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12월23일 프랑스 남부 작은 도시인 아를에서는 미술사에 있어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유명한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가 본인의 귀를 스스로 자른 것이다. 이 사건은 동 시대에 수많은 사건사고에 묻혀갈 뻔 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아를을 넘어 전 세계에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미술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고흐라는 이름
2009년 서울 디자인올림픽에서 ‘세상을 구하는 착한 디자인’을 선정했다.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을 쉽고 즐겁게 길어 나르는 장난감, 집 없는 사람을 위한 접이식 휴대용 텐트,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바꾸어 주는 빨대, 박테리아 발생 문제를 해결한 천연 가습기가 선정됐다.착한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
꽤 오랫동안 공부라는 것을 하면서 살아왔는데도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나는 왜 이렇게 공부가 늘지 않을까’하는 답답함이 있다. 그래서인지 또 다른 한구석에는 이런 마음도 있다. 언제, 어디서든 불필요한 아는 척은 하지 말자, 주절주절 떠들지 말자. 내가 아는 것은 고작 이 세상의 티끌 만큼이고, 그 티끌마저도 다 옳다 할 수 없는 것들이니 말이다.그런데
문화예술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적어도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바르샤바, 프라하와 같은 유서깊은 도시들이 자국 출신 예술가들을 앞세워 관광산업으로 큰 부를 창출하고, 루브르 박물관의 대표작품인 모나리자는 경제적 가치가 40조원을 상회하는 등 그 사례 또한 넘쳐난다.하지만 문화예술의 경제적 가치는 다분히 결과론적이고, 그 효과를 예측해 투자하기엔 위
88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평창올림픽은 개최 직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메달권 밖’이라는 용어가 나왔다.메달 획득이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이 말로써 표현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메달보다 더 값진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투지는 가슴 찡한 감동과 기성세대들을 반성하도록 했다.쇼트트랙 500 미터에서
어릴 적 내가 살던 곳은 경북 봉화의 작은 산골 마을이었다. 동네 입구 참기름 집에 ‘버버리 아줌마’로 통하는 청각장애 아주머니가 계셨다. 동네 어른들은 그 아주머니와 손짓 발짓으로 참기름을 사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릴 적 동네에서 몇몇 장애인은 특별하지 않은 이웃이었다. 요즘은 이웃과 소통이 줄면서 장애가 더욱 낯설어졌다.더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가 몰
주말 오후에 서점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사회라는 제목을 지닌 다양한 서적들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책들은 대체로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특성을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서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읽다 보면 어느샌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그런데 안타깝게도 현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이러한 책의 제목은 혐오사회나 냉소사회,
우리 식생활은 간편화돼가고 있으며 가정에서의 식사 기회는 감소하고 학원공부 등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가공식품과 기호식품에 노출되는 시간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08년 제정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은 어린이의 식습관 형성과 안전한 식생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였고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그린푸드존)지정,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제도, 어린이 기호식
울산은 젊은 도시다. 2017년 말을 기준으로 14세 미만의 비율은 전국 3번째로 높고 65세 이상은 2번째로 낮을 정도다. 생산가능인구 중 40~50대의 비율이 다소 높다는 것이 우려스럽긴 하나 향후 이들의 은퇴와 맞물려 20~30대의 인구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더욱이 도시, 나아가 국가의 대계라 할 수 있는 출산율에
장애인학교에서 일할 때 천마산으로 등산을 갔었다.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한 학생이 교사들의 눈을 피해 혼자 내려갔다. 한참 동안 찾아서 발견한 곳은 올라온 곳의 반대쪽이었다. 열심히 내려갔지만 방향이 헷갈려서 목적지의 반대 방향에 도착했다.볼링경기에서 아무리 열심히 공을 던져도 방향이 잘못되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밤새 수학 공부를 하고 국어시험을 본다면
항상 이맘때쯤이면 다양한 상념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이 그러할 것이라 여겨지는데, 가장 크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아마도 지난해에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새롭게 주어진 한 해에 대한 감사함이 아닐까 싶다.지난 한 해는 나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었다. 지역의 여성가족정책 연구기관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여성과 가족에 관해 많이
올 한해 대통령 탄핵,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로 인한 안보·국제관계 불안, 살충제 대란 그리고 포항 지진피해와 최근의 제천 화재사고까지 나라 안팎으로 많은 사건들로 넘쳐났다.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들로 시끄러웠던 기억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고 있다.우리는 매년 한 해가 끝나가는 이맘때가 되면 그 해를 되돌아보고
로 유명한 작가 유홍준은 그의 답사기 서울편에서 서울을 ‘궁궐의 도시’라 명명(命名)한다. 한 도시의 이미지를 특정한 단어로 규정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한 도시에 궁궐이 5개나 있는 곳은 서울밖에 없다는 특징을 이유로 이와 같이 칭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울산은 어떠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을까? 나는 이
11월의 마지막 주 조금은 특별한 강의를 했다. 평소에도 요청이 있으면 지역과 장소, 대상 등을 가리지 않고 강의를 하는 편인데 이번에 요청을 받은 곳은 동아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였다. 조금은 특별하다 생각한 이유는 대부분 특강을 요청하는 곳이 기업체나 공대계열 학과이기 때문이었다.고고미술사학 분야에 3D 스캐너와 3D 프린터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달력을 본다. 이 달 뒤에 한 장의 달력 밖에 남지 않았다. 새해가 되었나 싶으면 새 학년을 시작, 한 학기를 보낸다. 또 시작하고 다시 끝나간다. 참으로 빨리 가는 시간이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친구에게 안부 물을 시간조차도 없다며 혼자 중얼거리고, 또 다시 일의 순서를 나열하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며 하나의 일을 끝내자마
얼마 전 세계 유수의 음악콩쿠르인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의 한 청년이 우승했다. 클래식의 본고장이라는 유럽에서, 그것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인 쇼팽의 이름을 건 그 콩쿠르에서 말이다. 그간 임동혁, 손열음 등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했으나 3대 콩쿠르라는 곳에서 우승을 하기는 처음이니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클래식계에선 조성진 광풍이 불었
지금은 창업을 장려하는 시대이다. 특히 기술 분야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분야가 많고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도 많아 창업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정부의 창업 관련 지원 정책을 보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꼭 필요한 초기자본, 마케팅, 회계, 특허, 투자연계 등에 대해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문 컨설턴트를 통해서
지난 주말에는 날씨가 선선해지기에 계절 옷도 바꿔 걸고, 안 입는 옷은 버리려는 마음으로 옷장을 열었다. 매번 옷장을 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입을 옷은 없고, 왜 그리 옷들은 복잡하게 꽉 들어차 있는지. 하나, 둘 잘 입지 않는 것부터 꺼냈다. 지난번 정리할 때도 버릴까 말까 고민이 되던 옷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미련없이 박스에 넣었다.내가 입지
때때로 미술관, 공연장 등지에서 예술과 대면할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저미어오는 것을 느낀다. 기쁨, 슬픔과 같은 감정의 방향이 아닌 무언가 따스한 것이 마음 속 깊은 구석을 쿡쿡 쑤신다. 그러곤 하염없이 작품에 빠져들곤 한다. 마치 맹독에 중독된 것처럼 몇 날 며칠을 그렇게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매다가 깨고 또 헤매기를 수백, 수천 번. 그 동안은 그
종갓집의 상징물중 하나인 시계탑 위로 옛 울산역이 위치했던 성남동의 위상을 되새길 수 있는 증기기관차가 매일 스물네번 정시에 힘차게 달리고 있다. 마치 과거와 현재의 다른 행성간을 운행하는 은하철도 999처럼 성남동과 중앙동일대의 좁은 골목과 양옥주택들이 가득했던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원도심 일대의 과거를 더듬어 보면 은하철도999의 출발점이자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