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온정을-어머니가 뇌경색 앓고 있는 고3 수험생 미령이(가명)

"나중에 대학에 꼭 갈 거에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돈 벌어서 살림에도 보태고 저축도 해서 하고 싶은 일본어도 공부할 거에요".
 미령이(18·가명)는 집안 식구들이 뒷걸음도 들고 다닐만큼 대우받는 고3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달리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1년6개월째 누워있는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던 미령이의 꿈은 고등학교 2학년에 막 들어섰을 무렵 어머니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일찌감치 접어야만 했다.
 그동안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에도 가족들에게 누가 될까봐 쉬쉬하던 어머니는 지난 2003년 3월 급기야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현재까지 눈만 겨우 깜빡일 뿐 식물인간과 다름없이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미령이는 학교의 도움으로 낮 12시30분까지만 수업한 뒤 바로 병원으로 직행한다.
 어머니의 가래가 끓었을 때 즉시 제거하기 않으면 기도가 막힐 위험이 있어 한시도 자리를 뜰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루 세번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소변주머니를 바꾸고 하루 5번 약과 때마다 식사를 챙겨드려야 한다.
 아는 사람의 수석가게에서 일하던 아버지도 최근 가게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그만둔 뒤 막노동으로 하루 생활비를 벌고 있다. 미령이는 일이 없는 날 오전에야 병원에 들리는 아버지를 2주일에 고작 3번 보기도 힘들다.
 다행이 미령이네는 지난 2월 의료보호 2종 대상자로 선정돼 어머니 치료에 무엇보다 필요한 전문간병인과 요양병원 입원이 가능해졌지만 그동안의 밀린 병원비 600만원을 갚지 못해 현재 있는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길 수 없는 상태다.
 "내가 한다고 최선을 다해서 기저귀도 갈고 편하게 해 드리고 싶지만 전문간병인이 하는 게 엄마도 훨씬 편하실 거에요. 거기 병원은 요양전문병원이어서 엄마가 계시기도 좋데요".
 미령이는 시간이 없어 학교급식도 못 먹고 병원으로 와야 하기 때문에 아침은 기본으로 거르는데다 점심식사를 건너뛰는 것도 예사다.
 학교복지사가 지역 종합복지관의 도움을 얻어 저소득층을 위한 도시락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알아보고 있지만 이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당장 입원비만 한달에 60만원(자부담금 1일 2만원)이 들어가는 데다 16만원의 월세와 생활비 대기에도 빠듯한 집안 형편 때문에 미령이의 어깨가 한없이 무겁다.
 그렇지만 엄마 침대옆에는 미령이의 꿈을 위한 일본어사전과 일본어책들이 쌓여 있다.
 학교복지사는 "미령이는 고3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입니다. 미령이가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라도 할 수 있으려면 엄마가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가난의 세습을 막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령이의 꿈을 지키게 해 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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