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의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사상계, 1968.3 )

 아침의 건강한 모습을 그린 즉물적(卽物的)인 시이다. 밤에는 모든 물상들이 어둠에 묻혀 버려 그 형상을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던 것이 아침이 되면 밝음 속에 그 본래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리하여 어둠의 세계인 밤과는 전혀 다른 생동하는 밝음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 시에서 "어둠"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아침을 잉태한 긍정적 이미지이다. "새와 돌과 꽃을 낳는" 그런 "어둠"이다. 또한 "어둠"은 희생의 이미지를 갖는다. 스스로 "땅 위에 굴복한다." 아침은 시간의 개념을 넘어 생동감과 즐거움으로 공간화 된다. 잔치의 공간이며 광명의 태양이 약동하는 생명력의 "울림"이다. 조지훈이 "아침"이라는 시에서 "아침"을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파동(波動)"이라 했듯이, 이 시에서의 아침은 새로운 세상의 "개벽"이다. 일상에 찌들려 기계적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현대인들에게 "금으로 타는" 아름다운 아침이 있음을 일깨우는 시이다. 오늘은 더 너그럽고 더 즐거운 마음으로 싱그러운 아침을 맞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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