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굴 철이다. 굴은 김장은 물론 굴전, 굴국밥, 굴파전 등 어디 안들어가는 데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세계 최대의 굴 생산·소비 국가로 꼽힌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이탈리아인 알베르토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수산시장에서 굴을 까서 그냥 마구 먹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한 점에 5000원이나 하는 고급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모습이 신기했다는 것이다.치과 치료를 한 남편을 위해/ 만든 연하고 향기로운 굴전/ 음식은 배려 친절이다// 어릴 적 굴 안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어 너무 맛있
어제는 겨울로 들어간다는 입동(立冬)이었다. 그러나 계절은 아직 낙엽 휘날리는 만추(晩秋)다. 은행잎이 땅위를 노랗게 뒤덮고, 도로변에는 한번씩 불어오는 바람에 가로수 낙엽이 나뒹군다. 바야흐로 추풍낙엽의 계절이다.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지난 2019년 9월 광화문글판에 이생진 시인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의 글귀가 올려졌다. 이생진 시인은 또 다른 시 ‘낙엽’에서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그 때가 좋은 때다/ 그 때가 때 묻지 않은 때다/…”고
어제는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이날은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이 가장 많이 불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잊혀진 계절’보다는 ‘시월의 마지막 밤’으로 더 알려진 이 노래는 원래 가사가 ‘구월의 마지막 밤’이었는데 음반 발매 시기가 한 달 늦춰지면서 ‘시월의 마지막 밤’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1982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40년이 지나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용은 지금도 10월만 되면 공연 스케줄이 폭주한다고 한다.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
멀리 늦가을 산에 오르니 돌길 비껴있고(遠上寒山石徑斜)/ 흰 구름 이는 곳에 몇 채의 인가(白雲生處有人家)/ 수레를 멈추고 앉아 늦은 단풍을 구경하나니(停車坐愛楓林晩)/ 서리 맞은 단풍잎 이월의 꽃보다 더 붉네(霜葉紅於二月花)‘산행(山行)’ 전문(두목)그제는 상강(霜降)이었다. 서리 상(霜)에 내릴 강(降),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절기가 바로 상강이다. 서리가 내리는 상강 무렵이면 온 산은 붉게 타오른다. 두목은 시 ‘산행(山行)’ 마지막 구절에서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라고 읊었다. 서리 맞은 단풍잎이 이월 꽃보다 아름답
이 맘 때면 감나무에 감이 그림처럼 익는다. 그 중에는 단감과 떨감이 있는데 단감은 진영 단감처럼 그 종자가 원래부터 단(甘) 감이다. 이에 반해 떨감은 우리나라의 재래종으로 그 맛이 몹씨 떫다. 떨감은 맛이 떫다고 해서 삽시(澁枾)라고 부르기도 한다. 떨감은 하도 떫어서 소금물에 담가서 떫은 맛을 없애기도 하는데, 이를 침시(沈枾)라고 한다.떨감은 땡감이라고도 부른다. ‘땡’이라는 접두어는 ‘독하다’ ‘덜 익었다’는 뜻이다. ‘땡’자가 들어간 단어로는 땡벌, 땡감, 땡볕, 땡초, 땡중 등이 있다. 우리나라 감은 대부분 떨감이다.
요즘 가을 들판에 코스모스가 지천이다. 태화강국가정원 코스모스 밭에 들어서면 주변은 온통 푸른 하늘과 울긋불긋한 코스모스 뿐이다. 문득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마음과 몸은 더욱 정결해지는 느낌이다. 코스모스와 가을하늘은 단짝이다. 하늘은 코스모스를 비춰주고 코스모스는 가을 하늘을 비춘다.가수 김상희의 노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이 울려퍼지는 계절이다.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산상음악회 ‘울주오디세이’가 3일 간월재에서 열렸다. 울주 오디세이는 매년 10월3일 개천절에 열리는데 이 때는 가을 하늘이 가장 푸르고 은빛 억새가 장관을 연출해 전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가 수그러지고 실외 마스크 착용도 해제돼 많은 사람들이 실로 오랜만에 간월재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킬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일렁이는 은빛 억새밭을 거닐며 최백호의 가을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억새와 갈대를 혼동한다. 그렇지만 유심히 보면 억새와 갈대는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억새는 주로 산 능선이나 산
국화(菊花)는 원예용 국화가 있고, 들에 피는 들국화가 있다. 원예용 국화가 화장을 짙게 한 꽃이라면 들국화는 화장을 아예 하지 않은 청초한 꽃이다. 들국화는 크게 연보라색과 노란색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연보라색 들국화로는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가 있고, 노란색 들국화로는 산국, 감국 등이 있다.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다르지만, 얼핏 보면 구분이 안간다. 특히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는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힌남노에 이어 난마돌이 울산을 거쳐 지나갔다. 태풍은 서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남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속 후련한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한다. 특히 정치권이 하는 짓들을 보면 초강력 태풍이 여의도를 날려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사람이 날아갈 정도가 아니면/ 나는 태풍 속을 걷는 걸 좋아한다./ 우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 남태평양의 공기를 마시겠는가!/ 당연히, 대기(大氣)를 청소하고 재편하는 건 얼마나 기분 좋은가!/ 국가나 권력을 청소하고 재편하는 건 어려워도/ 그래서 마음은 고인 물과도 같고/ 정체되어 독한 공기와 같아
변화무쌍하다고나 할까. 가을장마가 지겹도록 내리더니 갑자기 폭염이 내리 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역대급이라는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 동남쪽을 할퀴고 지나갔다. 태풍의 생채기가 채 아물기도 전에 추석은 다가왔고, 다시 폭염이 시작됐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추석을 지난 대추나무에 붉은 대추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
벚나무가 4월을 그렇게 화려하게 수놓더니 벌써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 벚나무는 꽃이 피고 난 뒤에 비로소 잎을 내밀지만 무더운 한 여름을 견디게 해준다. 그리고 9월이 되면 군데군데 노란색으로 물들어 가을이 왔음을 직감케 한다. 귀뚜라미가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곤충이라면 벚나무는 가을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산 속 스님은 세월을 헤아리지 않고도(山僧不解數甲子 산승불해수갑자)낙엽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一葉落知天下秋 일엽낙지천하추) 이 시구는 이라는 책에 실려 있는 당나라의 이름없는 시인의 시다.
추석이 열흘 남짓 남았다. 이 맘때면 근교 야산에는 자손들이 벌초를 하면서 풀과의 전쟁을 벌인다.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왱왱거리는 벌 소리 같다. 그런데 실제로 벌초를 하다 벌에 쏘이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어떤 이는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한다.아 당신은 못 믿을 사람 아 당신은 철없는 사람/ 아무리 달래봐도 어쩔 순 없지만 마음 하나는/ 괜찮은 사람 오늘은 들국화 또 내일은 장미꽃/ 치근 치근 치근대다가 잠이 들겠지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추워요…트로트 가요 ‘땡벌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어제는 아침 기온이 20℃ 아래로 뚝 떨어졌다. 푸른 하늘은 더 높아졌고 먼 산에는 여름 내내 드리워졌던 비구름이 싹 걷혔다. 가을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구나 싶었다.오늘은 처서(處暑)다. 처서는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오는데, ‘더위(暑)가 그친다(處)’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처서매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처서매직이란 처서와 magic(마법)의 합성어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도 처서가 지나면 한풀 꺾인다는 뜻이다. 처서를 기점으로 계절은 가을 문턱을 넘게 된다.구름 위에 카메라
우스개 소리로 ‘초복, 중복, 말복 다음에 광복’이라고 했는데, 어제는 말복(末伏)과 광복(光復)이 한날이었다. 말복 또는 광복절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달라질 법도 한데 올해는 가마솥 더위가 식을 줄 모른다. 한 낮에는 매미가 악을 쓰면서 울고 하늘은 여전히 염천(炎天)이다.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말이 실감나는 시기다.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 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려놓고 갔어요/ 뭉게구름 흰 구름은 마음씨가 좋은가봐/ 솔바람이 부는 대로 어디든지 흘러 간대요 박목월이 지
7~8월 뜨거운 햇살 속에 노란빛을 자랑하며 피는 꽃이 있다. 이름하여 ‘원추리’. 휴가철인 이 맘 때면 들판에 원추리가 지천이다.원추리는 방의 섬돌 앞에서 자라고(萱草生堂階 훤초생당계 )떠난 자식은 하늘 끝을 헤매네.(遊子行天涯 유자행천애)어머니는 문에 기대어 바라보실 텐데(慈親倚門望 자친의문망)원추리 꽃은 보이지 아니하네.(不見萱草花 불견훤초화)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섭이중의 ‘유자음(遊子吟)’으로, 타관에 나간 자식이 고향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원추리는 한자로 ‘훤초(萱草)’로 표기한다. 오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견우의 노래’ 일부(서정주)장마는 끝났지만 태풍이 오락가락하면서 비를 뿌리고 있다. 내일 모레면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七夕)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은 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 열흘 이상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7월부터 9, 10월까지 석달 열흘 동안 피는 꽃이 있으니 바로 목백일홍(木百日紅)과 무궁화(無窮花)다. 요즘 울산 전역에 무궁화와 목백일홍이 가득하다. 특히 목백일홍은 장마가 끝나면서 더욱 붉은 빛으로 타올라 이목을 끈다.그러나 이 두 꽃은 자세히 보면 오히려 다른 꽃보다 빨리 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석달 열흘 동안 화려하게 피어있지만 하나하나의 꽃은 아침에 피어나 저녁에 지는 것이다. 치열하게 한 송이씩 피어
붉은 연꽃에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빗물이 푸른 연잎에 고여/ 흰 구슬을 만들고 있다오// 구슬 천 말 만 말 만들어 연못에 쏟아 붙느라/ 시골집 작은 연밭은/ 장마철만 되면 바쁘다오. -‘여름 연밭’ 전문(공광규)장맛비가 시도때도 없이 오는 계절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이 맘 때가 되면 필자의 동네 연못에는 연꽃이 피곤 했다. 빗물이 제 무게를 못 이겨 연잎을 타고 굴러 떨어지는 모습이 신기해 한 참 동안이나 지켜보곤 했다.연꽃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다. 연꽃은 10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
울타리에 가려서/ 아침 햇볕 보이지 않네// 해바라기는/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해바라기’ 전문(오장환)마른 장마가 계속돼서 그럴까. 곳곳에서 해바라기가 쑥쑥 자라고 있다. 신현정 시인은 ‘해바라기 길 가다가/ 서 있는 것 보면/ 나도 우뚝 서 보는 것이다~’고 했다. 필자는 어렸을 적 해바라기꽃을 올려다 보며 나도 이만큼 클 수 있을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해바라기는 여름날 소나기가 한차례 퍼붓고 나면 또 그만큼 컸다.해바라기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유명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 소비량의 52%를 책
7월로 접어들자 도라지가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도라지꽃은 영어로 ‘balloon flower’이라고 하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풍선꽃’ 쯤 된다. 막 개화할 때 쯤 한껏 부풀어오른 꽃봉오리를 엄지와 검지로 지그시 누르면 ‘펑’하고 터진다. 필자는 어렸을 적 집 앞 도라지밭에 들어가 꽃봉오리를 모조리 터뜨리다가 아버지한테 혼줄이 난 적이 있다.산속에 핀 도라지꽃/ 하늘의 빛으로 물들어 있네// 옥색치마 여민자락/ 기다림에 물들어 있네 물들었네// 도라지 꽃 봉오리에/ 한 줌의 하늘이 담겨져 있네// 눈빛 맑은 산노루가/ 목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