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문을 펼쳐보면 뭔가 얽히고 설켜 가닥을 잡을 수 없는 "말의 전쟁터"라는 느낌이 든다. 선거로 인해서 벌써부터 이렇게 설전(舌戰)이 과열하면 어떻게 될까 막연한 불안감 마져 생긴다. 물론 검증 받는다는 뜻도 있긴 하지만,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소신과 일관성 있는 정책 대결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의 흠집을 내는데 온 힘을 다 쏟는 듯 하다. 거기다가 상대방의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말 바꾸기,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우기 등의 교활한 수법은 말장난의 재치를 넘어서서 역겨움을 느끼게 한다.

 "언어 행동은 군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이다." 한마디 말이 우호를 맺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생에 있어서 좋은일, 궂은 일이며, 영예와 치욕은 모두 이 한 마디 말이 불러오게 되는 것이니, 말이란 그 얼마나 조심스럽고 두려운 것이냐. 말을 가볍게 하면 거짓말이 되기 쉽고, 말을 번거롭게 너무 많이 하면 조리를 잃게 된다. 말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제멋대로 하면 결국 남의 귀에 거슬리게 되고, 내 입에서 말이 거슬리게 나가면 저 쪽에서 오는 말도 도리에 거슬려 돌아 온다. 그러므로 법도에 어긋나는 말은 삼가 하여야 한다.』

 위의 말은, 말하는 것을 경계하고 삼가 하라는 정이(程")의 언잠(言箴)을 간략히 간추려 본 것이다. 정이(程")의 字는 正叔, 호는 伊川으로 중국 송나라 시대 사람이다. 그는 正公이란 시호를 받고 공자묘(孔子廟)에 배향된 대유(大儒)이다. 그의 이 잠언이 그의 사후 895년이나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들에게 큰 울림으로 닥아 오는 것은, 그 말이 만고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가 중엔 약삭빠른 이합집산과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잘하는 무리도 있지만, 같은 지역에서 봉사하고 헌신하려는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 까지도 서로 헐뜯는 설전을 벌여서는 정말 안될 일이다. 그들은 선거가 끝나면, 한 고을에서 한 동네에서 서로 얼굴을 맞대는 친근한 한 고장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거기에 따라 그 후보들을 후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끼리 편가름이 되어서는 더욱 안될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한마당 잔치이다. 아무 사심없이 내 고장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춘 인격자로서, 경륜이 많고 능력있는 사람을 선택하여 선거를 잘 치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땅에서 내 나이로선 평생에 한 번 밖에 없을 월드컵 축구 경기가 이 선거 기간에 개막된다. 경기의 성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세계만방에 알리고, 전 세계를 상대로 우호와 협력을 다지는 외교가 더 중요하다. 이 월드컵 경기를 위해 세계각국의 정상과 각료, 체육, 문화계의 거장과 일류기업 최고 경영자가 이 땅을 찾아오게 된다.

 이 시기에 우리는 예의바르고 친절한 나라, 깨끗하고 아름답고 질서있는 나라, 경제와 정치가 안정되고 평화로운 나라, 아름답고 유서깊은 전통과 문화를 가진 나라의 이미지를 그들에게 깊이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리고 축구는 말로써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기간에 무슨 이유이든 간에 거리에서 소란을 피워선 안된다.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데모는 자제해야 한다. 그것은 나라의 이익은 물론이요 한 집단의 이익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울산은 예로부터 겸양과 예의 염치를 중요시하는 예절의 고장이요, 나라가 위태로울 때 마다 살신성인 하는 충의와 절의의 고장이다. 이 기회에 우리고장 울산의 이미지를 국내는 물론이요, 전 세계에 부각되도록 우리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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