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도 점심시간이 중요하다. 생존을 위한 영양공급, 오후 학습을 위한 재충전 시간이다. 도시락, 급식, 구내식당, 병영식당(짬밥) 등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점심을 먹는 형태는 다양하다. 이 중에 학교 점심을 잠시 떠올려보자.우리나라 현대 급식의 모태는 6·25 전쟁 직후로 볼 수 있다. 구호단체 또는 미국이 지원해준 밀가루, 분유, 설탕, 빵이 일부 학교와 관공서를 통해 배급되었다. 허기져서 그 자리에서 퍼먹은 학생도 있고, 집에 가져와서 이걸 물에 타서 가족들과 같이 먹은 학생도 있었다. 나름 영양공급과 배급의 개념이 보인다
우리반 애칭은 이팔청춘(二八靑春:16세 무렵의 꽃다운 청춘)이다. 2학년 8반이기도 하고 고2라는 꽃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진로교육 활성화 학생자율동아리’의 우리반 동아리명이기도 하다.나는 우리반 진로 수업 교사이다. 진로 수업과 동아리 활동을 엮으면 좋을 것 같았다. “진로 관련 독서, 진로 관련 현장 체험, 가장 만나고 싶은 직업인과의 인터뷰, 노동과 돈의 의미를 토론하고 이 모든 활동을 진로 보고서를 만들꺼에요” 라며 거창한 계획을 말하자 담임의 오지랖에 우리반 아이들 모두 조금은
국어 시간마다 아이들이 반갑게 기다리는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 있는 이 특별한 선생님은 수업 준비와 모둠 활동을 지원하거나, 수업 중 학생을 관찰하고, 개별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협력 강사다. 한글 따라 읽기가 어려운 아이가 있으면 함께 읽어주고, 몸으로 표현하는 활동이 안 되는 아이는 개별지도를 하며, 수업 중에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수업 활동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해 준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와 기초학력 부진을 예방하고 학생참여 수업 활성화를 위해 초등학교 1~
삭게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시간은 우리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래 흐르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구태여 시간이 그냥 흘러가도록 가만두고 바라보아야 할 때가 있다.우리말 ‘삭다’에는 흐르는 시간이 이미 담겼다. 절로 흐르는 그 시간에 기대어 무엇을 위하는 마음을 버무려 새로 생긴 말이 ‘삭히다’와 ‘삭이다’이다. ‘삭다’라는 말에는 뜻이 여럿인데, ‘물건이 오래되어 본바탕이 변하다’ ‘걸쭉하고 빡빡하던 것이 묽어지다’ ‘김치나 젓갈 따위의 음식물이 발효되어 맛이 들다’ ‘먹은 음식물이 소화되다’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
1947년 고희를 넘긴 백범 김구 선생은 당대 인류가 불행한 근본 이유는 경제력, 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의, 자비,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족한 인의, 자비, 사랑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라고 보았다. 그래서 백범 선생은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길 소망했다.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 케이팝(K-Pop), e-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한류를 보면 백범 선생의 꿈은 이루어진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엘리트 중심이 아닌 모두가 즐기는 문화예술, 특정한 분야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는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호랑이를 봤다고 주장하면 사람들이 믿어준다는 뜻이다. 원래 실물이나 물증을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일일이 그랬다가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으니 어느 정도 신뢰할만하다 싶으면 믿기 마련이다. 게다가 3단 논법에도 귀납법이 있지 않은가.우리가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식을 되돌아보자. 과학적 근거, 공문, 책을 찾기 보다는 친한 옆사람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그런데 옆사람 조차도 잘 모를 때, 모두가 집단 착각에 빠질 때, 설왕설래 하다가 아무도 의문제기를 안할 때 가설이 진실인양 퍼지기 쉽다. 오랫동
회의에 늦었다! 마침 학교 주차장 비탈에 자리가 있어서 허둥지둥 주차하고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 도중 우리반 아이의 문자가 왔다. “선생님 차가 밀려요….” 앗! 아까 비탈에 주차한 차가 밀린다고? 이건 사고잖아? 너무 놀라서 회의실 문을 쾅 닫고 나와 버렸다. 나와서 보니 내 차는 아주 잘 있었다. 다시 문자를 봤다. 이어지는 다음 메시지는 “조금 늦을 것 같아요.”였다. 이런! 아침 등교 시간에 흔하게 받는 메시지를 나의 특수한 맥락 안에서 읽었다. 완벽한 오독(誤讀)이다. 밀린다는 말은 내가 이해한 ‘밀다’의 피동형으로 반대쪽
플라스틱과 비닐이 골칫거리다. 장보기의 마무리는 언제나 포장재 정리로 끝난다. 비닐을 벗기고 플라스틱을 하나둘 정리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유기농 가게에서 산 물건의 정리도 여느 마트 장보기 뒤처리와 다르지 않다. 제품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보호(?)한 까닭에 비닐과 플라스틱의 정리와 뒤처리는 쉽지 않다.
아마 내가 다섯 살이었을 것이다. 칠 남매의 막내인 나는 그때까지 엄마 젖을 놀잇감처럼 빨고 지냈다.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느라 엄마는 너무 바빠 막내인 나를 보살피는 게 넉넉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엄마의 사랑은 늘 애타는 목마름이었다. 그러니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젖을 빨며 그 허기를 채우려 했겠지.하루는 엄마를 따라 돌땅댁에 갔었다. 두 분은 마루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저술한 에 따르면 인류에게 규정된 문화가 생기기 전부터 놀이는 하나의 원형으로 존재했다. 하위징아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신을 왕자, 아버지, 마녀, 호랑이 등의 가상 이미지로 변화시키면서 상상력이 충만해진다고 보았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신비로운 가상의 공간으로
교사는 학생에게 모범이 되어야하기에 틀리면 타격이 매우 크다. 틀린 점을 빨리 알아채서 다음 시간에 정정해주면 그나마 낫다. 그런데 시험이라면 등에 땀이 난다. 오류를 발견 못한 채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면 뒷감당이 안된다.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문제 오류가 발견되면 모두 맞다고 해주면 그만이었다.교사가 방송으로 또는 수업시간에 ‘이 문제는 답이 둘 다
한자에도 자음과 모음이 있나요? 올해 첫 한문 수업에서 받았던 질문이다. 2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받은 제일 황당한 질문이었다. 나는 ‘저를 당황하게 하는 좋은 질문입니다. 한자라는 문자의 본질에 의문을 품었네요. 우리말은 한글이라는 소리글자인데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서로 체계가 달라요. 이 두 문자 사이에서 여러분이 느끼는 혼란을 그대로 표현
오른쪽 어깨가 살려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통증이 팔 전체로 저며들 기세라 병원을 찾는다. 명의(名醫)는 엑스레이로 스캔한 모니터 자료를 주시하며 이러저러한 이유로 여기저기가 아플 것이다라며 장담한다. 자신이 판단한 대로 환자의 빠른 진료와 치료를 위해 처방을 내린다. 통증이 잦아들지 않으면 다른 처방도 내리겠노라 한마디 덧붙인다. 오랜 임상경험으로 다져진
권정생의 ‘강아지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내 경우에 이야기를 읽는 동안 마음이 절로 순해지기 때문이다.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편해지고 걱정하던 마음도 스르르 풀린다. 그 자리에 고마움으로 가득 차오른다. 어디라고 할 것 없이 그냥 엎드려 절하고 싶어진다. 세상천지가 강아지똥이
말과 글은 그것을 듣고 읽는 상대방에게 큰 위안을 주기도 하고 아프게도 한다. 그런데 누구나 말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말을 적게 하면서 실수하지 않기는 쉽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만 하기란 어렵다.그런데 교사는 그 특성상 학생들과 만나 끊임없이 대화해야 하고, 학부모와 수시로 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로서 평소 바른
학교와 학생이 가장 바쁠 때가 언제일까? 1년 전체를 마무리하는 2월, 온갖 행사가 많은 5월, 수능이 다가오는 늦가을, 추석 연휴와 온갖 국경일이 몰려있어서 진도가 급해지는 10월, 2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1년치 성적을 총결산하는 12월 등이 있지만 정답은 3월이다.담임은 자리 배치, 청소구역 배정, 게시판 꾸미기, 연락처 파악, 개인정보 동의서 걷기,
개학이다. 올해는 작년 이맘 때 개학 연기와 다급하게 진행된 원격수업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작년 코로나19 비상시국을 통해 단련된(?) 노하우로 개학 전 학급 운영과 교과 수업 진행에 대한 준비를 개학 전에 끝냈다. 역시 위기는 우리를 시험하고 단련시키는 것 같다.올해는 비대면 상황에서 하는 그 어떤 것도 어색하지 않게 우리 모두가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자연 속에서 버려지는 것 없는 소소한 삶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마음의 집’인 평온한 시골 마을에서, 기억의 틀에 갇혀 있던 정성 담긴 엄마의 손맛을 떠올려 음식을 만들면서, 기존의 평범한 삶은 또 다른 삶으로 변화하게 된다.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 만들어 먹으며 삶을 바꿔 가는 주인공, 의식의
이월의 바람이 분다. 햇살이 내린다. 조용한 비가 내린다. 바로 요 어디쯤 눈길이 닿을 어느 곳에 봄이 온 듯 포근하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어제의 매서운 바람이 분다. 종잡을 수 없는 이월 까칠한 봄날이 지나고 있다. 더 할 나위 없이 어여쁜 꽃들을 위해, 하염없이 여린 새순을 위해 어쩔 수 없다. 천 갈래 다른 바람결에 용하게 찾아낸 봄기운을 느끼고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의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 2016’에 따르면 인류가 현재 한국인처럼 산다면 약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생활 기준으로 1개의 지구가 필요했던 시기는 이미 1960년대 후반에 지나갔다. 또한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계속 배출한다면 2050년 한반도의 평균 온도가 약 3℃ 오를 것이라고 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