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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온정을]병든할머니와 두 손자 `막막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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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8.09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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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남겨두고 갑자기 떠나버린 아들이 밉기는 하지만 살아 있는 것만 확인되면 마음이 놓이겠습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 곧 비워줘야할 형편이지만 어린 손자들과 갈만한 곳이 없어 막막합니다"
 울산시 중구 복산동에서 손자 둘을 키우며 부모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박두순(여·74) 할머니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큰 손자(17)는 제쳐두고라도 둘째 손자(7)를 보살필 요량으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보지만 고질병인 관절염이 도져 이도저도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해 5월 아들 허모(45)씨가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일체와 옷가지를 그대로 남겨둔채 집을 나가버렸다. 며느리는 둘째 손자가 돌이 지날때쯤 집을 나간 이후 소식이 두절된 상태다.
 "아들이 집을 나가면서 가족들에게 남긴 것은 2천여만원에 이르는 카드빚이고 돌아온 것은 경매로 팔려나간 집입니다"
 아들 허씨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쓰고는 갚지 못하자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뿐 아니라 옷가지 모두를 남겨두고 야반도주했고 빚은 할머니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채권자들이 올 9월 추석전까지 집을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딱한 사정에 추석 이후로 겨우 연기됐다. 세 식구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생계급여를 지원받고 있지만 하루 세끼 먹기도 빠듯한 형편이어서 집을 구하는 것은 엄두도 못낸다.
 자식들을 내팽개치고 달아난 아들이 못마땅할만도 할텐데 할머니는 아들을 오히려 두둔하며 걱정했다.
 박 할머니는 "무책임한 아들에 대한 원망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빚독촉 전화에 시달리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라며 "혹시 잘못돼 어디서 변을 당한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살아만 있다면 마음이 좀 놓이겠습니다"고 말했다.
 큰 손자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중단했다.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외박이 잦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할머니는 야단을 쳐서라도 고등학교를 다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춘기를 맞은 손자가 자기 주장이 강해 나무라지 못한채 나쁜 길을 가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손자는 아직 어머니 품 속에서 응석을 부릴 나이지만 많은 시간을 성당 친구들과 보내고 있다. 둘째 손자는 벽에 걸린 사진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손자는 장래 꿈이 신부라며 해맑게 웃었지만 부모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할머니나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채워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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