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술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의 생각은 어떠한가.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고 생각이 깊어지다 못해 혼란스럽기까지 한 경험을 했다. 이렇듯 과학과 기술은 대체로 우리에게 심각하고 진지한 문제였다. 어린 시절 아인슈타인, 뉴턴 그리고 에디슨 등의 인물들이 제시한 위대한 결과물에 감탄해 현재 과학자, 공학자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위대함과 어려움 앞에 지레 겁먹고 위축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하지만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고 과학자를 꿈꾼 사람도 많았다고 본다. 진중하고
계절은 돌고 돈다. 거기에 발맞춰 절기(節氣)도 어김없이 돌고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추석을 앞두고 있다. 찌는 더위도, 쏟아지는 폭우도 어쩌면 추석이라는 ‘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마디가 아닐까 싶다. 들녘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보고 있으면 절로 배부르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탐스러운 과실을 보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가을과 가을 사이에 추석이 들어있는 절기의 절묘함에 새삼 감탄한다.지난 몇 년 사이 추석은 명절다운 분위기를 낼 수 없었다. 코로나 사태가 촉발된 이후 이동과 만남, 모임을 자제했어야 했기에 도리어 추석은
지난 7월 말쯤, 저는 등단 40년을 맞아 14번째 개인 시집을 펴냈습니다. ‘혀꽃의 사랑법’이란 시집입니다. 공적인 지면에 제 시집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제목으로 삼은 ‘혀꽃’이란 꽃 이름에서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시인 중에서 ‘혀꽃’을 시나 시집 제목에 쓴 것은 처음일 거라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그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저는 혀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혀꽃은 혀의 모습을 닮았다는 ‘설상화’(舌狀花)를 말합니다. 둥근 ‘관상화’(管狀花)로 벌, 나비 등 벌레들을 불러
최근 교권과 관련된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다. 한 명 한 명의 작은 노력이 큰 힘이 되고 있으며 많은 학부모와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또한, 주변 지인들의 안부 인사도 종종 듣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이런 무거운 주제의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대신 교사들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조금은 가볍고 밝은 주제의 이야기를 쓰려한다.본교는 공사로 인해 다소 긴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필자는 흔히 불리는 ‘참교사’는 아니기에 다양한 연수(영어 심화,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실언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말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수정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때가 있고 치명적 결과를 초래해 그 값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심코 한 말이니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까요? 글쎄요. 사람의 말과 행동에 무심이란 것이 있을까요? 의도가 없다고 해도 ‘무심코’는 성의가 없고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죠. 세 가지로 생각해 봅니다. 정말 혀가 미끄러진 경우가 있고 살짝 속내를 의심할 수 있는 실수가 있으며 그 사람의 마음을 꼭 돌아보아야 하는 의미
‘도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하고,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도시계획에 있어 주거, 산업·경제, 교육, 의료복지, 문화·예술, 교통, 레저·여가 등의 기능은 복잡하게 얽혀 있을 수 밖에 없다.산업화시대 울산은 급격히 증가한 인구로 주택 및 택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당시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주택용지를 공급했다. 1980년대 활발히 조성됐던 택지개발사업은 울산이라는 도시의 성장과 도시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주
울산시가 또 다시 유쾌하지 않은 일로 전국적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성경을 제작해 기네스북에 등재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기업인 흉상 설치를 포기하더니 이번에는 세계 최대 성경을 내세우나’ 하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런데 울산시장은 최근 ‘바다에서 떠오르는 부처상’을 설치하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이러다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지방자치 이후 지방정부들은 다양한 상징물을 만들어 지역도 홍보하고 관광객을 모으려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시민들은 울산
우리가 언어 습득이론을 적용해 논의하지 않더라도 모국어 습득은 인간 발달 단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 기회에 인간에게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살펴본다. 언어는 인간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도구이다. 개인으로는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자기 생각을 명료하게 할 수 있고, 행동을 통제하는 기능도 있다. 이외에도 우리는 언어를 통해 문화를 다른 사회와 교류하고, 다른 시대로 전달한다. 그리고 문자언어의 활용은 기억의 부담으로부터 인간이 해방됐다. 특히, 우리는 이미지를 통해 형성된 생각을 언어로 형성하면서 생활한다. 인간의 앎을 생
2022년 12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합의안이 유럽의회에서 채택되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국내에서는 ‘공급망 ESG 실사법’으로도 불리는 이 지침의 주요내용은 일정규모 이상의 EU 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 인권,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ESG’ 실사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벌금이나 민사상 책임 부과 등 지침 위반에 대한 명확한 제재조치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ESG에 소홀했던 기업들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국내 여러 연구기관들은 향
교권 추락의 시대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들 하는데 날개 없는 추락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른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마주한 현실 앞에 전국의 선생님들이 땅에 떨어진 교권 앞에 슬픔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수업 중 학생으로부터 심한 조롱과 모욕을 당하고 학생,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각종 사건이 이어지며 교권 추락, 공교육의 붕괴는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교사가 스스로 목숨마저 끊는 사건이 발
필자는 지난 9월14일 이채익 국회의원과 일본 교토를 방문했다. 교토 민단 건물 앞에 충숙공 이예 선생의 동상을 세우려는 계획을 민단 임원진과 협의하기 위함이었다. 민단(民團)의 공식 명칭은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이다. 1946년 창단됐으며, 민단 본부는 동경에 있다.(사)충숙공이예선생기념사업회(회장 양명학, 울산대 명예교수)는 오랫동안 이를 계획해 왔으며, 필자는 홍보이사로서 이 방문에 임하게 되었다. 이채익 의원은 9월15일 동경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귀한 시간을 내 교토에 동행했다.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연이은 교사의 죽음, 가슴이 아프다. 그들은 왜 목숨이라는 가장 소중한 것을 스스로 버렸을까?학생은 약자인가? 한때 학생이 약자로 인식되었던 때가 있었다. 세상은 앞다투어 약자인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학생인권조례, 체벌 금지, 아동학대법 등 학생의 인권 수준을 높이는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학생들에게 붙여준 권익은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게도 했지만, 일부는 권리가 돼 그 권리를 행사하게 했다. 때마침 학생의 권익에 학부모라는 비장의 무기가 더해지면서 일부 학생은 약자가 아닌 강자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학생이 약자라면
엄청난 폭염으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지난달, 입맛이나 돋우어 볼까 하여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맛집에 다시 갔을 때, 그날도 역시 입장 못 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잠시 기다리는데 홀에서 서비스하는 아르바이트생인 듯 유니폼을 입은 두 젊은 여성이 한 명씩 유리문을 밀고 나와 건물 옆쪽 주차장 근처로 갔다가 잠시 후에 격한 니코틴 냄새를 풍기며 다시 식당으로 들어갔다.드디어 호명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식탁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식당이어서 그 두 사람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훤히
몇 년 전, 신고리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이 한참이던 때였다. 현장 관계자는 이론적인 근거를 들어 열심히 설명했는데 바로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만약 2001년도 미국 세계무역센터빌딩 항공기 테러가 발생한 9·11사태처럼 대형항공기가 원자로에 충돌한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답변은 이랬다. “747점보 제트기가 부딪쳐도 신고리 원전의 원자로가 폭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명쾌한 답변이었다. 그렇게 귀에 쏙 들어오도록 설명해주면 국민들이 좀 더 쉽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경제 및 산업정책은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규제 강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규제 중심 정책으로 노동비용 상승을 통해 민간부문 고용을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30% 수준이 부실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규제 강화는 생산 자동화,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한계기업의 폐업, 외국인 투자위축이 맞물려 고용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유럽 경영대학원 ‘인시아드
울주군 상북면에 자리하고 있는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에서 지난 9월16일(토) ‘상북열정축제’가 열렸다. 상북씨라는 이름을 가진 농촌 청년이 축제의 이모저모를 살펴가면서 직접 참여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다소 밋밋한 일상을 이어가는 상북씨가 동네 산책을 나서면서 축제에 참여하게 되고 이곳에서의 활동으로 열정 가득한 상북씨로 변모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날 상북씨로 축제에 함께한 성악가 한유랑님은 온 몸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상북열정축제’는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축제였다. 울주군에 소
모든 사람은 ‘궁금증’을 안고 살아간다. 궁금한 내용과 목적은 다르지만, 그 경중을 떠나 두 가지 사람으로 분류가 되는 것 같다. 오늘이 바빠 그 궁금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과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 적용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늘 버릇처럼 묻던 버릇이 있다. 지금 무엇이 제일 궁금한가요? 그 궁금증이 나의 관심이고 나의 인생 지도가 만들어질 때 그 방향을 결정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필자도 지금도 제일 궁금해하고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추석을 맞아 함께 모여 서로간의 안부도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오랜만에 부모님도 찾아 뵙고, 특히 부모님의 건강도 챙기게 된다. 고령화 또는 노령화는 다른 사회와 비교할 때 노령인구의 비율이 현저히 높아가는 사회이다. 평균 수명의 연장과 출산율의 감소도 고령화 사회를 이끌며 독거노인의 증가 원인으로도 작용한다.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은 노인 비율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6.8%였
A씨는 2022년에 조모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고, 증여재산가액을 기준시가로 평가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국세청은 증여세 조사를 위해 감정평가를 의뢰했고, 평가심의위원회에서 동 감정평가액을 시가로 인정했다. 국세청은 감정평가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해 2023년에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다. A는 이에 불복해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A씨는 국세청이 의뢰한 감정가액은 증여일로 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소급해 감정평가한 것이므로 적법한 증여재산가액으로 볼 수 없고, 2022년에 증여자가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감정평가한 감정가액을 증여재산가액
병영은 울산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다. 그 대표적 상징물 중 하나가 바로 올해로 축성 606주년을 맞이한 ‘병영성’이다.오늘날 ‘병영’이라는 지역명을 짓게 한 병영성은 조선 태종 17년인 1417년에 경상좌도 병마도절제사영이 옮겨 오면서 축성됐다. 당시에는 병영 바로 아래가 바다였고 지금의 병영성 북문까지 배가 드나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병영성은 수로를 지키는 대표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이런 병영성은 역사에서 많은 부침을 겪어 왔다. 특히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지금의 학성공원에 ‘왜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