충만하다.30여년 만에 공업축제가 부활했다. 산업수도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AI로 상징되는 첨단 산업시대에, 요즘 잘 사용하지도 않는 철 지난 용어인 ‘공업’이라는 단어를 붙여 축제를 개최하는 사고방식이 놀랍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울산
가히 ‘현수막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상업적 광고는 물론이고 행사, 공연 등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정당들의 정치적 선전구호가 담긴 현수막들이 무차별적으로 거리에 내걸리면서 무질서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수준의 나라로서 다양하고 효과적인 의사전달 수준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0년대의 거리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최첨단의 통신수단이 자리 잡은 21세기에 현수막과 같은 원시적인 방법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정당들의 사고방식이 놀라울 뿐
입법권은 의회의 고유권한이다. 절대군주시대가 종식되고 시민대표로 구성된 의회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집행하는 권력분립의 민주주의 제도가 확립되었다. 법률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입법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의회가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 가면서 입법을 진행하느냐 하는 것이다. 입법에도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세계 여러 나라의 입법과정을 보면, 민주화의 정도나 정치문화에 따라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다. 의회에서 의원들끼리
바야흐로 봄이다. 태화강가에도 초록색이 눈에 띄게 늘었고 머지않아 벚꽃이 만발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태화강의 명물 대나무 숲은 누런 빛깔을 띠고 있다. 멀리서 보면 춘삼월에 가을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다른 식물들은 봄맞이가 한창이라 물이 오르고 있는데 왜 대나무는 잎이 마르며 갈색으로 변할까. 바로 죽순 때문이라고 한다. 곧 땅을 뚫고 올라올 죽순을 위해 대나무의 모든 영양분을 죽순으로 몰아주고 있는 것이다. 어린 죽순의 성장을 위한 대나무의 희생이다.누런 태화강 대나무는 우리 젊은 세대를 생각하게 한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주거비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상식(common sense)이란 극히 자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깊은 고찰을 하지 않고도 받아들이는 지식을 의미한다. 그래서 상식에 맞는 행위를 하는 것이야 말로 공동체를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며, 상식에 벗어나면 지탄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요즘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너무도 흔해서 이제 도대체 상식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우리 정치 이야기다.개인적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야당대표가 다수당의 힘을 빌려 자신에 대한 사법적 조치에 대항한다. 1심에서 범죄가 인정되어
새해를 맞이하여 울산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조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일자리 축소, 세계적인 경제불황 등 올 한 해도 울산의 상황은 예년에 비해 훨씬 더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는 2023년 시정과제를 발표했다. 시의 각 부서에서 추천한 것을 대상으로 내부적인 절차를 거쳐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10대 과제는 신임 시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제시된 신년과제라는 점에서, 과제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몇 가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주지하다시피 시장 교체 이후 울산
월드컵 16강의 환호도 잠시 뿐, 우리나라 정치를 지켜보며 답답해하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은 모두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며 미래의 어젠다를 제시하는 것은 고사하고 극단적인 주장과 저질 폭로가 일상적인 정치의 모습이 되어 가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상식을 따라가는 정치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수인 극렬 지지층만을 겨냥한 팬덤정치가 우리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 정치에는 여와 야의 구분이 없다.우선 야당을
이태원 참사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늘 그랬듯이 국회에서는 정치적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고, 행정부에서는 면피성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 나라나 재난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정치적인 논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논쟁에만 그치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모습일 것이다. 재난을 계기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정비와 인적·물적 자원의 재분배, 그리고 재난으로 초래된 사회적 갈등의 수습 등이 진행되는 것이 재난 이후의 정상적인 절차이다.물론 이를 위해서는 재난 발생 원인을 추적하여 책임 소
우리나라 최고 재벌 총수가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고 일갈한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을 것이다. 벌써 27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 우리나라 기업과 정치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기업들 중에는 2류를 벗어나 세계 일류로 치고 나간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정치는 어떤가? 4류는커녕 등급을 부여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집권여당은 권력 다툼으로, 거대 야당은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입법 폭주로 국민들을 피곤하고 불편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의 장에서 거론되는 담론은 거의 주간지 가십(gossip)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토론
어느 정부든지 1호 공약은 그 정부의 상징이다. 새 정부의 임기 내에 시행하고자 하는 정책 중 가장 상징성이 크고 또 중점적으로 추진될 정책을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민선8기 울산시장의 1호 공약은 그린벨트 해제다. 울산의 그린벨트는 도시의 중간 부분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도시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린벨트 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 자체가 정책이나 공약이 될 수는 없다. 그린벨트 해제는 수단이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파리시청사는 건물이 아름답고 프랑스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커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의 하나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듯이 관공서에 구호를 적은 현수막이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그곳이 시청인지, 구청인지 알기도 어렵다. 그런데 거의 7월 한 달 내내 파리 시청사에는 ‘파리는 기억한다(PARIS SE SOUVIENT)’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무엇을 기억한다는 것일까. 바로 1942년 7월 16-17일에 있었던 벨디브(Vel d’Hiv) 사건이다. 2차 대전 중 프랑스 경찰이 유대인들을 체포하여 파리의 동
울산시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이 모두 바뀌었다. 이에 따라 기존 단체장들이 추진했던 정책들 중 일부는 그대로 추진되기도 하겠지만 상당수의 정책들이 중단되거나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 지방정부할 것 없이 리더십이 교체되면 기존 정책의 재검토는 불가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변동(policy change)의 추진은 나름대로 합리성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적실성과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가지 정책을 살펴보자.우선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