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울주군은 지금의 신불재 노선이 부적합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직접 밝힌 바 있다. 2018년 ‘행복케이블카 사업’은 공영개발로 추진했으며 울주군이 사업 주체였다. 당시 울주군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청)에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서(표 11.1-5, 표 11.1-6)에 보면 지금의 신불재 노선은 울주군이 검토했던 11개 가능 노선 중에서 8번 노선이었다. 이 8번 노선에 대해 울주군은 상부정류장에 내린 등산객들의 등산로 이탈 우려, 공룡능선에 지주가 들어섬으로써 경관 훼손, 협소한 조망권(이는 곧 사업성과 직결됨) 등의 부적
지난 3월21일,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법(antitrust law) 위반을 이유로 자국 기업 애플(Apple Inc.)을 제소했다. 애플이 독점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폐쇄적인 아이폰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 합법적이었는지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소장(訴狀, complaint)에서 미국 정부는 애플이 하나의 스마트폰 앱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혼합 구동 방식의 앱을 뜻하는 수퍼 앱(super app)들이 작동할 수 없게끔 차단했고, 스마트폰 앱이 기능하기 위해 필수적인 모바일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대학에서 말하기 강의를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보여 주는 영화 한 편이 있었다. 2010년에 개봉한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란 영화다. 2011년 여러 영화상을 휩쓸었으며 7개의 골든 글로브상을 받은 영화로 연설 때마다 말을 더듬는 영국 왕 조지 6세의 언어치료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연설은 한 사람이 대중들에게 자기의 주장을 펼치고 감동을 주고 설득하는 화법이다. 따라서 넓은 공간과 불특정다수에게 하는 말하기란 특수성을 가진다. 연설은 웅변술과 수사학과 함께 기원전 로마시대를 거쳐 중세 유럽의 대표적인 말하기의 하나였다. 세계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적 이상기후가 전혀 새롭지 않은 요즘 하다 못해 꽃까지 말썽이다. 따뜻해진 날씨로 봄꽃이 빠르게 개화될 것으로 예상해 3월 말로 앞다퉈 봄꽃축제를 앞당겼는데, 꽃이 피지 않아 전국 축제현장은 울상이다. 울산의 대표 벚꽃 축제인 울주군 작천정 벚꽃 축제는 지난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데, 아직 벚꽃이 개화된 곳은 부산과 경남 진해, 하동뿐 앙상한 나뭇가지로 찬바람이 쌩하다.보통 벚꽃이 개화했다는 것은 기상청이 지정한 표준관측목 가지 하나에 3송이 이상 꽃이 활짝 필 경우는 말하는데, 군락지의
최근 울산지역 기초자치단체가 준고속철도 KTX-이음 노선의 완전 개통을 앞두고 정차역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이러한 뉴스를 듣게 되면, KTX-이음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울산역에서 타는 KTX와 같겠지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철도사업법’ 제4조의2에 따르면, 철도차량은 운행속도를 기준으로 고속철도차량, 준고속철도차량, 일반철도차량으로 분류되고, 이는 차량이 운행하는 최고속도에 따라 결정된다.고속철도차량은 최고속도가 300㎞/h 이상으로 운행하는 차량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결정자(시장)의 철학을 담은 정책(시정) 방향과 목표를 발표하곤 한다. 대체로 포괄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세부 정책을 마련한다. 일종의 공약이다. 이러한 세부 정책과 공약은 핵심 간부 공무원과 공약 관련 부서의 소수 공무원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본청을 제외한 기초 지자체 및 산하기관들은 대표적인 정책과 목표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만, 세부 전략까지 이해하기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 하물며 시민들의 생소함은 더욱
살다 보면 여러 면에서 좋아 보이는 것들이 있다. 모자 중에서도 있고 외투 중에서도 신발 중에서도 안경 중에서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내가 보기에 좋아 보인다는 것은 나의 취향일 수도 있지만 대중의 취향일 때가 많이 있음을 느낀다. 대중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들은 작은 관심이었지만 이내 유행이 된다.유행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행이라는 단어가 왜 생겼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유행이 먼저인지 제품이
오늘은 울주군이 삶으로 스며드는 문화예술 일상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울주문화배달’ 4기의 발대식이 있는 날이다. 올해에는 ‘울주공연배달’에 참여할 예술단체 23팀과 ‘문화놀이배달’에 참여할 문화활동단체 15팀과 함께 노인정, 복지관, 마을회관, 공원 등 주민이 신청하는 곳이 어디든 다양한 공연과 문화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필자는 재단 출범부터 ‘울주문화배달’ 사업을 준비하면서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없는 주민들에게는 전문성 있는 문화를 제공하고 지역예술인들과 문화활동가들에게는 연간 일정 횟수 이상의 예술 활동 기회를
정원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지구정원사’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지구가 하나의 정원이라고 말하는 순간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 정원사가 되는 것입니다.” 질 끌레망이 던진 이 말은 지구를 하나의 큰 정원으로 바라보고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이 추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큰 화두를 던진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공간이라는 틀에 갇힌 생각을 벗어나 식물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자연 그 자체의 모습을 정원이라는 공간에 담아내고자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정원조성에 중요한 것은 화려한 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한다.자연주의 정
화사한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전국뿐만 아니라 울산 각지에서도 벚꽃축제를 통해 상춘객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벚꽃 명소를 찾아갈 때 ‘벚꽃여행’이나 ‘벚꽃관광’ 가자고 하지 않고, ‘벚꽃놀이’ 가자고 한다. 여행도 관광도 놀이인 셈이다.놀이는 인간의 유희본능(遊戱本能)과 모방본능(模倣本能)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유희본능은 심신을 발달시키거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동작이나 언어로 표현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말하고, 모방본능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에 자극받아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하려는 인간의 본
올해만 벌써 2명이다. 울산 남구에서 가족, 친구도,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홀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다.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앞에 무연고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울산만 하더라도 무연고 사망자가 2021년 60명에서 지난해 131명으로 2년 사이 118% 늘었다. 구군별로는 중구가 16명에서 29명(81%), 동구가 4명에서 10명(150%), 울주군이 16명에서 27명(69%)으로 증가했다. 안타까운 점은 남구 무연고 사망자 증가폭이 울산 5개 구·군 중 가장 크다는 점이다. 남구는 20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했다. 사실 저출산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며, 미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2023년 기준 1.6명이라고 하는데, 고작 0.72명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1명은 넘으면서 무슨 불만이야!’ 할 수 있겠지만, 1960년대 거의 3명에 육박했던 때와 비교하면 미국의 출산율은 하락 추세이며, 백인 중산층의 경우 더욱 더 출산을 기피한다고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Caitlyn Collin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부모가 모두 몇 개월씩 유급 육아휴직을 가질 수
3월은 새로움이다. 찬 기운 머금고 소리 없이 불어오는 봄바람에 늘 같은 모습인 듯한 학교에도 새로움이 가득하다. 방학 동안 훌쩍 커버린 학생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고, 새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갈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는 대화도 같은 듯 다른 느낌이다. 새 학년도 업무를 시작하면서, 경험한 적 없던 일들을 마주하니 긴장과 걱정이 먼저 느껴진다. 살쿵 들뜬 마음으로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3월을 꼭꼭 짚어가며 보내고 싶지만, 현실에서의 3월은 입학식과 함께 바쁘게 뛰어가고 흘러가고 있다.올해 3월, 울산 동구의
배꽃은 남부지방에서 3, 4월에 개화한다. 배는 상큼한 식감을 자랑할 뿐 아니라 전통 음식인 갈비찜이나 육회 등의 요리 재료로 쓰인다. 배를 뜻하는 한자 ‘리(梨)’는 이별을 뜻하는 ‘리(離)’ 자와 동음이어서 이별을 의미하므로 배는 친구나 연인 사이에는 선물하지 않은 과일이었다.배꽃은 낮에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달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특히 주목받았다. 달밤의 배꽃은 달빛 속의 매화와 더불어 봄밤의 운치 있는 정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작품이 이조년(李兆年, 1268~1343)의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
동해남부선이 폐선되기 전 북구민을 대상으로 폐선 부지 활용 방안을 물었더니 폐역되는 호계역사(驛舍)를 시민 휴식공간이나 전시관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많았다. 주민들은 호계역의 역사(歷史)를 이어가면서도 오랫동안 철도로 인해 단절됐던 도심을 연결해 주는 기능을 원하고 있었다.지난해 말 북구 호계지역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돼 호계역 일원에 문화공간인 문화스테이션(아트전시관)을 지을 수 있게 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이탈리아 로마와 피렌체, 프랑스 파리, 스페인 빌바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도시를 가본
하늘에서 뭔가 하나 툭, 떨어졌다. 그는 옆으로 쓰러진 채 잠깐 숨을 고른 후 일어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는 들판에 산들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 책의 서두를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이다.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걷는 것. 그래서 그는 그냥 걷기로만 했다. 야생 열매를 따먹고 야생 옷을 걸치고 거미줄이 보이는 나무 아래에서 잠을 잤다. 무려 2년 가까이 홈리스로. 그러자 그는 그대로 자연이 되어버렸다. 하늘과 바람과 햇빛과 풀과 꽃과 땅과 새와 벌레가 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분간하고자하는 마음조차 사라졌다.그
하이퍼루프(hyperloop)는 음속(마하) 1.06, 시속 약 1280㎞의 속도를 내는 백트레인(진공튜브 열차) 유형의 고속철도를 말한다. 이는 고속철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부상열차, 호버트레인, 튜브트레인 다음으로 시도되는 차세대 고속 교통수단 방식이다.2009년, 우리나라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먼저 ‘하이퍼튜브’를 세계 최초로 사업화했다. 하지만 이후 2012년 우리에게 테슬라 자동차와 스페이스X로 이미 잘 알려진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하이퍼루프’ 용어를 사용했다. 하이퍼루프는 크게 튜브와 캡슐로 나누어진다. 튜브 내
만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경우를 고령화 사회라고 하고 14% 이상을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전체적으로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2025년 내지 2026년도에 우리나라 전체 노인인구가 100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사회로 편입되면서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젊은 도시라고 하면 울산을 꼽았는데, 아직은 아니지만 울산도 초고령사회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노인인구가 증가하
‘석유화학 및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공업용수는 1970년대부터 한국 산업발전과 더불어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망은 국가 산업발전 및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기업유치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반시설이다. 온산국가산업단지 하수처리수 재이용 민간투자사업(BTO)은 방류수 중 하루에 약 8~10만t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에서 MF 및 RO로 처리하여 공업용수 수요처에 양질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2023년 말 현재 시설용량 12만t/일인 온산수질개선사업소에서는 다량의 하수처리 방류수가 울산 연안으로 방
나의 박사학위 논문은 전란을 겪은 사람들의 생애 기록물의 장르적 성격에 관한 것이다. 나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란을 겪은 사람들의 기록물, 특히 인물전(人物傳)을 찾고 번역하고 분석했다. 내가 읽은 작품이 1000여 편 되고 그중 전란 관련 작품이어서 번역한 작품이 150여 편이다.전란 전(傳) 작품 중에는 특히 열녀전이 많았다. 사연도 다양했는데, 대부분 참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가슴 아팠다. 적의 겁탈을 피해서 달아나거나 숨은 여인들, 그 여인들이 제 발로 나오게끔 하기 위해 갓난아이의 목숨을 위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