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마철을 앞두고 오는 3일부터 금강산댐 물을 일정량 방출하겠다고 사전통보, 남한의 불안을 어느정도 해소해 주고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경협추진위 2차회의 등사전 합의됐던 행사조차 조금만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리곤 하던 북의 태도에 비추어 이번 일은 진일보한 자세로 평가할 만하다.

 북한이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온 것은 사안의 본질도 본질이지만 국제사회의 룰이나 관행에 익숙하지 않은데 적지않은 원인이 있다고 본다. 세련되지 못한 그런 태도로 인해 결국은 어렵고도 복잡한 사안들을 더욱 꼬이게 만드는 결과를 빚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동 일부 국가와 함께 북한까지 싸잡아 "악의 축"이라고까지 비난한 것은 일차적으로 부시의 전략적 발언 내지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의 미숙한 "외교"도 거기에 한몫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북한과의 약속을 믿기 어려운데다가 북측이 수십년동안 미국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끊임없이 해오지 않았는가.

 북한의 통보 내용을 전해들은 통일부와 건설교통부는 즉각 금강산 댐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덜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쪽에서 금강산댐 안전문제가 불거졌을때 왜 진작 이런 식의 성의를 보이지 않아 짧은 기간이나마 필요 없는 갈등이 지속돼야 했는지 아쉽다. 북의 이번 조치는 지체 없이 풀어나가야 할 남북문제에서 북쪽뿐만 아니라 남쪽에게도 시사해주는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도 조그마한 북측의 성의 표시가 즉각 2차 경추위 개최를 희망하게 하는 등 남쪽의 자세를 부드럽게 만들고 있지 않는가.

 북한의 이번 조치를 놓고 북한이 식량문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문제 등을 위해 경추위 개최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략적 측면에서 이해하려 하는 시각이다. 세계인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돼있는 월드컵 개최기간에 6.15 공동선언 2주년이 온다. 북한의 조치가 정말 전략적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왕이면 월드컵 기간에 획기적인 조치가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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