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김영철(가명·19)씨는 대학 공부와 동아리 활동, 친구들과의 교제 등 대학 1학년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즐거움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김씨는 소리를 대뇌에 전달하는 청신경이 죽어가면서 청력이 사라지는 "감각신경성난청"을 앓고 있다. 계속 방치할 경우 남은 청신경마저 죽어 자신의 소리는 물론 언어도 계속 잊어버리게 된다.
 치료법은 "인공 달팽이관" 수술 뿐이다. 수술 뒤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김씨와 가족들은 이 하나 남은 희망마저 포기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게다가 점차 청신경이 죽어가고 있는 김씨는 하루 빨리 수술을 해야하는 형편이다. 이 수술은 청신경이 남아있어야 어느정도 수술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골수염 수술을 받은 뒤 갑자기 청력을 상실했다. 처음 가족들은 수술 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든 듯 모든 일에 무관심한 아들을 보고 수술에 따른 상심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뒤 어머니 권진경(가명·42)씨는 바로 앞에서 불러도 반응은 커녕 대답하지 못하는 아들을 발견하고, 병원 진단에 따라 보청기를 해주었다.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48)와 허드렛일을 마다않는 어머니가 버는 월수입 100만원 안팎의 넉넉치 못한 살림이었지만 어머니는 1년치 생활비를 털어 보청기를 장만했다. 그러나 김씨는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멀쩡하던 자식이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장애인이 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사춘기 시절 한창 예민할 나이에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면서 흐느꼈다.
 어머니는 현재 김씨의 수술 예정일 9월14일이 다가오면서 수술비 3천만원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벽부터 신문과 우유배달을 하는 틈틈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곳곳에 도움을 청했다.
 20년 동안 어렵게 장만한 허름한 집을 담보로 마련한 대출금과 아들의 수술을 맡은 의사의 도움 등으로 힘들게 2천여만원의 수술비를 모았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머니 권씨는 "병든 자식을 생각함에 있어 마음보다 돈이 앞선다는 사실이 속상하고 안타깝다"며 "영철이가 수술 뒤 다시 예전처럼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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