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잡지 등을 보면 구두나 스타킹을 선전하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광고의 특징은 모델들의 얼굴이나 몸은 보이지 않고 다리만 전문적으로 드러내 보여 각선미를 자랑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모델들이 그들의 아름다운 각선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다리뿐 아니라 발관리에도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시간과 경제적 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발관리가 꼭 그들 모델들에게만 필요한 전유물일 수는 없다.

 인간이 태어나 평생 걷는 거리는 줄잡아 지구의 네바퀴 반이나 되고 땅에 발이 닿는 횟수만도 1억번 정도나 된다고 한다. 발은 인체 모든 기관의 축소판이며, 심장을 도와 혈액순환을 돕는 "제2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 서 있거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었을 때 온몸이 피로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발은 신체의 중요한 일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얼굴이나 손에 비해 천대받는다. 사실 진료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특히 발에 피부 질환이 생겼을 때 병원에 내원하는 시기를 차일 피일 미루어 결국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가 얼굴이나 손에 질환이 생겼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발의 건강과 미용에 있어 가장 흔히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 피부질환은 아마 무좀일 것이다.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양쪽 발가락 사이나 발바닥과 발가락 틈에 무좀이 도져 불편을 겪는 사람이 많다. 발무좀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특히 여성분들인 경우에는 대부분 무척 부끄러워하면서 마지못해 병변을 슬쩍 보여주는데, 이는 아마도 동양인들의 전통적 정서상 발을 타인에게 내 보이는 것이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가느다란 스트랩만으로 이루어진 샌들이나 화려하고 과감한 장식의 슬리퍼 착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요즘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타인에게 자랑하고 뽐내는 시대이고, 또 여성들은 특히 예쁜 샌들을 보면 그 샌들을 너무나 신고 싶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욕망이 강한 탓인지 아니면 예쁜 샌들이 상품으로 많이 출시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치료에서 천대받고 있던 발무좀과 발톱 무좀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싶은 여성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무좀은 염증상태와 임상증상에 따라 치료 약물이 각기 다르므로 의사의 진단을 통해 올바른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치료 도중 무좀균이 약화되고 증세도 나아져 당초 "이번에는 뿌리를 뽑아야지" 하던 마음이 약해져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톱, 발톱무좀 등 특별히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무좀은 끈기를 갖고 치료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재발한다. 특히 무좀의 치료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사용하다가는 오히려 화를 당하기 쉽다. 이들 민간요법들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실상 과거 특별한 치료약도 없던 시절의 치료법이므로 요즘과 같이 부작용도 적고 효과가 우수한 여러 약제와 치료법이 개발된 지금은 거의 필요치 않은 방법들일 뿐이다.

 여름철의 발관리는 발을 항상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흡수성이 좋은 면양말을 신는 것도 중요하다. 신발의 선택도 무척 중요하다. 구두는 땀을 잘 흡수하는 천연가죽이 훨씬 위생적이고 가능하면 두 켤레를 준비해 하루 걸러 번갈아 신음으로써 건조될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이 편해야 하루가 편하듯 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원인 모를 피로가 축적돼 또 다른 장기가 나쁜 영향을 받는다. 발 자체의 모양이나 보행에 이상이 있어 야기된 발의 건강상 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발무좀과 발톱무좀도 잘 치료하고 또 예방하여 자신있게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어보는 건강한 여름을 보냈으면 좋겠다.

※ 6월 경상시론 필진은 채영수 창조피부과원장, 한분옥 울산 문협회장, 채현경 울산대 음대학장, 김우성 울산대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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