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世代)는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30년 정도 되는 기간’이라고 한다. 요즘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는지 ‘세대 교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하나. 온라인 수업이다. 새로운 기기와 환경에 아직 적응 못한 40대 후반 경력 교사인 나는 첨단기기와 프로그램 앞에 무능력함을 느꼈다. 이에 반해 젊은 선생님들은 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화상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면,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시작하기 전까지 1~2주 남짓의 기간에 축구를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몸으로 하는 일을 썩 잘하지 못하는 나는 주로 벤치 신세여서 출전을 기다리며 방학하는 날도 함께 기다렸었다.무더운 여름, 방학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시험이 공부의 전부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신호로 이루어져 있다. 아날로그 신호는 무한대로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색의 다양성, 무한대 종류의 냄새, 무한대 톤의 소리, 무한대의 공간적 위치 등을 포함한다. 인간이 인지하는 모든 것과 관련한 정보는 연속적으로 뇌까지 전달되고 투과된다.미래학자인 존 네이스비트(John Naisbitt)는 ‘하이테크-하이터치’ 원리를
일주일간의 시험기간이 끝났다. 마지막 시간, 마치는 종소리에 아이 몇이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그래 얼마나 좋을까, 시험 성적이야 어찌 됐든, 온몸을 옥죄던 시공간에서 벗어나게 됐으니, 환호성이 절로 터지겠지. 짧은 등교 수업 중에도 두 번의 시험은 어김이 없어, 중간시험을 치고 돌아서니 다시 기말시험을 쳐야하는 상황이라 아이도 교사도 힘들었다. 아
한국은 독특한 의사소통 문화가 있다. 욕구가 있으면서도 직접 드러내지 않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함축적으로 말한다. 돈을 좋아하면서 ‘저는 돈 별로 안 좋아해요’, 외모를 신경 쓰면서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죠’, 빨리 오라고 재촉하려면 나쁜 사람으로 몰릴까봐 ‘천천히 오면 돼’라고 표현한다.말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이 상한다. 그러
지난주 화요일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모 보안회사의 도움을 받아 학교 전 구역에 대해 몰래카메라를 탐지하는 작업을 했다. 다행히(?)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지만,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2020 교육주체 참여 원탁...
‘매앰, 매앰 매미가~ 매앰, 매앰 노래 부른다. 초록 잎을 흔들며 치르치르 치르치르 맴~맴~’ 노래하는 아이들 소리에 선생님도 절로 흥이 난다. 매미 울음소리를 듣고 비슷한 소리를 직접 표현해 보기도 하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든 마라카스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기에 꽤 열심히 집중한다.‘여름’을 주제로 한 통합수업은 아이들이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 중 하
칠월부터 반 아이와 아침 산책을 한다. 아이들을 만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얼굴과 이름을 옳게 못 잇고 있어서다. 담임으로 자주 엉터리 이름을 부르게 되니, 이건 참 곤란하다. 표정으로 더 많은 메시지가 전해진다는데 종일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니 표정으로 받을 수 있는...
남자들의 말 중에서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3가지가 있다. 3위는 축구 이야기, 2위는 군대 이야기, 1위는 군대에서 축구 경기를 한 이야기다. 그러나 여자들도 축구에 관심을 갖는 국가 단위의 대회가 있으니 바로 월드컵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남녀 불문 모든 국민들이 빨간 티를 입고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았던가. 특히 ‘Be the Reds’ 빨간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말하는 용어이다. 1988년 미국 복사기 제조회사인 제록스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완벽하게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살고 있다. 교육에서도 이번 코로나-19로 유비쿼터스 교
내가 수업을 하는 한 교실 게시판에는 대략 60여 개의 감정 카드가 그려진 ‘감정을 찾아보세요’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그 교실에 갈 때마다 감정 카드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나의 오늘 감정을 찾아본다. 늘 ‘반가움’ ‘설렘’이고 싶지만, 요즘은 ‘서운함’ ‘원망스러움’이 앞설 때가 잦다.학년별 분산 등교를 하느라 등교에 걸리는 시간이 평소보다 두 배
속담에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다’는 말이 있다. 겨가 냄새 나는 똥보다 더러울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보고 더럽다고 흉을 본다는 것으로, 자기에게 있는 큰 허물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작은 허물을 비웃는다는 뜻이다.그런데 나는 이 속담에 나오는 ‘겨 묻은 개와 똥 묻은 개가 같은 개일 수 있을까?’하는 다소 뜬금없는 생각이
우여곡절 끝에 고3들이 개학했고, 27일 수요일에는 중3, 초1이 등교한다. 많은 학교가 개학을 대비하여 모든 시설의 방역과 위생상태를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학부모와 교직원 모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바쁘게 움직인다. 사자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이 떠오른다. 교활한 토끼는 만약을 대비하여 굴 세 개를 미리 파놓는다는 뜻인데, 철저한 준비성과 생존을 위한
우리 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5월13일 등교수업 시작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퇴근하려는데, 등교수업 연기를 알리는 기사를 동료교사가 보내왔다. 이에 대한 이야기로 종일 어수선했기에 한참을 망설이다, 더 미루기가 부담스러워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는데 한숨부터 나온다.오늘만해도 부장교사를 중심으로 등교수업에 맞추어 학교 교육계획과 학사일정을 정
봄 향기를 한껏 뿜어내는 꽃들로 가득한 학교 화단 오솔길, 오랜만에 아이들이 눈에 띈다. 우편으로 보내던 학습꾸러미와 어린이날을 맞아 선생님이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직접 아이들 손에 보내기로 한 날이다. 부모님과 조심스럽게 학교를 찾아온 아이들은 봄 전령사와 같다. 오스카 와일드의 ‘거인의 겨울 정원’ 같았던 학교에도 행복한 봄이 잠시 머무른다. 오랜만의 외
사월이 가고 곧 오월이 곁으로 올 것이다.눈 들어 둘레를 보면, 온갖 연두들이 자기다운 빛깔로 세상을 향해 맘껏 그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뭇 생명들이 환한 봄볕에 찬란하다. 꿈틀거리는 연두를 보며, 속으로 가만 정현종의 시 ‘비스듬히’를 읊조린다. 기대고 있는 목숨들을 생각한다.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것에게까지 내 목숨은 신세를 지고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들의 개학이 늦춰졌고, 지금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 건국 이래 처음 발생한 사태인지라 정부, 교육기관, 가정 모두 혼란을 겪었고, 지금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 최강 인터넷 강국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도 첨단 휴대폰을 갖고 있으며, 가정 인터넷 보급률도 매우 높다. 왠
·하나(일), 기회(기), 하나(일), 만날(회)·평생에 단 한 번 만남. 또는, 그 일이 생애(生涯)에 단 한 번뿐인 일임.·사람과의 만남 등 기회를 소중히 함의 비유.일기일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오래전 우연히 읽었던 법정 스님의 법문집 제목이기도 하다. 그때 나는 매우 우울한 삶을 살고 있었다. 법정 스님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때가 하나의 기
지난 두 번의 내 글이 조금 까칠했었던 모양이다. 글을 읽은 주위 사람들이 학교 그만둘 거냐며 핀잔을 준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개학 후의 유쾌한 학교생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3월 말인 지금도 우리는 아이들 없는 학교를 경험하고 있다.이미 세 차례 개학이 연기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 개학’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더니, 그
우리 구영 마을에는 선바위에서 쭉 이어지는 강을 따라, 자전거도 탈 수 있고 천천히 걸으면서 운동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산책로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바닥에서 살짝살짝 올라오는 탄성 때문인지 걷는 운동이 살짝 재미있기도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뽀얗게 올라오는 예전의 오래된 흙길의 아쉬움도 생긴다.거칠고 구불구불한 길, 한걸음 디딜 때마다 모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