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새로움이다. 찬 기운 머금고 소리 없이 불어오는 봄바람에 늘 같은 모습인 듯한 학교에도 새로움이 가득하다. 방학 동안 훌쩍 커버린 학생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고, 새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갈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는 대화도 같은 듯 다른 느낌이다. 새 학년도 업무를 시작하면서, 경험한 적 없던 일들을 마주하니 긴장과 걱정이 먼저 느껴진다. 살쿵 들뜬 마음으로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3월을 꼭꼭 짚어가며 보내고 싶지만, 현실에서의 3월은 입학식과 함께 바쁘게 뛰어가고 흘러가고 있다.올해 3월, 울산 동구의
“선생님. 저는 공부 안 해도 돼요. 엄마가 공부 안 해도 된다고 했어요.”교사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주로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이 부모님 핑계를 대며 하는 말일 테지만, 공부를 선택사항 정도로 여기는 아이들의 말이 안타깝고, 그렇게까지 공부를 싫어하게 된 현실이 참, 슬프다.공부는 왜 하는 것일까.공부는 우선, ‘견뎌내는 힘’을 길러준다. 누군가는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에게 공부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고독하고 지루한 일이다. 심지어 결과가 늘 내 노력만큼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본값(default value)은 주로 컴퓨터 공학에서 사용되는 말로 별도 설정을 하지 않은 ‘초깃값’, 즉 ‘기본 설정값’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최근 들어 일상에서도 사용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마음의 기본값을 무엇으로 초기 설정하느냐에 따라 행동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글을 최근에 읽었다. ‘물건을 사지 않는다’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사람과 ‘물건을 산다’를 기본값으로 설정한 사람의 소비는 현격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꼭 구매할 이유가 있을 때만 구매하게 되지만, 후자는 물건을 사면 안 될 이유가 없는 한 구매를 하게
최근 방송을 타고 ‘아름답다’의 어원이 화제가 되었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나’를 뜻하는 한자 아(我)로 표기된다는 것이다. 즉, 아름답다는 말은 곧 나답다는 것으로 바꿔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었고 행사의 슬로건이나 광고 문구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언어적으로 ‘아름답다’의 어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출처도 알 수 없는 이야기에 그토록 감명받은 걸까?우리는 온전한 ‘나’이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간다. 남들처럼 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이다.
알람이 울린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몸을 뒤척인다.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모습이다. 나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다. 대부분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들의 일상이다. 그런 어느 날은 특별하다. 우리들의 시간 속에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그런 날이면 우리는 더 많이 긴장하며 하루를 준비한다. 특별한 하루가 다가온다. 새 학년이 시작된다. 3월 학교는 한 해를 시작한다. 학교는 진급하는 아이들, 입학하는 아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은 새 학급 친구
교사라는 직업은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져야 한다. 신규였을 때 들었던 말이다. 매년 새로운 아이들과 마주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별이 다가와 있다. 동료 교사와의 관계도 그렇다. 4년마다 학교를 이동하다 보니 늘 만남과 헤어짐이 기다린다.특히 2월 그리고 졸업식이라는 헤어짐은 마음에 힘이 든다. 왠지 이상하리만큼 익숙해지지 않는다. 며칠 전 본교의 졸업식을 하였다. 시원할 것만 같은 마음으로 졸업식을 준비하지만, 막상 헤어짐을 마주하면 섭섭함이, 아쉬움이 밀려온다. 작은 손으로 써 내려간 편지들을 받는다. ‘감사합니
2024년 1월, 새해와 함께 방학이 시작됐다. 늘 바빴던 학교 업무와 수업을 잠시 내려놓고 설렘 가득한 새해 결심에 골똘했다. 새 마음으로 결심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이뤄질 것 같은 행복한 마음에서 내린 결론은, 수업 개선이다. 이라는 이혁규 교수님의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늘 수업 고민을 하고 매일 수업을 하지만, 내가 제대로 수업하고는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의문점 투성이기에 나의 수업 개선을 새해 목표로 정했다.마음 속에 수업 개선 목표를 새기며 토요일 오전 어김없이 SG
겨울방학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겨울방학이 시작될 즈음, 여기저기 붙어 있던 학원 홍보물들이 기억난다. 하나같이 ‘선행’을 큰 골자로 내세우며, 겨울방학 동안 필히 다음 학년 공부를 끝내야 한다며 학습자들과 학부모들을 유혹했다.겨울방학도 끝나가는데, 모두 선행은 완벽하게 이루었을까. 그리고 그것이 정말 방학을 보내는 ‘정도(正道)’일까.앞으로 배울 내용들을 미리 배운다는 선행의 의미만 따지고 보면, 선행은 나쁠 게 없다. 공부를 안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배울 내용을 미리 익혀놓겠다는데 무엇이 잘못일까.바로 복습 없는 ‘
“공부를 하면, 진심으로 공부하면 얼굴에서 빛이 납니다.”의 저자 고미숙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치열한 입시 환경과 괴리감이 있는 이상주의적 발상이라고 여겼지만, 내심 그 빛나는 얼굴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를 하면서 근무해 오고 있다. 이런 친구들을 종종 만났지만, 최근 만났던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대개 수능 이후 3학년 학생들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며 그간 갖지 못했던 개인적 여유를 가진다. 그런데 3학년 학생 중 몇 명이 ‘시 처방 힐링 음악회’ ‘참여형 토론 연극’ 홍보지를
학교에서 1월과 2월은 준비의 기간이다. 종업식과 졸업식을 마치고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던가. 소설 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우주를 유행하다가 지구촌에 불시착한 ‘어린 왕자’, 즉 ‘우주의 여행자’라고 한다.미지의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에게 기름을 채우거나 시동을 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는지, 왜 그곳에 가고 싶은지가 아닐까?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가치 있는 여정인지, 두려움보다 즐거움과 열정이란 연
방학이다. 학교는 고요하다. 아이들과 우리는 서로 잠시 각자를 돌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를 벗어난다는 것은 명백히 쉼이 된다. 쉼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허락한다. 잠시 숨을 고르며 일상을 일탈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한다. 행하는 모든 일은 그 의미를 따져보는 일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보름이 지났다. 새로운 한 해가 다시 흐른다. 우리는 다시 흐르는 그 시간 위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나 또한 내가 있어야 할 위치가 어디이며 내가
필자가 신규교사로 막 발령받았을 때는 학교마다 몰입교육을 위한 원어민 강사들이 있었다. 특히 거점학교에는 영어교육을 담당하는 영어 센터가 있었다. 이곳은 방과 후 교실과 또 다른 개념으로 학교 원어민과 강사들이 영어교육을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1명도 아닌 3명의 원어민 강사를 관리하게 되었다. 막 한국에 도착한 그들을 외국인 출입관리사무소에 데려가 신분증을 만드는 일부터 방을 구하고 인터넷이나 핸드폰을 개통하는 일, 심지어 통장을 개설하는 일까지 원어민 강사와 관련된 공적인, 사적인 모든 일이 학교 업무에 포함되었다.지금은
‘책’ 한 권, 쉽고도 어렵다. 책을 사기는 쉽다. 영향력 있는 작가의 따끈한 신간도,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도, 최근 유행이 집중적으로 담겨 있는 책 한 권도, 도서 앱을 열어 터치 몇 번 하면 몇 시간 안에 집 앞까지 찾아올 정도로 쉬운 요즘이다. 이렇게나 간편하다 보니, 지적 호기심이라는 지나치게 과장된 타이틀을 앞세워 사놓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든 만큼 많은 책이 책장 속 자기 자리만 지키고 과묵하게 서 있게 되었다.책을 사는 설레는 가벼움과는 정반대로, 책을 펼쳐 읽는 순간은 참 무겁다. 한 장 한 장 책장
2023년이 일주일 남았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바쁘다. 열심히 살아온 2023년을 마무리하느라, 그리고 다시 2024년을 준비하느라. 학교도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분주하다.지난 일요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장은 졸업을 앞둔 분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가족들과 내빈들도 함께 했다. 교육감님도 함께 자리를 빛내 주셨다. 졸업식은 재학생을 보낼 때와 달랐다. 참석한 모든 이들이 경건했다.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졸업을 앞둔 이들에게 이 순간이 쉽지 않았던
울산시교육청이 내년부터 ‘늘봄학교’ 운영을 도입한다.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전후로 학생들이 양질의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정과제이다. 입학 직후 3월 한 달간 조기 학교로 인한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학교 적응을 지원하고자 정규수업 이후에 진행하는 맞춤형 방과 후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아침·오후·저녁 돌봄과 틈새 돌봄 등 학교 여건과 수요를 고려한 다양한 돌봄 모델도 개발한다. 그리고 초등 50개교 학교를 선정해 선도학교로 지정하고자 한다.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소리이다. ‘늘봄학교’에 관한
우리 학교는 벌써 겨울방학이다. 학교 석면해체공사를 위해 여름방학을 아주 짧게(5일) 하고 긴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아이들과 작별을 하고 텅 빈 교실에서 홀로 앉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20여 년 전 임용고시를 공부할 때 교육학의 첫 장에 교육에 대한 정의가 나왔던 기억이 있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교육이란 인간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활동이다’라고 정의되어 있다.교육학의 일반적인 정의도 중요하지만 교직 생활을 해오면서 교육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
교육청마다 교육 방향을 제시하는 슬로건을 세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혁신미래교육’, 경기도교육청은 ‘자율·균형·미래’, 부산광역시교육청은 ‘꿈을 현실로’, 대구광역시 교육청은 ‘미래를 배운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울산광역시 교육청의 슬로건은 노옥희 전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반영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으로 우리 교육청의 교육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배움과 성장의 과정에 있는 한명 한명의 아이들을 모두 소중히 여기면서 각자의 발달 단계, 적성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 아이들 누구
영어 교사로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중의 하나, “영어 선생님이니까, 영어 잘하겠네요” 언제 어느 순간 이 질문을 받더라도 “물론이죠” 하고 당당하게 대답하고 싶지만, 실상은 “아, 네…”하고 말끝을 흐리며 웃을 뿐이다. 영어를 잘한다? 영어를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영어 구사력을 묻는 말에 나는 그저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다. 자신 있게 영어를 잘 한다고 말하려니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콕 찔리는 느낌이고, 못한다고 하려니 ‘그래도, 내가 영어 교사인데…’ 하는 자존심에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영어를 가르치는 것만 생각할 때는 나
울산광역시교육청 직속 기관인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은 학생들의 건전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체험학습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020년 개관했다.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은 다채로운 공연·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일 뿐 아니라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울산학생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울산학생예술단은 2020년 7월 창단 이래 단원과 운영진의 노력으로 울산을 대표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했고, 현재 54명의 단원과 우수한 강사진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11일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공연장 소원홀에서는 ‘2023 울산학생예술단 제4회 정기연주회’
수능이다. 올해도 그날은 오고야 말았다. 내일이 2024학년도 수능시험이 실시되는 날이다. 어제까지 마무리를 위해 교실에서 자기 점검을 하던 아이들에게 오늘 수험표가 배부된다. 아이들은 유의사항을 듣고 시험장과 고사실을 확인한다. 3학년 교실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학교마다 담임선생님과 3학년 부장님들은 마지막까지 시험시간 운영에 대해 안내하며 응원의 마음을 함께 전한다.11월16일.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모두는 하나에 집중한다. 시험이 규정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청은 어제까지 상황을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