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松花)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박목월의 시 ‘윤사월’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요즘 송홧가루와 황사가 뒤섞이면서 울산 전체의 시야가 종일 희뿌옇다. 시(詩) 속의 산지기 외딴 집에도 송홧가루가 노랗게 내려 앉았으렸다. 서정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이 시의 주인공은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 어쩐지 영화 ‘서편제’(1993년 개봉)의 주인공 송화(松花 오정해 분)와 오버랩된다.“사람의 가슴을 칼로 저미는 것처럼 한이 사무쳐야 되는
영남알프스가 연두색 물감으로 물들고 있다. 아직 정상부근은 겨울빛을 띠고 있지만 며칠 안 있으면 영남알프스는 온통 연두세상으로 변할 것이다. 마을에 심어져 있는 감나무에는 연한 감잎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다. 초봄 울긋불긋 화려했던 봄 꽃에 이어 사월 연두세상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나뭇잎은 사월에도 청명과 곡우 사이에/ 돋는 잎이 가장 맑다/ 연둣빛 잎 하나하나가 푸른 기쁨으로/ 흔들리고 경이로움으로 반짝인다/ 그런 나뭇잎들이 몽글몽글 돋아나며 새로워진 숲/ 그런 나무들이 모여 이루는 산은/ 어디를 옮겨놓아도 한 폭의 그림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의 구절이 마치 시 제목처럼 여겨지는 시(詩) ‘황무지’. 시인 T.S.엘리엇은 4월을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계절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라일락은 강인한 생명력과 향기를 갖고 있다.라일락(lilac)은 영어 이름으로 ‘푸르스름하다’는 뜻의 아라비아어에서 왔다. 프랑스어로는 ‘릴라(lilas)’라고 한다. 현인이 부른 노래 ‘베사메무쵸’의 가사에서 ‘리라꽃
오는 5일은 식목일(植木日)이자 청명(淸明)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한식((寒食)이다. 이 맘 때가 되면 전국적으로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지난 2일에는 전국적으로 3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엄청난 산림을 태웠다. 울산소방본부는 청명·한식을 앞두고 산불 특별경계근무를 할 예정이다. 옛말에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시기에 나무를 심으면 쑥쑥 잘 큰다는 뜻이다. 그러나 울창하게 잘 키운 나무도 조그만 불티 하나로 순식간에 불타버리는 것이 나무다.
코로나19가 끝나가서 그런지 벚꽃 명소마다 인산인해다. 경상일보 앞 무거천변은 그야말로 벚꽃 세상이다. 하천의 모습이 弓(궁) 자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겨 궁거랑이라고도 불리는 무거천은 오수만 흐르던 하천이었는데 남구청의 노력으로 대변신을 했다. 이처럼 울산의 모습은 나날이 꽃동네로 변해가고 있다. 꽃이 많이 피는 곳에 사는 사람은 아무래도 정서가 곱다.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매화가 지고나니 목련이 피고, 목련이 지고나니 개나리가 피었다. 조금 있으면 온 산천에 화려한 벚꽃이 피고 이어서 꽃잎들이 눈보라처럼 휘날릴 것이다. 이은상은 시 ‘개나리’에서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답장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을 차마 쓰기 어려워서’라고 썼다. 이렇게 올해 봄날도 시나브로 가고 있다.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는
며칠 한낮 기온이 20℃를 웃돌더니 목련이 활짝 피었다. 목련(木蓮)은 글자 그대로 나무에 피는 연꽃이다. 6개의 꽃잎이 봉오리를 터뜨리면 연밭의 연꽃처럼 나무에도 연꽃이 핀다. 중국에서는 백목련을 두고 목란(木蘭)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백목련의 향이 마치 난초와 같다해서 붙여졌다. 우리나라 식물도감에서는 꽃봉오리가 붓을 닮았다 해서 목필(木筆)이라 부르기도 했다. 영어로는 매그놀리아로 부른다. 매그놀리아는 지난 1999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다.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
어제는 개구리와 뱀, 각종 벌레 등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깜짝 놀라 깨어난다는 경칩이었다. 경칩(驚蟄)은 원래 에 열 계(啓)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그러다가 한(漢) 경제(景帝)의 이름인 ‘啓(계)’를 피휘(避諱)해 놀랠 ‘驚(경)’자를 써서 경칩(驚蟄)이라 했다. 피휘는 임금이나 높은 이의 이름을 피하는 것을 말한다. 휘(諱)는 원래 군주의 이름을 일컫는 말이다.옛 사람들은 경칩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기어 나온다고 생각했
매화가 피고 산수유의 봉오리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 맘 때가 되면 시골 마을에는 꽃 향기 대신 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불쾌한 냄새이지만 농부들에게 거름 냄새는 향긋하기만 하다. 거름 냄새가 많이 나는 마을일수록 부지런한 농부가 많다.늘그막의 아버지/ 벗어놓은 양말이며 옷가지에서/ 거름냄새가 났다/…// 아버지가 앙상한 등짝으로 부려놓은 풀 더미에 가축 오줌과 똥을 잘 섞는다 각자의 냄새를 지켜내겠다고 서슬 퍼렇게 날뛰던 것들이 오래 지켜온 습성을 버리기 시작한다 저마다의 냄새로 진동하던 것들이
지난 19일은 우수(雨水)였고, 20일은 음력 2월1일인 머슴날이었다. 우수는 눈이 녹아 비(雨)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水)이 되는 날이다. 필자가 사는 등억마을 신불산 꼭대기에는 그 동안 쌓여 있던 눈이 거의 녹았다. 산 아래 작괘천 얼음은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고, 밭머리에는 거름이 산더미로 쌓였다. 바야흐로 농삿일이 시작되는 계절이다.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가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운 핏줄을 타고 오기에/ 호흡은 가빠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2월 중순을 맞아 텃밭을 가꾸는 자칭 농사꾼들의 일손이 바빠졌다. 이 맘때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바로 양파 관리. 울산시농업기술센터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생육재생기’ 양파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생육재생기’란 겨울을 지나 새순이 올라오는 시기를 말한다.양파는/ 매운 겨울을 품고 있다/ 양파의 맛이 저리 아린 건/ 서릿발 진 밭에서 많은 밤 지샌 까닭이다/ 양파를 썰다가/ 찔끔, 눈물이 돋기도 하는 건/ 저 하얀 속살 켜켜이/ 서린 눈물 가득 스며 들기 때문이다/ 수십 년 함께 살아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지난 4일은 입춘(立春)이었다. 일주일 전에는 통도사 홍매가 피어서 미리부터 봄을 알렸다. 입춘의 春(춘)은 日(해 일)자와 艸(풀 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새싹이 햇살을 받으면서 돋아나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원래 갑골문으로 새겨져 있는 이 글자는 문자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이 갑골문의 그림이 세월이 흐르면서 해서체 ‘春’으로 바뀐 것이다.봄은 영어로 ‘spring’이라고 한다. 봄 외에도 ‘용수철’ ‘옹달샘’이라는 뜻도 있다. 그렇다면 용수철은 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용수철(龍鬚鐵)의 용수(龍鬚)는 돌돌 말린 용(龍)
설을 전후해 혹한이 몰아치더니 입춘을 앞두고 다시 포근해졌다. 통도사 영각 앞 홍매도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다. 370여년 통도사 한켠을 지켜온 홍매의 이름은 자장매(慈藏梅).영축산 통도사 영각 앞, 자장대사 닮은 한 그루 고매(枯梅)/ 한 해를 기다려 오늘 아침 환하게 불 밝혔다/ 새벽부터 찾아온 이들이 저마다 서둘러 카메라에 담아간다/ 그들이 간밤에 지은 죄의 무게만큼 마음 내려놓고 간 뒤/ 비로소 영각 안 부처님도 매향공양 받으며 홀로 미간 붉히신다 ‘통도사 자장매탐매시(探梅詩)1’ 전문(이구락) 통도사 홍매는 2월 초순에 피
설 대목이면 영락없이 나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뻥튀기 할아버지다. 장터 한 구석에 자리를 지키는 뻥튀기 장수의 모습은 설 대목의 풍경과 오버랩된지 오래다. 설이 없어지지 않듯 뻥튀기 장수의 “뻥이요”하는 소리도 메아리처럼 오래 간다.내가 그를 뜨거운 세상 속으로 밀어 넣기 전에는 그는 다만 작은 한 알의 씨알에/ 불과 했다// 내가 그를 그 뜨거운 세상 속에서 큰소리로 불러냈을 때 그는 한순간 내게로 와서/ 뻥튀기가 되었다// 내가 화탕지옥 속에 있는 그의 이름을/ 뻥이요, 큰 소리로 불러준 것처럼/ 누가, 보잘 것 없는 내 이름
지난 6일은 소한(小寒)이었다. 절기상 대한(大寒)이 가장 추워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한이 더 춥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에 얼어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죽은 사람은 없다’라는 속담은 1월 초순의 추위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잘 말해준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소위 말하는 ‘북극 한파’가 밀려내려와 일찌감치 추위를 실감케 했다.국으로 부엌에 드는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간밤 술을 쥐어박는 어머니의 칼질 소리/ 그 사이/ 쇠죽은 다 끓고/ 워낭이/ 흠흠 웃고/ 눈이 제법 쌓이는 걸, 싸락싸락 싸리비 소리/
올해는 토끼해, 다른 말로 하면 계묘년(癸卯年)이다. 토끼띠인 필자에게 토끼는 일상생활에서도 늘 접해온 동물이었다. 집에서 키우는 토끼도 있었고, 근처 산에도 토끼가 많았다. 요즘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산토끼를 잡으러 온 산천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동요에 나오는 토끼는 어쩐지 다른 토끼와 다르다는 느낌이 있었다.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돛대도 아니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윤극영의 동요 ‘반달’은 1924년에 발표된 것으로, 전 국민들에게 애송됐다. 가사 내용을
동지도 지났고, 크리스마스도 지났다. 남은 날은 불과 5일. 한 해를 마무리지어야 할 때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과이불개는 논어 위령공편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원문은 ‘過而不改(과이불개) 是謂過矣(시위과의)’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라는 뜻이다.2위는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欲蓋彌彰)’이었고, 3위는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을 의미하는 ‘누란지위(累卵之危)’였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대부분 정치나 사회 부문을 압축해 표현한다는
오는 22일은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한다는 동지(冬至)다. 이날을 기해 해는 조금씩 길어진다. 속담에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 말이 있다. 노루꼬리는 자세히 보면 정말 짧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면 언젠가는 봄이 온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는 속담도 있다. 동지가 되면 만물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문풍지 흐느끼고/ 자리끼 얼던 동지/ 팥죽 새알 먹으면서/ 어른 된다 좋아하던/ 포근한 그때 그 시절/ 꿈결에서 만날까// 솔가지로 흰 눈 위에/ 흩뿌린 동지팥
과메기 철이 돌아왔다. 필자의 가족은 IMF시절 조그만 소주방을 운영하면서 과메기를 팔았던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았을 때였다. 원래 과메기는 청어를 사용하는데, 청어가 워낙 귀해 꽁치를 사용했다. 삼산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짚으로 엮은 꽁치를 몇 두름 사와 천장에 걸어놓으면 한 열흘 동안 기름이 줄줄 빠졌다. 이를 가위로 머리와 꼬리, 등뼈, 배 부분을 발라내고 푸른색의 껍데기를 벗겨내면 훌륭한 음식이 됐다.요즘 과메기는 미리 몸통을 쪼갠 뒤 바닷가 덕장에서 말리는 것이 보통인데, 사실은 통마리로 말려야
12월 들어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운 날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가 연탄이다. 연탄은 무연탄을 가루로 만든 다음 점토와 섞어 원통형으로 가공하고, 그 가운데 구멍을 뚫은 것이다. 구멍을 뚫어놓으면 연탄이 잘 타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구멍을 뚫지만 잘못하면 으스러질 수도 있고 너무 빨리 탈 수도 있어 업체마다 구멍 수를 조절한다. 구멍은 처음 9개로 시작됐으나 점차 19, 22, 25, 32 공탄까지 나왔다. 구공탄은 처음에 나온 구멍 9개짜리 제품이다. 지금은 22공탄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연탄(煉炭)은 무연탄(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