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근무하면 예기치 못한 많은 일이 생긴다. 학생들이 있는 교실은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다. 어디서 무슨 일이 있어도 놀랍지 않다. 무엇을 상상해도 상상 밖의 일이며 무엇을 기대해도 그 이상이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어른이 감히 생각하거나 예상할 수 없다. 그들의 창의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것이다.필자는 올해 4학년을 맡은 담임 교사이다. 고학년을 선호하는 성향이라 4학년을 맡게 되었을 때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혹시 너무 무서운 선생님일까, 혹은 너무 많은 자율성을 주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필자가 얼마 전 일본 오사카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오사카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오사카성을 방문했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생소한 장면을 목격했다. 호수에서 배를 타는 모습은 많이 봤어도 성에서 배를 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오사카성을 둘러싼 물길인 ‘해자’에서 보트를 타며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일본 성(城)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해자는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물길이다. 산성 위주의 우리나라에서는 해자를 보기 쉽지 않다. 정유재란 때 일본군이 축조한 울산 학성은 토루와 목책, 그
4월10일에 있을 22대 총선의 출마자는 전부 몇 명이나 될까. 비례대표를 포함해 604명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적다. 그 정도의 숫자라면,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604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3월31일자 모 신문에 의하면 604명 중 정당의 추천을 받고 출마하는 법조인의 숫자는 103명이라고 한다. 전체의 17% 가량이다.8년 전의 20대 총선에서는 126명이 출마했고, 4년 전의 21대 총선에서는 118명이 출마했는데, 이번 총선에는 103명이 출마했으니 갈수록 법조인 출
몇 년 전, 울주군 두서면 서하리 방말마을 언덕에 서어나무 노거수를 보러 갔다가 큰 살구나무꽃을 보았던 기억이 났다. 3월 마지막 주말 아침 살구나무를 찾아갔다. 크고 둥근 나무 위로 흰 꽃을 피워 마을 입구에서부터 날보란 듯이 손짓하고 있었다.4월에 꽃이 피는데 바쁘게 꽃을 낸 살구나무는 마을 경로당 남쪽 주택가(방말길 23-1)로 들어가는 오르막길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가슴높이 둘레 185cm, 키도 8m나 된다. 수령은 정확하지 않으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면 대략 8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짐작된다. 수피가 뒤틀린 모습이나
이제 일상에서 드론은 낯설지 않다. 드론이 촬영한 항공영상을 통해 우리가 보는 시선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드론축구에서 드론레이싱까지 취미나 레저로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드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울산은 국토부의 2023년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 우수사례 지자체로 선정됐는데, 광역시 중 유일했다. 재난안전도시로서 원전사고를 대비한 50㎏의 방호장비를 배송하는 드론, 불법 드론에 대응하는 안티드론 운용, 영남알프스 조난자를 수색, 구조하는 사업 등의 성과가 빛을 보았다. 올해는 울주군이
며칠 전 지역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울주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관내 363개 마을의 비법정 도로가 1000만㎡나 된다는 내용이었다. 비법정도로는 새마을 사업 때 확장되었으나 소유권과 지목 등 지적공부 정리가 되지 않고, 따라서 행정에 의해 지정 고시나 공고가 되지 않은 도로 같은 것이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차가 다니는 멀쩡한 도로지만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거나, 사유지가 편입되었다는 이유로 땅 주인이 막아서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도로는 주민 불편과 갈등유발, 재산권 행사 등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지만, 막상 일이
당시 심산이 머물렀던 백양사는 울산 유림들이 활동했던 향교와 지척 간이었다. 걸어가더라도 20~30분 남짓 거리였다. 따라서 울산 유림 중에는 우리나라 유림의 거두였던 심산을 찾아가 그를 위로하고 또 항일의식을 키웠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일부는 군자금을 전달했을 것이지만 이에 대한 얘기가 구전으로만 전해 올 뿐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울산에는 아직 파리장서 사건 관련 기념탑이나 기념관이 없다 보니 파리장서의 역사적 의미를 아는 시민이 없다. 아쉽게도 파리장서 흔적이 그나마 남아 있는 입암마을이 곧 아파트 단지
오래전 어둠이 내린 서울역을 나서며, 맞은편 ‘서울스퀘어’ 건물의 거대한 외벽을 가득 채운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를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깊게 남아 있다. 이제는 전국의 많은 상업건물, 공공건물, 공공공간에서도 다양한 미디어파사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디지털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화려하고 사실적이며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미디어파사드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다.미디어파사드란 대중매체를 의미하는 미디어(Media)와 건물의 정면을 의미하는 파사드(Facade)가
‘파리장서 사건’은 3·1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국내 유림이 중심이 되어 벌였던 항일운동이다. 이 운동에는 울산 유림 역시 직·간접으로 많이 참여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벌여오고 있는 기념사업이 아직 울산에는 없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울산 출신으로 이 운동에 직접 참여한 유림으로는 석암 이규린과 가산 이우락이 있다. 이들 둘은 이 운동 참여로 옥고를 치렀는데 이중 석암은 1차 파리장서 사건에 직접 서명까지 했다.이외에도 당시 입암에 살았던 문암 손후익 역시 이 운동에
공무원 A씨는 직장에서 근무평정을 지속적으로 상위등급을 받고 실제 승진도 빨랐다. 이런 A씨가 육아휴직 후 복귀하니 근무평정은 관행에 따라 최하위 등수로 매겨졌다. B씨는 육아휴직 전에는 근무평정을 잘 받아서 승진후보 명부에서 2번이었는데, 복직 후에 5번으로 밀려나 결국 승진이 2~3년 이상 늦어지게 되었다. C씨는 아이를 세 명을 낳았는데, 쌍둥이(둘째와 셋째)가 미숙아로 태어나 잔병치레가 많고, 산모도 몸이 좋지 않아 3년간 휴직했는데, 그중에서 1년간만 휴직 수당이 나와 큰 어려움을 겪으며 육아해야 했다. D씨는 육아휴직에서
이 글을 쓰기 위해 울산대 중앙도서관에 있는 ‘근현대 희귀도서’ 컬렉션을 톺아보고 있을 때다. ‘ 재판본 2억 5000만원에 낙찰’이라는 인터넷 신문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는 1908년 간행된 재판본이 온라인 경매에서 2억5000만원에 낙찰됐으며 이는 근현대문학 경매 최고가 기록이라고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는 김소월의 시집 (1925)이 1억6500만원으로 종전의 최고가 기록(?)이었다고 덧붙여 놓았다.한국 근현대소설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지만, 근대문학 작품이 이렇게 엄청난 금액에
6년 전 울주군은 지금의 신불재 노선이 부적합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직접 밝힌 바 있다. 2018년 ‘행복케이블카 사업’은 공영개발로 추진했으며 울주군이 사업 주체였다. 당시 울주군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청)에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서(표 11.1-5, 표 11.1-6)에 보면 지금의 신불재 노선은 울주군이 검토했던 11개 가능 노선 중에서 8번 노선이었다. 이 8번 노선에 대해 울주군은 상부정류장에 내린 등산객들의 등산로 이탈 우려, 공룡능선에 지주가 들어섬으로써 경관 훼손, 협소한 조망권(이는 곧 사업성과 직결됨) 등의 부적
지난 3월21일,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법(antitrust law) 위반을 이유로 자국 기업 애플(Apple Inc.)을 제소했다. 애플이 독점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폐쇄적인 아이폰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 합법적이었는지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소장(訴狀, complaint)에서 미국 정부는 애플이 하나의 스마트폰 앱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혼합 구동 방식의 앱을 뜻하는 수퍼 앱(super app)들이 작동할 수 없게끔 차단했고, 스마트폰 앱이 기능하기 위해 필수적인 모바일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대학에서 말하기 강의를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보여 주는 영화 한 편이 있었다. 2010년에 개봉한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란 영화다. 2011년 여러 영화상을 휩쓸었으며 7개의 골든 글로브상을 받은 영화로 연설 때마다 말을 더듬는 영국 왕 조지 6세의 언어치료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연설은 한 사람이 대중들에게 자기의 주장을 펼치고 감동을 주고 설득하는 화법이다. 따라서 넓은 공간과 불특정다수에게 하는 말하기란 특수성을 가진다. 연설은 웅변술과 수사학과 함께 기원전 로마시대를 거쳐 중세 유럽의 대표적인 말하기의 하나였다. 세계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적 이상기후가 전혀 새롭지 않은 요즘 하다 못해 꽃까지 말썽이다. 따뜻해진 날씨로 봄꽃이 빠르게 개화될 것으로 예상해 3월 말로 앞다퉈 봄꽃축제를 앞당겼는데, 꽃이 피지 않아 전국 축제현장은 울상이다. 울산의 대표 벚꽃 축제인 울주군 작천정 벚꽃 축제는 지난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데, 아직 벚꽃이 개화된 곳은 부산과 경남 진해, 하동뿐 앙상한 나뭇가지로 찬바람이 쌩하다.보통 벚꽃이 개화했다는 것은 기상청이 지정한 표준관측목 가지 하나에 3송이 이상 꽃이 활짝 필 경우는 말하는데, 군락지의
최근 울산지역 기초자치단체가 준고속철도 KTX-이음 노선의 완전 개통을 앞두고 정차역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곤 한다. 이러한 뉴스를 듣게 되면, KTX-이음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울산역에서 타는 KTX와 같겠지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철도사업법’ 제4조의2에 따르면, 철도차량은 운행속도를 기준으로 고속철도차량, 준고속철도차량, 일반철도차량으로 분류되고, 이는 차량이 운행하는 최고속도에 따라 결정된다.고속철도차량은 최고속도가 300㎞/h 이상으로 운행하는 차량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결정자(시장)의 철학을 담은 정책(시정) 방향과 목표를 발표하곤 한다. 대체로 포괄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세부 정책을 마련한다. 일종의 공약이다. 이러한 세부 정책과 공약은 핵심 간부 공무원과 공약 관련 부서의 소수 공무원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본청을 제외한 기초 지자체 및 산하기관들은 대표적인 정책과 목표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만, 세부 전략까지 이해하기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 하물며 시민들의 생소함은 더욱
살다 보면 여러 면에서 좋아 보이는 것들이 있다. 모자 중에서도 있고 외투 중에서도 신발 중에서도 안경 중에서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내가 보기에 좋아 보인다는 것은 나의 취향일 수도 있지만 대중의 취향일 때가 많이 있음을 느낀다. 대중의 눈에 좋아 보이는 것들은 작은 관심이었지만 이내 유행이 된다.유행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좋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행이라는 단어가 왜 생겼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유행이 먼저인지 제품이
오늘은 울주군이 삶으로 스며드는 문화예술 일상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울주문화배달’ 4기의 발대식이 있는 날이다. 올해에는 ‘울주공연배달’에 참여할 예술단체 23팀과 ‘문화놀이배달’에 참여할 문화활동단체 15팀과 함께 노인정, 복지관, 마을회관, 공원 등 주민이 신청하는 곳이 어디든 다양한 공연과 문화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필자는 재단 출범부터 ‘울주문화배달’ 사업을 준비하면서 일상 속에서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없는 주민들에게는 전문성 있는 문화를 제공하고 지역예술인들과 문화활동가들에게는 연간 일정 횟수 이상의 예술 활동 기회를
정원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지구정원사’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지구가 하나의 정원이라고 말하는 순간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 정원사가 되는 것입니다.” 질 끌레망이 던진 이 말은 지구를 하나의 큰 정원으로 바라보고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이 추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큰 화두를 던진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공간이라는 틀에 갇힌 생각을 벗어나 식물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자연 그 자체의 모습을 정원이라는 공간에 담아내고자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정원조성에 중요한 것은 화려한 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한다.자연주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