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시행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는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가 아닌 지역에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와 함께 3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기부금 상한액은 1인당 연간 500만원이고, 10만원을 초과한 액수는 16.5%를 공제받는다. 고향사랑기부제라고 해서 반드시 ‘내 고향’에만 기부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늘 재정 적자에 허덕여 온 지자체에게는 유용한 수입원이자 든든한 관계인구를 형성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여기서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이주하거나 정착하지 않아도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갈 때면 항상 잡지를 펼쳐 든다. 어떤 종류의 잡지든 누군가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 있고, 대상자가 누구든 인터뷰를 읽는 것을 매우 즐기기 때문이다. 인터뷰의 대상이 되는 누군가는 고심 끝에 대답을 내놓은 것일 테고, 나는 짧은 시간에 그들의 깊은 고민이 담긴 대답을 듣게 되니 그야말로 효율적인 이야기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몇 주 전, 방문한 미용실에서 어김없이 잡지를 집어 들었다. 인터뷰를 찾아 페이지를 넘기던 중 우연히 안효섭이라는 배우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언제인지에 대한 그의 답변이 인
예술인들에게도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며 성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예술인들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바쁘고 비슷한 시기에 한가한 편이다. 활동의 빈도나 밀도가 높은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다. 주로 작품발표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하반기는 성수기, 지금과 같은 연초는 비수기라고 할 수 있다.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각 지역의 문화재단,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하는 예술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업들은 보통 전년도 12월 전후 또는 당해 연도 1~2월경에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 그 후에 작품을
지난달 22일, 의료법 관련 대법원 판결이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는데, 기존의 판례를 뒤집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파기·환송된 것이다.이전에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해서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의료행위의 가변성, 학문적 원리와 과학기술의 발전, 사회적 제도와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해 이전의 판단기준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한의사와 관련된 판결은 아니었지만 의료법 관련 대법원의 판단
최근 청소년의 근로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이 처한 노동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현장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근로자에게도 때때로 열악하고 위험하다.여성가족부(2019)가 청소년 보호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청소년이 ‘참으면서 계속 일했다’는 응답이 70.9%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묻고 따졌다’는 응답은 8.4%에 불과했다. 참고 일한 이유는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거나, 항의나 신고가 별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청소
간절곶 겨울바다를 마주보고 있는 작은 호텔 연회장. 인근 농어촌마을 주민들이 작은 무리를 이뤄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이런 호텔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모처럼 나들이 나온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니 이른 아침 호텔 로비에 활기가 돈다. 시간에 늦었다고 타박하면서도 늦게 온 이의 팔짱을 끼며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들어서며 서로에게 눈인사를 건내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가 진행한 ‘농어촌마을 방문약료 시범사업’ 결과를 직접 참
스마트폰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기기의 사용 확대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는 하나 이상의 카메라가 쥐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는 점점 옅어지고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사진은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쉽고 기술 습득이 용이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 예술 분야에서 매체로 활용된다. 결국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사진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나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15년 이상 사진 활동을 이어오고
도하의 기적이 다시 한 번 일어났다.외국 유명 스포츠 배팅 업체들은 조별예선 3차전을 앞둔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9% 이하로 예측했지만, 포르투갈을 2대 1로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의 부상투혼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대한민국 언론에서는 손흥민 선수의 부상이 안와골절(眼窩骨折, Orbital Fracture)이라고 보도를 하고 있지만,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인 토트넘에서는 부상 부위를 ‘왼쪽 눈 주위의 뼈’라고 발표했다. 엄밀하게 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안면골절(顔面骨折, f
최근 들어 청소년 범죄가 저연령화·흉포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성인들의 수위를 넘나드는 지능적인 범죄를 저질러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발표했고,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반대의견을 냈다.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말하며, 범죄 행위를 했어도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으로 끝나는 대상을 말한다. 대법원 자료에 의하면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2017년 7896건, 2021년 1만2501건으로 지난 5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었다
울주군 서생면의 한 어촌마을 경로당. 주민들의 웃음소리로 왁자하다. 바다에서 수거한 폐그물을 활용해 공예품을 만드는 날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비마을기업으로 첫 발을 뗀 간절곶실나라공방 협동조합의 핵심사업이다. 경로당에 들어서니 10여명의 경로회 회원들이 둘러앉아 해변에서 주운 조개껍데기와 깨진 유리병 조각, 폐그물로 속을 채운 손뜨개 인형들을 폐그물 가닥으로 이어 공예품을 만들고 있었다.어촌마을에서 폐그물은 골칫덩이다. 어민들의 생업에 유용한 도구지만 낡은 그물을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소금기가 있는 산업폐기물을 태우거나 땅에
2001년 11월7일, 나 역시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렀고 사진학과 입시를 위한 지독한 실기 준비를 했었다. 그 뒤에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작업실에서 공부하던 입시생들을 멀찍이서 지켜본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미술대학 입시생이 된 딸을 바라보는 엄마가 된 올해, 내가 수험생이던 그때보다 마음만은 더 힘들었다. 바로 오늘 수능시험을 치러 갔다. 사실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기에 매진한 딸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기 어려운 시간들이었다.이름난 미대에서는 이제 실기 시험이 사라지고 있고, 실기 전형이 있는 시험장에는 입시 미술을 달달
지난 10월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참사에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고인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과 주변 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 또한 부상을 당한 분들이 완쾌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전 세계에서 홍수, 태풍, 가뭄, 산불, 지진 등 자연재난과 테러, 사고, 전쟁 같은 사회재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도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재난이 지속 중이고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한 사회재난이 계속되는 중이다. 재난은 광범위한 지역에 심각하고 다양한 피해를 발생시키며, 이전 상황으로 회복하는 데
최근 우리사회의 큰 사고들로 위험관리(Risk Manegment)와 위기관리(Crisis Manegment)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와 닿는다. 일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사고나 위험에 직면할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사고나 위험이 발생하고 나서야 그 대책을 수립하거나 경각심을 일깨우곤 한다.개인이나 조직은 물론 어느 누구나 위험이 전혀 없는 상태는 존재할 수 없다. 위험관리에서 예방이 최선이지만, 위험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고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또한 위험관리의 기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하 ‘기업’)들이 존재한다. 도처에 널려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정신을 복원하거나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한다. 말은 그렇다.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이에 속한다. 대부분 개인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금조달을 위해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다수가 공동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임원들이 생업을 가진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고, 시간이 나면 도와주는 수준이다. 월급 받는 직원이 없어서 대표
지난 2주간 울산문화예술회관 제 3전시장에서 두 번의 사진 전시회를 치렀다. 울산젊은사진가협회와 울산여성사진가회의 전시에 기획, 작가, 운영 등의 역할로 참여했다. 두 단체 모두 수년간 내가 깊이 관여하는 단체로 매년 꾸준히 정기전을 개최하는 사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회는 주로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이루어진다. 20년 남짓한 시간동안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울산의 문화예술 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참여 예술인들의 성장은 물론이고 관객들이 예술을 즐기는 자세 또한 좋은 의미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부터 세계 노인의 날인 10월2일에 그해 100세를 맞이하는 어르신들에게 청려장을 수여한다. 올해는 10월2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지난 5일 노인의 날 행사가 개최됐다. 필자의 할머니께서도 청려장을 받으셔서 개인적으로는 기뻤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장수가 축복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된다. 특히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해놓지 못해 힘겹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필자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오는 사람들도 한의원에 걸려있는 할머니의 사진을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자원봉사는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발적 행동으로 자신의 이익보다는 사회 구성원 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활동이다. 자신의 지식·재능·열정으로 대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남을 돕는다는 의미다. 이는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관계라기보다 인간적인 선행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다.인간의 삶이 자아실현을 위한 잠재적 가능성의 과정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이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합리성으로 보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발휘함으로써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에 이른다고 했다
내년 1월1일,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다. 납세와 기부가 혼합된 제도라서 먼저 시행한 일본처럼 고향세라 불리기도 한다.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가 아닌 지역에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와 함께 3만원 상당의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13만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기부금 상한액은 1인당 연간 500만원이다. 10만원을 초과한 액수는 16.5%를 공제받는다. 답례품은 기부금의 30%까지 제공할 수 있다.인구감소와 함께 초고령지역이 된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를 열악한 재정을 보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
“한바탕 통곡하기 좋은 곳이로구나!”사방을 둘러보아도 끝없는 지평선. 난생처음 광야를 마주한 연암 박지원은 문득 통곡하고 싶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쁨과 설렘으로 울고 싶어진 것이다. 연암이 벅찬 마음으로 통곡하고 싶었던 것처럼 슬픔, 사랑, 분노, 기쁨, 미움 등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극에 닿으면 울음이 된다. 울음은 가장 강력한 육성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지고한 언어다.하지만 우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남에게 눈물을 보이는 것을 나약하고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
“어떤 일 하세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으레 가볍게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망설일 때가 많다. ‘일’이라는 것은 적절한 보수를 받기 위해 어떤 장소에서 머리나 몸을 쓰는 활동을 말하는데 하나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직장이나 직업군의 명칭으로 대답한다. 내가 ‘나의 일’에 대해 “사진작가입니다!” 단 한마디로 답하지 못하는 것은 일정치 않은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본격적인 예술·경제·사회 활동을 시작한지 7년 남짓한 지금 나는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