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로 세계적인 불황속에서도 비교적 착실한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정이나 국가나 살림살이가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늘어난 살림살이가 빚을 얻어 이뤄진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설사빚 갚을 능력이 있더라도 빚에 기대서 구성원들의 소비성향이나 기대치가 실력 이상으로 높아졌다면 알뜰 살림을 꾸리기가 어렵게 된다.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01년 정부 결산 내용을 보면 우리 경제가 대체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성장분의 23.6%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해 이룬 정부 기여분이었다. 재정의 뒷받침으로 성장을 이루는 일이 반드시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적자재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계속 국가채무를 늘려가며 이룬 성장이라면 그 성장의 내용엔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우선 우리의 채권 중에서는 부실채권이 발생할 수 있지만 우리의 채무가 부실화돼서는 결코 안된다는 전제를 계산에 넣어야만 할 것이다. 또 국가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의 대외 채무중 유사시엔 결국 국가 차원의 부담이 불가피해지는 경우는 우리가 요 몇 년 사이 많이 경험해왔다. 균형 재정, 재정건전화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당분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어져야 할 것이다.

 초과 징수된 세금과 막대한 공적자금도 실속 없는 경제성장의 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세금이 6천억원 이상 더 걷혔고 현재 공적자금 손실분은 80조~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 된다는 보도다.

 200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8천910달러였다. 세계의 54위였고 우리가 경쟁국으로 꼽는 싱가포르, 홍콩(2만4천~2만6천달러)의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민 개개인의 경제생활에서는 이게 정확한 우리의 좌표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의 소비성향이나 의식은 "그래도 세계에서 중상위 정도일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거기에 정부가 무늬만 성장과 끊임없는 낙관론으로 착각을 더욱 키워주는 결과를 빚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부나 국민이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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