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수만명의 관중을 수용하는 오늘날의 대형 스타디움은 여러 기능들을 갖고 있다. 특히 지진 등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일본의 경우가그렇다.

 스타디움은 재해시 바로 대규모 피난처로 사용될 수 있다.

 오는 5월 31일 개막하는 2002년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 대비해 일본이 만든 8개의새 경기장과 2곳의 개보수를 거친 경기장은 비상용 식량을 비축하는 저장창고 등 재난시 대피소의 기능도 겸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사이타마(埼玉)경기장은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최대의 특징이다.

 3천250㎥의 물탱크에 모인 빗물은 평상시에는 그라운드에 뿌려지거나 화장실에서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재해시에는 탱크에 저장된 빗물이 1시간에 3천ℓ를 걸러낼 수 있는 정수기를 통과한 뒤 식수로 사용된다.

 경기장 관계자는 『3천명이 1달간 마실 수 있는 물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말한다.

 골대 뒷면 스탠드 아래에는 양쪽을 합산해 2천200㎡ 면적의 비축창고가 있어 재해시 곧바로 모포, 건빵 등이 운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게 된다.

 한편 고베(神戶)경기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경기장 내부에 2대, 외부에 1대가 설치돼 있어 유사시 정보전달의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고베시 관계자는 『95년 한신(阪神)대지진 때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극심한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며 『유사시에 상황을 시시각각 영상으로 전달하고 시합 중에도대피가 필요한 경우 경로를 표시해준다면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크린 아래에는 또 경찰과 소방관이 대기할 수 있는 지령실이 놓여지고 63대의비디오 카메라가 경기장 내외에 설치돼 방재센터를 통해 이상 여부를 감시해 테러나훌리건의 위협도 줄이게 된다.

 여기에 고베시는 관람석의 출입구 숫자를 종래 경기장보다 훨씬 많은 48개를 마련해 관중들은 테러 발생시 지체없이 6만3천700명이 단 13분 안에 빠져나갈 수 있게했다.

 월드컵경기장이 유사시에 실제로 활용된 사례는 없지만 일본에서 스포츠 시설이피난처의 역할을 했던 경우는 있었다.

 바로 한신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인근 경마장은 마구간 23동 등의 시설을 개방해약 5개월간 이재민들을 위한 배급물자 보급처 등으로 사용되도록 했던 적이 있다.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JAWOC)는 앞으로 10개 월드컵경기장에 대해 합동으로 대규모 피난훈련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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