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교사는? 실력 좋은 교사, 학생을 사랑하는 교사를 떠올렸다면 안타깝게도 틀렸다. 정답은 ‘편한 교사, 순한 교사, 출장 자주 가는 교사’다. 이건 학생이 잘못이 아니라 고통과 간섭을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 차원이다.교사와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원칙을 칼같이 준수하고, 잘못을 질타해주고, 태만함을 지적해오면 고마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
지난해 나의 화두는 변화였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강제적 변화를 요구했다. 변화를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배우는 것이었다. 일단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파워포인트로 영상 만드는 방법을 익혔다. 밴드 라이브 수업에서 영상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기초적이지만 영상 제작법을 배웠다. ZOOM으로 회의를 열고 화면을 공유, 소그룹 만들
쉽게 정리하지 못해 오래 묵힌 책 속에는 마주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특별한 냄새가 느껴지던 책방의 기억, 작가가 이어놓은 세상에 푹 빠져 있던 시간, 동여매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속표지에 촘촘히 써 내려간 생각들.묵힌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 오래된 시간을 마주하기도 하고, 책장을 여는 순간 과거의 시간에 빠졌다 나오는 멈춤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는 사라졌
‘우리 집 거실에서 찍은 해돋이’ 새해 첫날 해돋이 사진을 보내왔다. 덕분에 따신 방에서 고요히 해맞이를 했다. 늘 돋는 해인데 그럼에도 무엇인가 과거와 이어진 끈을 끊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있어 마음을 다잡고 싶은 것인 게다. 핑계 삼아 바닷바람이라도 쐬러 나섰다. 거실에서 날마다 솟는 해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고 사는 후배를 만나야겠다는 마음이었다.
2020년 교육계 최대의 화두는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교육이었다. 초기에는 신종플루나 메르스 확산 때처럼 간단한 방역만 잘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월에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은 심각하게 바뀌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를 거듭했고, 원격수업이라는 형태로 돌파구를 찾았다.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던 즈음 다행히 울산시교육청은 학교 방역활
어른들은 ‘내 친구가 모 경찰서에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이 사단장인데, 내 후배가 국회의원인데, 모 시장이 고등학교 선배인데’ 등 인맥 얘기를 하곤 한다. 이 중에는 교사도 들어간다. 여기에 등장하는 직업군은 어디에 가도 명함 내밀만한 직업이니 필자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그 선생 친구가 교감, 교장이 되면 주변 사람들은 더 신이 난다.그런데 교감
사주(四柱)는 네 개의 기둥이라는 뜻으로 태어난 연월일시를 말한다. 팔자(八字)는 여덟 개의 글자라는 뜻으로 사주를 구성하는 글자의 수가 8개라서 이르는 말이다. 결국 사주와 팔자는 같은 말이다. 요즘은 일생의 운수 혹은 사람의 운명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나는 매년 사주팔자에 대해 수업한다. 아이들은 한문 수업에서 사주팔자를 배운다고 하면 매우 흥분한다.
지난 명절에 처남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에게 학교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묻기에 교무부장을 한다고 했더니, 처남은 ‘부장’이라는 말에 내가 승진이라도 한 줄 알았는지, 크게 축하해주었다. 그런 게 아니라며 손사래 치기도 이상해서, 나는 머쓱하게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학교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부장’이라는 단어보다는 ‘교무’라는 단어
요즘 마음이 저절로 향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신박한 정리로 공간을 바꾸고, 나아가 삶을 바꾸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그램에 눈과 귀가 온통 고정되어 버린다. 나만의 공간인 ‘집’을 정리하고,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비결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비움의 미학이 빛을 발한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비우고 나누며, 집 안 곳곳에 널려있던 물건들을 퍼즐처럼 맞추어 재
일 년 내내 꼬인 매듭처럼 제대로 안 풀리는 아이 몇이 있다. 번번이 꼬일 상황이 생긴다. 이번에도 그랬다.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도 구경하러 온 모양이다. 와서는 방해를 버릇처럼 일삼는다. 이번에는 안 되겠다 싶다.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특별전 기간에 토·일 이틀 간 영화 속에서 살았다. 영화에 머물며 지금 내 삶을 살폈다. 영화 ‘교실 안의 야크’는
교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무엇을 떠올릴까? 학습, 가르침, 스승, 진지, 근엄, 성실, 공직자 등 좋은 이미지를 많이들 생각한다.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교육하는 숭고한 직업이니 교사의 책임감은 더욱 무겁다. 학생들의 운명이 교사의 가르침에 달려있으니 그만큼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 대가가 안정적인 월급과 연금인데 생계를 보장해줄테니 딴 짓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이다. 한자로 토(討)는 말과 손으로 죄인을 문초하다라는 어원을 지녀 ‘추궁하다, 탐구하다, 찾다’라는 뜻이 있다.론(論)은 조리 있게 말하다가 어원으로 ‘사물의 이치를 말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뜻이 있다. 그렇다면 토론은 어떤 주제에 대해 근거를 들어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내가 사는 집 가까이에는 공원이 있다. 지난 9월 초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그 공원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브라키오사우루스라는 공룡의 긴 목이 부러졌는데, 구청에서는 그 공룡 주변으로 안전띠를 두르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팻말을 세웠다.“태풍 마이삭이 공룡을 다치게 했어요. 엄마공룡이 빨리 건강해지도록 어린이 여러분이 많이 응원해 주세요.”그런데 안전띠 너머
11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준비의 달이다. 책장 한 켠, 누군가 따뜻한 마음을 담아 선물한 수첩에는 ‘2021’ 네 숫자가 선명하게 나의 짧은 기록을 기다리고 있다. 2020년은 우리에게 어떤 한 해였는지 묻고 싶다.스스로 묻는다면, 나에게 올 한 해는 두려...
일요일 아침시간에 ‘가구 만들기’하러 함께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재미있겠다는 마음에 해야할 일도 미루고 나섰다. 2016년 2월에 폐교한 궁근정초등학교는 작년까지 미술관 ‘다담은 갤러리’였다가 곧 ‘울산형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로 곧 문을 열 곳이다. 앞으로 시민 모두 함께 쓰게 될 공간을 위해 집 짓는데 벽돌 나르듯 일손 보태는 활동으로 시민참여형 프
이 곳은 어디일까? 생활의 낙, 생필품 공급처, 한 끼를 해결 가능한 곳,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지옥이지만 이용하는 사람에게 천국인 장소는? 바로 매점이다. 학생회장 선거 후보자의 제1순위 공약일 정도로 매점은 학생들의 큰 관심사다. 이 곳에서 학생들은 허기를 채우고, ...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와 ‘우울감(blue)’을 합한 신조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준 일상의 변화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올해 초 학교는 코로나 블루 상황이었다. 3차례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그리고 원격 수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후 전교생 3분의 1 등교 원칙 등으로 학교의 일상은 많이 변했다.학생들의 일상을 살
울산시교육청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건강 문제와 비만을 줄이고 국가적인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후 위기 대응 행동 확산을 위해 환경교육을 통한 ‘학교 채식 급식 운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2021학년도부터 월 1회 채식의 날 의무 시행에 앞서 지난 7월 1회 채식의 날 운영을 위한 설문과 희망을 조사해 2학기부터 채식 식단을 자율적으로 운영
태풍 마이삭에 교실 바닥이 물로 흥건해져 있었다. 등교시간이 늦추어진 덕분에 청소할 시간이 생겼다. 한 시간 넘게 물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순한 아이가 왔다. 함께 하자 했다.한 삼십 분 쯤 지나니 둘이 더 왔다. 방바닥처럼 말끔해졌다. “아이 이럴 거 같으면 학교는 왜 오랬어!” 화장실에서 썼던 걸레를 빨고 있는데, 뒤늦게 함께했던 아이가 내뱉은 볼멘소리다
어느 무기 상인이 “뭐든지 뚫는 창 사세요. 뭐든지 다 막는 방패 사세요.” 외치다가 망신당한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모순(矛盾)이다. 필자가 학생 시절 “창이 반틈만 들어가면 둘 다 맞는 말 되잖아요.” 나름 의견을 제시했다가 핀잔만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틈만 들어가면 못 뚫은 거고, 방패가 이긴 거다.창과 방패처럼 승패가 갈리는 것이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