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병마와 싸우는 부인과 딸을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힘을 냅니다"
 울산시 남구 야음1동 부엌이 달린 3.5평의 작은 방에서 부인(31)과 둘째 딸 혜영이(3)와 함께 살고 있는 신학순(43)씨.
 장롱, 냉장고 등 생활집기가 절반을 차지한 방은 성인 두 명이 간신히 누울 정도로 비좁다. 냉장고에는 사회복지시설과 이웃에서 보내준 김치가 2통 있고 약봉지가 즐비하다. 천정 일부에 벽지가 떨어진 자리에는 신문지가 붙여져 있다.
 신씨는 지난 87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산업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중 왼손 엄지와 약지를 절단 당해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지만 아내와 두 딸을 생각하면 걱정이 산더미다.
 부인이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인데다 큰 딸 혜경이(4)가 태어나서 얼마 안 지나 간질 증세를 보여 줄곧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둘째는 정상이지만 아직 안심할 수가 없다.
 신씨는 현재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으로 자활후견기관에 소속돼 일을 하면서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다. 남구자활후견기관이 시행하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에 동원돼 집수리 작업을 하면서 한달에 75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월세 8만원과 각종 공과금, 둘째 딸 놀이방 비용, 첫째 딸 병원치료비를 내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아이가 커갈수록 치료비, 교육비, 생계비도 크게 필요할텐데 앞날이 걱정이다.
 더욱이 올 추석때는 엄마가 보고 싶다며 보채는 큰 딸을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올 계획이지만 매달 한번씩 먼거리를 통원치료 받으러 가야하는데다 혼자 힘으로 요리도 못하는 부인이 딸을 제대로 간호할 수 있을지 근심이 크다.
 간질을 앓고 있는 부인은 인근 의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투약하고 있지만 한달에 2~3차례 정도 발작 증세를 보이는터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신씨는 큰 딸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완치도 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서 희망을 걸고 있다.
 신씨는 "부인과 큰 딸은 간질을 앓는다는 이유로 적금도 넣지 못하도록 돼 있어 자신과 둘째 앞으로 매달 2만500원을 저축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커서 부모를 원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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