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춘분(春分)이다. 남반구이든 북반구이든 똑같은 햇빛을 받고, 낮과 밤의 길이도 똑같다. 이 날을 기해 겨울 기운은 점점 사라지고 봄·여름 기운이 몰려온다.…겨울을 밀어내며 봄을 쟁취하려/ 맨 앞에서 싸우느라/ 거칠어진 손으로 나뭇가지의 눈을 털고/ 빛의 화살을 던져 얼음을 녹인다// 겨울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얼어붙은 뿌리에 부활의 물을 뿌리고/ 찬바람 흙먼지 마시며 2월의 벽을 흔들어/ 새싹이 돋고/ 투박한 3월이 제 몸을 부수어 만든 길에/ 4월과 5월이 저만치 따라오며…‘3월’ 일부분(최영미)춘분 즈음에는 버들강아지(버
오늘은 겨울잠을 자던 벌레와 개구리들이 천둥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뛰쳐 나온다는 경칩(驚蟄)이다. 그 중에서도 개구리는 경칩에 땅 위로 뛰쳐나오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경칩 무렵엔 대륙에서 남하한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천둥이 치는데, 옛사람들은 천둥소리를 듣고 개구리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특히 양서류인 개구리는 온도 변화에 민감해 기온이 오르면 금세 알아 차린다. 울산에서는 이번 주 천둥이 치면서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경칩 즈음에는 벌레들 외에도 무수한 생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중의 하나가 ‘큰개불알꽃’이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겠다고 한다. 어제는 눈 녹아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였다. 그래서 그런지 울산에서는 이틀 동안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지난 4일이 입춘(立春)이었고, 며칠 안 있으면 경칩(驚蟄)이니 계절상 지금 내리는 비는 봄비가 맞긴 맞다. 요즘 ‘봄을 기다리는 노래’라는 뜻의 신석정 시인의 시 ‘대춘부(待春賦)’가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기에/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지난 4일은 입춘(立春)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며칠 동안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설이 지나고 우수(雨水)가 다가오면 완연한 봄이다. 그런데 입춘과 우수 사이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가지치기다. 한자로는 전정(剪定) 또는 전지(剪枝)라고 한다. 전지는 생장에 무관한 필요없는 가지나 생육에 방해가 되는 가지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전정은 수목의 모양이나 개화·결실 등을 좋게 하기 위해 가지나 줄기의 일부를 잘라내는 작업을 이른다. 굳이 단계로 따지자면 전지는 낮은 단계, 전정은 기술적으로 높은 단계라고 할 수
영남알프스에 내린 눈이 만년설처럼 아직도 허옇게 쌓여 있다. 엊그제 통도사에 들렀더니 영각 앞 홍매화가 가지마다 울긋불긋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다. 통도사 뒤 영축산의 겨울과 햇살 고인 절 마당의 봄이 교차하는 지점에 꽃이 피었다. 검은 쇠붙이 같은 나무에 붉은 연지가 선연하다.얼음 밑에 개울은 흘러도/ 남은 눈 위엔 또 눈이 내린다./ 검은 쇠붙이 연지를 찍는데/ 길 떠난 풀꽃들 코끝도 안 보여/ 살을 찢는 선지 선연한 상처/ 내 영혼 스스로 입을 맞춘다.‘홍매(紅梅)’ 전문(김상옥)영남알프스에 허옇게 보이는 흰 빛은 자세하게 보
울산에도 매년 겨울 독수리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지난해에는 먹이가 부족해 개체수가 150마리에서 70마리 정도로 줄었다. 이에 울산시는 소·돼지의 비계, 내장 등을 먹이로 주고 있다고 한다.천연기념물인 독수리는 우리나라를 찾는 조류 중 가장 큰 새로 번식기인 여름에 몽골, 중국 동남부 등에 살다가 3400여㎞를 날아 울산, 고성, 김해, 거제 등지로 찾아온다. ‘생태계의 청소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독수리는 동물의 사체를 먹음으로써 질병이 창궐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울산에서 독수리를 자주 볼 수 있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7일 울산 남구 옥동 문수컨벤션에서 열린다. 경상일보는 지난 2009년 울산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춘문예를 시작했다. 신춘문예는 등용문(登龍門)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등용문을 통과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지난한 역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용문(龍門)’이란 중국 황하 상류의 협곡을 말하는데, 물고기가 이 협곡을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등용문은 ‘이응전(李膺傳)’에 나온다. 이응은 후한 때의 관리로, 타락한 환관에 대항해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큰 기여를 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당시
지난 6일은 대한이 놀러 왔다가 얼어 죽는다는 소한이었다. 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이 맘 때가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아구탕, 아구찜이다. 점심 때 뜨끈뜨끈한 아구탕 한그릇을 먹고 나면 새 기운이 솟는다. 소한 추위에도 끄덕 없다.울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아구탕’ ‘아구찜’은 사실 표준말이 아니다. 표준어는 ‘아귀’다. 아귀는 불교의 ‘아귀(餓鬼)’에서 나온 이름이다.불교에서는 세상을 천(天)·인간(人間)·아수라(阿修羅)·축생(畜生)·아귀(餓鬼)·지옥(地獄) 등 6가지 도(道)로 분류하는데 이를 육도(六道)라고 한다. 아귀는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새해 아침’ 일부(송수권)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백룡도, 황룡도 아닌 푸른색의 청룡(靑龍)의 해란다. 민화(民畵)에서 용은 상서
어제는 예수가 탄생한 크리스마스(Christmas)였다. 많은 지역에서 눈까지 내려 예수의 탄생을 축복했다. Christmas(크리스마스)는 Christ(그리스도)와 mass(가톨릭의 미사)를 합한 합성어이다. X-MAS라고도 하는데, X는 그리스어의 XPIΣTOΣ(그리스도) 에서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그러나 크리스마스가 진짜 예수의 생일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크리스마스가 12월25일로 정해진 것은 AD 366년 콘스탄티누스 로마 황제에 의해서였다. 당시 로마에서는 태양의 신 미트라가 동지(冬至)까지 자신의 모습(태양)을 조금씩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울산도 한 동안 영하의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울산에서는 동백이 활짝 피어 봄인냥 나들이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인제는 고드름이 처마마다 주렁주렁 매달렸다. 범인을 잡을 때 쓰는 “꼼짝마!”라는 표현은 영어로 “Freeze!”다. 우리 말로 다시 풀어보면 “얼어 붙어!”쯤 되겠다. 세상이 마치 얼어붙은 것 같다.얼어버렸다. 모든 게 다/ 숲도 나무도./ 산새 울음/ 다 그쳐버렸다.// 휘몰아친 북풍 회오리에/ 마구잡이 파헤치는/ 두더지들 등살에/ 숲에 사는 모두의/ 머리가 가슴이/ 다 굳
미술시험에 ‘위 사진의 조각 작품을 만든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문제가 나왔다. 첫번째 학생은 보자마자 ‘로댕’이라고 적었다. 눈이 나쁜 두번째 학생은 컨닝을 잘못해서 ‘오뎅’이라고 썼다. 세번째 학생은 나름 머리를 굴려 ‘어묵’이라고 적었다. 네번째 학생은 아무래도 비슷한 답을 쓰기가 멋적었는지 ‘덴뿌라’라고 적었단다.김이 뿌옇게 나는 어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필자는 ‘오뎅’이라는 말이 하도 입에 익어 표준어 ‘어묵’이라고 하면 왠지 맛이 덜 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어쨌든 울산에서 어묵하면 부산어묵이 대세이지만 필자가 고
필자가 사는 영남알프스 기슭에도 동백이 피었다.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는 동백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맘 때 피는 동백은 ‘애기동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백과 거의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동백보다 꽃이 작고 잎도 작아 애기동백이라고 한다.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꽃이 피어 ‘늦동백’ 또는 ‘서리동백’이라고도 부른다. 이 꽃은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동백은 한자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산다화(山茶花)로도 통용된다. 산다
11월 마지막 주,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지난 주 소설(小雪)을 버텨냈던 은행잎들이 더 이상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겠는지 그만 가지에서 두 손을 놓아버렸다. 어디선가 한 차례 불어온 바람이 은행잎들을 굴려 어디론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가을바람 솔솔솔 불어오더니/ 은행잎은 한잎두잎 물들어져요/ 지난봄에 언니가 서울가시며/ 은행잎이 물들며는 오신다더니황금찬 시인의 ‘은행잎’이다. 1948년 발표된 이래 60년이 넘게 국민 누구나 즐겨 부르는 애창 동요가 됐다. 은행잎은 봄철 연두색에서, 여름철 짙푸른 색깔로,
월동(越冬)이란 겨울을 넘는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겨울은 넘기 힘든 고비임에 틀림없다. 인간이 하는 여러가지 월동 준비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김장이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김장 보너스’를 지급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관습이었다. 지금 생각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그만큼 김장문화는 우리 삶에 깊이 파고 든, 일종의 DNA같은 것이었다.오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2020년 2월11일 ‘김치산업 진흥법’ 제20조의2가 신설됨에 따라 매년 11월22일로 정해졌다. 김치의 날은 김치 소재 하나하나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이맘 때가 되면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고향이 생각난다. 정지용의 시 ‘향수’는 읽어도 읽어도 가슴이 아리다. 특히나 서리 까마귀는 겨울 초입의 서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까마귀, 올해도 태화강 대숲에는 수만마리의 까마귀(사진)가 내려왔다. 울산 까마귀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10월 중순이면 찾아오는 반가운 새다. 초창기 4만 마리에서 2017년 7만까지 늘었다가 최근 점차 줄어들고 있다.낙엽이 우수수 떨
내일은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이다. 비로소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순 쯤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어붙는다. 이 때쯤 들판에는 하얀 된서리가 내린다. 된서리가 한 번 내리면 산천초목이 시래기처럼 시들어버린다. 동면하는 동물들은 땅에 굴을 파고 숨는데, 미처 굴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대로 얼어 죽는다. 그러나 이런 시련 속에서도 고고하게 남아 있는 것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국화(菊花)다.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다/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조선시대 대제
어제는 국화주를 먹는 중양절(重陽節), 오늘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 중양절은 음력 9월9일을 말하는데 9자(字)가 겹친다고 해서 ‘중구(重九)’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날짜와 달의 숫자가 같은 날은 ‘중일(重日)’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홀수날이 겹치는 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 등을 ‘중양(重陽)’이라고 한다. 중양절은 중양 중에서도 으뜸가는 명절이다.울산에서 중양절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언양에서 중구일에 회포가 있어 유종원의 시에 차운하다(彦陽九日有懷 柳宗元 次韻)’라는 시다. 이 시는
가을이 깊어가는 시골길을 걸어가다보면 불청객들이 떼로 덤빈다. 바지는 물론 소매, 머리털에까지 달라붙는다. 이름들을 일일이 부를라치면 도깨비 바늘, 도꼬마리, 가막사리, 쇠무릎(우슬) 등이다. 이 네가지 식물은 그야말로 ‘도깨비’ 아니면 ‘귀신’에 다름 아니다. 이놈들을 뜯어내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놈은 집 안방까지 따라와 성가시게 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 의하면 옷에 달라붙는 열매 식물은 총 29종류에 이르는데, 이들은 동물 털이나 사람 옷에 붙어 씨를 퍼트린다.멀고 긴 산행길/ 어느덧 해도 저물어/ 이제 그만
10월은 석류(石榴)의 계절이다. 율곡 이이는 고작 3살 때, 외할머니께서 석류를 가리키며, “저게 무엇 같으냐” 묻자 “석류 껍질 속에 붉은 구슬이 부셔져 있구나(石榴皮裏碎紅珠 석류피리쇄홍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석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한 과일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석류는 그 붉은 색이 고혹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상용 무기를 떠오르게 한다. 그 이름 하여 수류탄(手榴彈)이다. 한자로 손 수(手), 석류 류(榴), 탄알 탄(彈)이니, ‘손으로 던지는 석류 폭탄’이라는 뜻이다. 수류탄은 영어로는 ‘그리네이드(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