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에 가려서/ 아침 햇볕 보이지 않네// 해바라기는/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해바라기’ 전문(오장환)마른 장마가 계속돼서 그럴까. 곳곳에서 해바라기가 쑥쑥 자라고 있다. 신현정 시인은 ‘해바라기 길 가다가/ 서 있는 것 보면/ 나도 우뚝 서 보는 것이다~’고 했다. 필자는 어렸을 적 해바라기꽃을 올려다 보며 나도 이만큼 클 수 있을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해바라기는 여름날 소나기가 한차례 퍼붓고 나면 또 그만큼 컸다.해바라기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유명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 소비량의 52%를 책
7월로 접어들자 도라지가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도라지꽃은 영어로 ‘balloon flower’이라고 하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풍선꽃’ 쯤 된다. 막 개화할 때 쯤 한껏 부풀어오른 꽃봉오리를 엄지와 검지로 지그시 누르면 ‘펑’하고 터진다. 필자는 어렸을 적 집 앞 도라지밭에 들어가 꽃봉오리를 모조리 터뜨리다가 아버지한테 혼줄이 난 적이 있다.산속에 핀 도라지꽃/ 하늘의 빛으로 물들어 있네// 옥색치마 여민자락/ 기다림에 물들어 있네 물들었네// 도라지 꽃 봉오리에/ 한 줌의 하늘이 담겨져 있네// 눈빛 맑은 산노루가/ 목축이
햇마늘이 전통시장마다 쏟아지고 있다. 햇마늘을 수확하는 시기는 대개 6월쯤이어서 피서철이 시작되는 계절과 겹친다. 그래서 그런지 마트에서는 주말마다 삼겹살과 마늘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마늘을 표현할 때 ‘일해백리(一害百利)’란 말을 자주 쓴다. 특유의 냄새(一害)를 제외하면 100가지 이로움(百利)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2년 미국 지는 마늘을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타임지는 ‘마늘은 그 자체로 먹어도 좋고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해도 좋은 기능성 식품이다’고 예찬했다. 서양 속담에는 ‘마늘
오늘은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하지(夏至)다. 태양이 이리 높이 뜨니 하루가 더욱 길다. 하짓날의 낮 시간은 무려 14시간 35분이나 된다. 새벽 5시쯤이 되면 벌써 해가 뜨고 저녁 8시가 다 돼서야 완전히 어둠이 깔린다.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 정약용은 하짓날을 맞아 세월의 덧없음을 ‘하지(夏至)’라는 시로 읊었다.달은 삼십일 중에/ 온전히 둥글어 지는 것은 겨우 하루뿐이고/ 해는 일년 중에/ 제일 긴 날은 하루뿐이라네/ 흥망성쇠가 비록 맞물려 있으나/ 흥성할 때는 항상 빠르게 지나간다네하지는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날이기도
필자가 어렸을 때는 엉겅퀴가 지천이었다. 그런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그 많던 자생 엉겅퀴가 어느덧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북 정읍시 감곡면 힐링푸드센터에서는 ‘2022년 엉겅퀴 텃밭 문화축제’가 열렸다. 엉겅퀴 김치 담그기와 엉겅퀴 발효 효소액 만들기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엉겅퀴’라는 이름은 엉겅퀴의 잎과 줄기를 찧어서 상처 난 곳에 붙이면 피가 엉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김치·나물·식초·된장·효소·차 등 다양한 식품으로도 활용 가치가 매우 높은 약용작물이다. 늦봄부터 한여름에 걸쳐서 꽃이 피는데, 그
긴 가뭄 끝에 마침내 단비가 왔다. 대지에 생기가 감돌고 나무에는 열매가 탱탱해졌다. 이 맘때가 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열매가 바로 앵두다. 푸른 잎 속에 붉은 열매가 가득 달린다. 탐스런 앵두는 여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처녀들이 앵두빛 입술을 하고 봄바람에 치맛자락을 펄럭이면 동네 총각들의 애간장이 녹는다. 예로부터 단순호치(丹脣皓齒)라 하여 미인의 조건으로 붉은 입술과 하얀 이를 들었다. 잘 익은 앵두의 빨간 빛깔은 미인의 입술을 상징한다. 앵두같이 예쁜 입술을 앵순(櫻脣)이라고 부른다.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우리 속담에 ‘단오 선물은 부채요, 동지 선물은 책력(冊曆)이라’라는 말이 있다. 오는 3일이 바로 부채를 주고받는다는 단오다. 부채는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부’자와 가는 대나무라는 뜻의 ‘채’가 어우러진 말이다. 부채를 뜻하는 한자는 선(扇)이다. ‘깃 우(羽)’가 쓰인 것으로 미뤄 종이를 발명하기 전에는 깃털 같은 것으로 부채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산 하나가 펼쳐진다/ 깊은 계곡마다 가야금 연주의 맑은 물소리/ 대청마루에 앉아도/ 산허리와 대면한 듯// 산그늘에 누워 있던 바람이/ 제 이름
필자가 사는 동네의 들판에 물이 가득 찼다. 논배미마다 농부들이 트랙터를 몰고 로타리를 치고 있다. 밤이 되니 온 동네가 개구리 울음 소리로 왁자하다. 그야말로 무논에 개구리들이 날뛰고 있다.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어/ 듣는 사람 없어도 밤이 새도록 /개골개골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골개골 개구리 목청도 좋다. 개구리는 한번 울면 떼로 운다. 지난 2019년 일본 쓰쿠바 대학의 아이하라 잇큐 교수 연구팀은 영국의 과학전문지에서 개구리들이 무질서하게 우는 것 같지만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5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산록에는 어느새 하얀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다. 윤석중 작사, 한용희 작곡의 동요 ‘고향땅’은 1956년 국정음악 교과서를 통해 발표됐다. 6·25전쟁 후 고향을 떠나 사는 실향민이 많았던 시대적인 상황이 이 노래에 담겨 있다. 아카시아 꽃이 나오는 동요로는 1972년 발표된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의 ‘과수원길’도 있다.그런데 이 두 동요의 ‘아카시아 꽃’은 정확하게 말하면 ‘
지난 8일은 부처님 오신날이자 어버이날이었다. 혹자들은 위대하기로 말할 것 같으면 부처님 보다 어버이가 더 위대하다고 말들을 한다. 그런데 어버이 둘을 굳이 비교하자면 아버지는 어머니의 발꿈치도 못따라 간다. 5월8일은 원래 어머니 날이었다. 1956년 지정된 어머니 날은 아버지가 서운해한다는 이유로 1973년 어버이날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
세상이 온통 푸른 색이다. 그 중에서도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는 마치 망망대해의 파도와도 같다. 제19회 고창청보리밭축제가 지난달 30일 시작돼 오는 15일까지 공음면 학원농장 일원에서 열린다. 청보리밭축제에는 ‘보리밭 사잇길 걷기’를 포함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전북 김제에서는 ‘지평선 추억의 보리밭 축제’가 4일부터 8일까지 개최된다. 진봉면 망해사 인근 1400여㏊의 평야가 파랗게 물들었다.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
진달래 진달래/ 분홍빛 예쁜 꽃/ 진달래 진달래/ 분홍빛 먹는 꽃// 진달래 진달래/ 온 산에 피면/ 풀꾹풀꾹 풀꾹새/ 따라서 우네// 풀꾹새 풀꾹새/ 배고파 우는 새/ 풀꾹풀꾹 우는 소리/ 배고파배고파하는 소리네// 풀꾹풀꾹 풀꾹풀꾹/ 우는 소리 들으면/ 배고파 배고파/ 나도 더 배고파// 진달래꽃 따먹으러/ 산으로 갔지/ 많이많이 먹을려고/ 혼자서 갔지~조정래의 4권에 실린 이 시의 작자는 육학년 이반 이십칠번 허명길이다. 제목은 ‘미운 진달래’. 배가 하도 고파 진달래를 마구 먹었다가 설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아이
한 잔 술도 없이/ 곡우 전에 차를 따리라는 박 시인과 헤어지고/ 요 며칠 나는 마포나루 들락거리며 좀이 쑤셨네// 곡우 비는 내리고 밤새 내리고/ 새벽잠 깨어 비워두고 온 안동 집 생각하네/ 텃밭 첫물 부추는 아직 첫물 그대로 비 맞고 있겠지/ 돌아오는 주말엔 안동 내려가서/ 친구들 불러 놓고 첫물 부추 잘라다가 전이라도 부쳐/ 막걸리나 한 잔 할까 생각하네…(후략)-‘곡우’ 일부(안상학)곡우(穀雨)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하는 날’로 정의돼 있다. 穀자를 파자해보면 禾(벼)자와 殼(껍질)자가 결합돼 있음을 알
4월은 연두(軟豆)의 세상이다. 연두는 완두콩의 빛깔과 같은 연한 초록색을 말한다. 연두의 연(軟) 자는 ‘연약하다’는 뜻의 한자로, 갖 나온 새싹의 빛깔과 같다. 곡우가 낀 다음 주께면 ‘첫물차’라는 우전(雨前)도 맛볼 수 있다. 연두는 영어로 옐로그린(yellow-green)이라고 한다. 옐로그린은 노란빛깔을 머금은 색깔이어서 유난히 햇빛에 반짝거린다.연두는 붉은 색과 어울린다. 우리나라 여성의 전통의상은 대부분 녹의홍상(綠衣紅裳)이다. 연두저고리와 다홍치마라는 뜻이다. 곱게 차려 입은 젊은 아가씨의 복장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 부르면/ 반가이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벌거벗은 붉은 산에 살 수 없어 갔다오./ (후렴)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동요 ‘메아리’는 지난 1954년 발표됐다. 유치환 선생이 6·25 이후 황폐화된 산을 바라보며 지었다. 메아리는 ‘뫼(산)’에서 파생된 단어로, 다른 말로는 ‘산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에코(echo)’라는 이름의 요정으로 등장한다. 이 수다쟁이 요정은 어떤 미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어느새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진달래는 우리민족의 한과 맥을 같이 한다. 김소월은 ‘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고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러나 터져나오는 울음은 참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은 소리내어 울고 만다.
영남알프스에 눈이 수북수북 쌓였다. 이번 겨울 내내 눈 한번 내리지 않다가 봄 꽃이 막 피어오르니 시샘이라도 하듯 눈을 퍼부었다. 나태주 시인은 그러나 이 눈을 ‘눈물’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떨군 눈물을 먹고 자란다.눈이라도 삼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삼월에 오는 눈’ 전문(나태주)어제는 춘분(春分)이었다. 춘분은 태양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는 날이다. 남반구이든 북반구이
열흘 동안 울진·삼척 지역에 번지던 산불이 213시간43분 만에 잡혔다. 온 산천을 집어삼킬 듯 하던 화마가 단 몇 시간의 봄비에 진압됐다. 과연 ‘물(水)은 불(火)을 이긴다’는 음양오행설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다. 이처럼 때맞춰 내리는 비를 호우(好雨)라고 한다.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봄이 되니 내리네.(當春乃發生, 당춘내발생)/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隨風潛入夜, 수풍잠입야)/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당나라 시인 두보는 안사의 난으로 세상이 어지럽던 시절, 청두
강원도와 경북 일대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눈 앞에서 타들어가는 정든 가옥을 두 눈으로 뻔히 바라보면서 가슴을 쳤다. 지난 5일은 뭇 생명들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었다.저 살비듬, 살비듬……/ 눈앞 훤히 생살을 도려낸 상흔 앞에/ 벌겋게 벗어 내린 알몸의 치부 앞에/ 난 보고도 못 본 듯 그만, 고개 돌리고야 만다// 지금껏, 있는 듯 없는 듯 애써 나를 지켜온/ 우직한 내 마음의 지킴이/ 울울창창 그 푸르디푸른 말씀의 침묵을/ 이 땅의 오랜 대물림 서슬 푸른 기개를/ 도대체 누가/ 백주창탈하듯/ 확,/ 한
우수(雨水)가 지났건만 한번 얼어붙은 땅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이 무색하다. 보통 통도사 홍매는 2월 초순께 피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몇 송이 피자마자 개화를 멈춰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한파가 몰아닥치고 매서운 북풍이 가지를 흔들어대니 꽃봉오리인들 어찌 배겨냈을까. 거기다 오미크론은 기승을 부리고 미세먼지는 눈앞으로 가리며 대선(大選)판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치달으니, 홍매는 그랬을 것이다. 차라리 꽃잎을 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말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