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여지없이 “돈 많은 백수요.”나 “건물주요.”라는 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고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프로게이머, 공부에 한창 열을 올리는 학생들은 의사가 되겠다고 한다. 몇몇 조용한 학생들은 평범한 회사원이 될 거라고 한다. 유행처럼 유튜버나 틱톡커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이 늘었고, 아이돌을 뽑는 치열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로 가수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은 줄었다.이 어린이들은 자라서 여건과 능력에 맞춰 결국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릴 적 꿈과 일치
우리가 어떤 것을 모르고 있는 이유는 대개는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지는 단순히 지식의 결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지 모른다. ‘알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으로 한결같이 노력해 온 결과가 바로 무지일 수 있다. 무지는 나태의 결과가 아니라 근면의 성과라고 한다면 부인할 수 있을까?나의 경우는 부인할 수 없다. 부지런히 외면했던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습 방법을 제안할 때 현실에 매몰되어 수능 문제 풀이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아이들의 현실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에 취해 있었다. 현실을 해결하는 것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독자들은 초등학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보육과 교육의 차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필자가 시간이 지나며 느끼는 것은 점점 더 보육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실에는 여전히 3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는 상황이 다르다. 처음 학교에서 학생들은 규칙과 질서에 대해 배운다.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그러나 여전히 초등교사들은 그에 대한 전문성을 의심받는다. 맞다. 초등교육의 내용 수준은 중등교육에 비해 쉽고 간단하다. 그러나 초등교사의 전문성은 이러한 수준의 지식 내용을 알고 있는
한 해 만에 첫 매미 울음 소리를 들을 적만치 반가운 일은 없다. 매미가 울어대면 비로소 나의 여름은 시작된다. 매미 소리는 어린 시절, 여름의 나를 만나게 해준다.나는 여름방학 내내 느티나무 아래 앉아 매미 소리를 들었다. 씩씩한 군악대처럼 맹렬히 울다 어느 순간 조용해지는 그 잠깐의 정적이 좋았다. 숨을 멈추고 기다리면 이내 또 일제히 청량한 여름 빛깔에 어울리는 소리를 쏟아 낸다.산촌에서 보내는 여름방학은 참 단조롭고 무료했지만, 여름을 오감으로 만끽하며 나는 옹골차게 여물어 갔다. 태양이 어루만지는 듯한 뜨거운 열기와 끝없이
자기 일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업무를 잘 감당하면 그 단체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생각할 점이 있다. 전문가로만 구성된 집단은 늘 완벽한가? 능력치 100을 가진 사람 5명을 모아놓으면 500이라는 결과가 늘 나오던가? 정답은 둘 다 ‘아니오’ 이다. 단체는 개인의 단순한 합이 아니며, 의사소통과 화합이 없으면 성과가 저조하다.그래서 단체나 회사는 구성원 간의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살려서 성과를 높여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에서 친목회(상조회)가 존
코로나 대유행 속에 정신없이 흘러갔던 1학기가 끝났다. 학생들의 출결 사항에 가장 많은 ‘출석 인정 결석’ 표시를 했던 학기였다. 게다가 여름방학 직전 다시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내달리는 심정으로 방학을 맞이했다. 이렇게 숨 가빴던 7월이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일 하나가 있다. 바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열었던 방송제다.7월 20일과 21일 이틀간 아침 시간에 학생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형식의 방송제를 진행했다. 6학년 방송부원들이 지은 방송제의 이름은 ‘온남대전’이었다. ‘온남 대신 전해드립니
실제 공간은 실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곳을 찾는 우리에게 공간에 새겨진 시간을 이야기한다. 공간에 담긴 시간을 듣기 위해선 그곳을 찾아 그곳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19년 나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했다.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했던 이 활동은 2박3일간 교육청 주관으로 진행된 평화 공감 독서토론 캠프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100명쯤 참가해 기차와 버스로 이동하며 기차 안에서 남북 분단에 대한 독서토론을 비롯해 분단의 시간이 새겨져 있는 현장(임진각, 도라산역·전망대, 캠프 그리브스,
몇몇 독자들은 교단 일기에 두모악이라니? 생소한 단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울산 해녀 두모악을 아시나요?’는 울산광역시교육청 미래교육과 미래혁신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울산 미래교육관’ 설립 사업의 프로그램 중 일부의 이름이다. 필자는 미래교육관 설립 지원단의 일원으로 프로그램의 검증을 하고 있다. 평소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올해 초 미래교육관 설립 지원단으로 지원하게 되었으며,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한 해당 프로그램의 검증 및 수정을 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첫 협의회는 자신이 맡을 프로그램의 주제를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가 있는 서점. 한쪽에서는 뜨개질과 명상을 즐기고 한쪽에서는 독서토론을 하며 또 다른 곳에서는 읽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해주기도 하는 특별한 동네 책방. 이 작은 공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우정과 연대, 성장을 그린 소설을 읽으며 나는 우리 학교가 떠올랐다.매일 학생보다 일찍 출근해 교실을 정돈하고 반갑게 학생들을 맞이하는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찾는 선생님, 대학을 갓 졸업한, 아이들 틈에 있으면 마음 맞는 친구가 되는 순수한 선생님, 맛난 한
곧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교사는 1학기 생활기록부 마감, 성적 산출, 각종 사고 예방, 창체 교육 등 여러 고비가 남아있지만 방학을 생각하며 마지막 힘을 낸다. 학생들도 무슨 활동을 하며 보낼지 생각하며 방학식만을 기대한다. 학창시절 달콤했던 방학, 그 중에서 초등학교 방학을 살펴보자.아주 옛날에는 방학을 농사일로 보내는 학생이 많았다. 노동력이 소중했던 농업시대라서 농사일을 많이 하는 학생이 효자였다. 60대, 70대 어르신의 방학 얘기를 들어보면 잡초 뽑기, 열매 따기, 새 쫓기, 소 여물 줬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
최근 광주 한 초등학생 일가족의 안타까운 죽음이 연일 크게 보도되었다. 제주도로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하러 간다던 학생의 마지막 생활 반응은 제주도가 아닌 완도에서 잡혔고, 며칠 뒤 바다에서 인양된 자동차에서 가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학생의 아버지가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하고 생활고를 겪었으며, 수면제를 검색한 정황도 포착되었다.소식을 접하고 그 학생이 없는 교실에 남은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했다. 사망한 학생이 내가 맡고 있는 학생들과 같은 5학년이라 그런지 더욱 착잡했다. 특히 체험학습 기간이 지나도록 연락
오늘은 1,2학년 군 전문적 학습공동체팀에서 공간혁신 사례 탐방을 가는 날이다. 최근에 도서관 개관식을 한 울산교육청 관내 삼정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우리 학교는 올해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전기획 단계다.제일 먼저 들린 곳은 1학년 교실이었다. 네모 반듯한 교실이 전통적인 교실 면적과 다르지 않았지만, 교실 안에 녹여낸 교육 공간은 정말 1학년 선생님이지 않고는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바닥은 열선을 넣어 신발을 벗고 활동할 수 있었다. 교실 앞 전자칠판 주위로 붙박이장을 짜 넣어 교사의 옷장, 학습준비물 보관함, 청소
국가적으로 큰 선거가 올해 두 번 있었다. 출퇴근길에 선거송이 울려퍼졌고,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었다. 대통령, 시장, 구청장·군수가 결정되었고, 국민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당선인을 따르는 중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비중이 큰 행사이다.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주어지며, 국가의 미래를 내 손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선거를 학교에서는 실습으로 가르친다. 그게 반장 선거, 전교회장 선거이다.대부분 사람들에게 첫 번째 공식 투표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일 것이다. 학기 초반이라 아직 친구들
한 동안 출퇴근길이 시끌벅적했다. 이른 아침부터 거리 곳곳에서 선거 후보의 사진과 이름이 크게 적힌 팻말을 마주했다. 나눠주는 명함을 거절해도 길바닥에 떨어진 명함들이 계속 인사를 건넸다. 회전교차로에선 선거운동원들이 손가락으로 번호를 만들어 보이며 율동을 했고, 트럭에 실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여러 후보들의 홍보송이 동시에 귀를 때렸다. 횡단보도 신호 앞에서 건물을 덮은 초대형 현수막들을 쳐다보다가 문득 저 현수막들이 선거 뒤에 쓰레기가 될 것을 생각하니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싶어졌다.올해는 3월과 6월에 선거를 두 번이나 치렀다
우리는 누구나 오늘을 만날 때 과거의 경험을 바탕삼는다. 그것이 기억의 환기로만 머무르든, 상상력의 발현으로 나아가든, 마주한 오늘이 지닌 의미를 해석하고 그에 필요한 대처를 위해 최선의 길이라 여겨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런데 무엇을 선택할 때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느낌에 영향을 받는다.박문호의 에 의하면, 사람이 대상을 만나면 반드시 어떤 ‘느낌’이 일어난다고 한다. 동물이 감각에 머무르는 것과 다르게 느낌은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는 마음의 능력으로 대뇌 피질 전체가 관여하여 일어난다. 감각 입력
봄이 무르익는 시간, 봄기운에 흠뻑 젖을 활동을 준비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냈다.차밭 학교의 ‘사계절 학교’ 프로그램은 자연의 순환에 따른 생태적인 감성을 키우고, 계절의 특징에 알맞은 체험활동과 놀이 활동, 생활문화와 기능 익히기 등을 통해 아이들의 다양한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특색교육의 하나이다.봄에는 숲을 배우고 즐기며 여름에는 다양한 생활문화와 기능을 익히고, 가을에는 마을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제를 열고, 겨울에는 스케이트 타기,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활동 등으로 운영된다. 6학년 아이들은
우리 학교는 올해도 교육경비 보조금을 신청하게 되었다. 2021학년도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2022학년도 교육경비 보조금을 신청하라는 공문이 왔다. 선생님들은 부랴부랴 새 학년도에 실시할 교육활동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했다. 바쁜 학년말 업무처리 기간이지만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위해 지원받는 보조금이라 놓칠 수 없었다. 기한 내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해서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선생님들은 마법의 열쇠라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팔을 걷어붙이는 건 부모의 마음과 같았다.학년에 맞는 아이템을 생
5월10일 어제는 바다 식목일이었다. 바다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고, 바다 생태계의 황폐화를 경고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법정 기념일이다.울산은 지형적으로 바다와 가깝고, 바다로 인해 발전한 도시이다. 먼 옛날에는 신라의 국제적 항구 역할을 했고, 지금의 개운포를 통해 처용설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처용이 아라비아 상인일 것이라는 견해가 가장 유력하다고 하니 이전부터 울산은 꽤 국제적인 항구 도시였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이후 조선시대 때에는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서 경상좌도수군절도사영(경상좌수영)이 설치되기도 했다.
놀러 가기 좋은 계절인 봄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학교가 소풍을 자제했는데, 최근에 단속 조치가 완화되면서 소풍 가는 학교가 많아졌다. 소풍 여부에 따라 학생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소풍은 인기가 좋다. 교사 또한 수업 부담에서 벗어나니 소풍을 반긴다. 인솔과 안전이라는 큰 책임이 주어져도 소풍을 싫어할 교사는 없다. 좋은 추억인 소풍, 그 중에서도 소풍 기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김밥과 간식을 떠올려보자.소풍의 모습은 시대별로 다르다. 한국의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가정소득이 높아졌고, 소풍 간식과 김밥이 시간이 갈수록 화려해졌
4월 중순부터 우리 반은 경상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시교육청과 경상일보사에서 신문활용교육을 위해 관내 학교에 무료로 신문을 제공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오면 신문을 훑어보며 수업에 활용할 만한 기사들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마침 사회 시간에 다루고 있는 ‘우리 국토의 자연 환경’과 관련된 기사들이 많았다. 울산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룬 기사들이라 학생들이 더욱 가깝게 느낄 것 같았다.교과서를 통해 주요 개념들을 알아본 뒤 신문 활용 수업을 할 시간을 마련했다. 그간 모아둔 신문들을 학생들 앞에 꺼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