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분의 23.6%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해 이룬 정부 기여분이었다. 재정의 뒷받침으로 성장을 이루는 일이 반드시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적자재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계속 국가채무를 늘려가며 이룬 성장이라면 그 성장의 내용엔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우선 우리의 채권 중에서는 부실채권이 발생할 수 있지만 우리의 채무가 부실화돼서는 결코 안된다는 전제를 계산에 넣어야만 할 것이다. 또 국가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 민간의 대외 채무중 유사시엔 결국 국가 차원의 부담이 불가피해지는 경우는 우리가 요 몇 년 사이 많이 경험해왔다. 균형 재정, 재정건전화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당분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어져야 할 것이다.
초과 징수된 세금과 막대한 공적자금도 실속 없는 경제성장의 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세금이 6천억원 이상 더 걷혔고 현재 공적자금 손실분은 80조~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 된다는 보도다.
200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8천910달러였다. 세계의 54위였고 우리가 경쟁국으로 꼽는 싱가포르, 홍콩(2만4천~2만6천달러)의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국민 개개인의 경제생활에서는 이게 정확한 우리의 좌표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의 소비성향이나 의식은 "그래도 세계에서 중상위 정도일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거기에 정부가 무늬만 성장과 끊임없는 낙관론으로 착각을 더욱 키워주는 결과를 빚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부나 국민이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