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1083미터 간월산에서 생성된 물은 30미터 높이의 홍류폭포를 형성하고는 작괘천을 따라 흘러내려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간월마을, 화천마을 지나 삼남면 수남마을 돌아 언양 남천으로 흘러들어 태화강으로 이어진다.

 길이나 높이에 있어 가지산이나 백운산에 미치지 못해 발원지로 명함을 내밀지는 못하지만 간월산(肝月山)의 신성한 기운이 태화강에 보태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간(肝)은 우리 민족이 옛부터 써오던 신성하다는 뜻을 담고 있고 월(月)은 들이나 벌, 또는 산으로 해석된다. 간월산은 신성한 산이다.

 간월산은 그저 아름다운 골짜기와 하천, 간월사라는 커다란 사찰을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성하다고 여겨졌으나 오늘날에 와서 온천수라는 신비한 물을 품고 있었던 것을 예상하고 지어진 이름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1988년 2월 간월산 자락에서 터져 나온 온천수는 이 지역의 역사를 새롭게 시작하도록 했다.

 간월마을과 화천마을 2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던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는 근래 10여년간 울산 인근에서 가장 많이 바뀐 마을이다. 간월마을은 음식점과 민박촌으로 완전 탈바꿈했고 온천지구라는 하나의 마을이 더 생겼다. 변화의 상징인 "가든"이나 "모텔"은 셀 수 없이 증가했고 "비까번쩍"한 건물도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다른 농촌과는 달리 가구수도 늘고 젊은 층의 유입도 많다. 작천정이 있는 수남마을 조금 위에 자리한 화천마을만이 예나 다름없이 슬레이트 지붕의 작은 한옥에 살며 다랑이 논에서 농사를 짓는 토박이들이 살며 옛 시골마을의 분위기를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10여년전 온천지구로 지정될 당시 땅값 때문에 마을 전체가 들썩이기 전만해도 등억리는 인심좋고 공기좋고 물좋은 농촌이었다. 지금은 토박이는 토박이대로, 유입인구는 그들대로 서로 섞이지 못하고 각각 새로운 삶을 형성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등억리이장 정무근씨는 "하루아침에 땅값이 몇십배를 오르내리면서 인심이 다소 사나워졌으나 이제는 거품이 많이 빠지고 마을 분위기도 안정적이 되었다"며 "위락단지로 변하면서 교통이 편리해지고 부녀자들도 인근 상가와 온천지구에 품을 팔아 살기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토박이들이 주로 사는 화천마을은 10가구 정도가 음식점을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이 예나 다름없이 농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나무에서 꽃이 만발하여 그 꽃잎이 떨어져 하천으로 흘러 내린다하여 "꽃내"(花川)라고 불렀다. 마을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옛풍경이 그려진다. 지금은 온천지구로 지정되면서 이차선 도로가 생기고 버스도 1시간에 한번씩 다니는 등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심도 자연도 예전만 못하다.

 정종덕 할아버지(75)는 "나이든 토박이들은 여전히 농사 짓고 새로 들어온 젊은 사람들은 가든이니 모텔이니 해서 잘 살지"라면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모텔 갈일이 있나, 가든 갈 일이 있나, 그들과 가까이 지낼 일이 없지"라고 말했다.

 간월산 아래 첫동네 간월마을은 새로 조성된 마을이나 다름없다. 도로와 하천을 끼고 줄줄이 음식점이다. 줄잡아 30여집이 넘는다.

 91년부터 이곳에서 상점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김정희씨(33)는 "처음에는 가게가 별로 없어 장사가 잘 되었으나 4~5년전부터 크고 새로운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장사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화천마을에서부터 올라가면 느티나무, 여기좋겠네, 새마을가든, 해돋이, 등억골, 장수촌, 좋은하루, 청양가든, 화천가든, 장수마을, 온천, 반석촌 등 대부분 "가든"이라는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고 산골짜기로 깊이 들어가면 언양유스호스텔, 등나무산장, 산머루산장, 일송정, 사계절, 간월자연휴양림 등으로 산장이란 이름으로 바뀌면서 대부분 민박을 주로 한다. 이들 민박집은 수용인원이 적게는 150명이고 많게는 400~500명에 이르는 대규모다.

 1991년 7월12일자 본보 태화강백리 간월마을 편에는 간월거랑을 따라 19가구가 모여 사는데 대부분 노인들만 살고 있으며 그 중에 간월산장, 등나무산장, 신불산장, 이화농장 등 5개의 산장이 있다고 적고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간월마을은 유동인구가 주말이면 7천~8천명에 이른다. 그러나 도로는 아직 비포장인데다 자동차의 교행이 안될 만큼 좁아서 체증이 심각하다. 이 곳에서 음식점을 하는 상가들로서는 도로확포장이 숙원사업이다. 몇년전부터 포장해준다고 말만하고 실행이 안돼 여간 애를 태우는 것이 아니다. 요즘에는 상가 주인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2차선으로 확포장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는 울산시·울주군에 요청을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지관씨(40)는 "이 일대가 관광위락단지로 인식이 굳어져 울산 뿐아니라 부산 마산 등지에서도 단체 야유회를 많이 오고 있어 주말이면 1시간 이상 차량정체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온천지구와 화천마을에는 포장이 잘되어 있는데 유독 간월마을만 도로사정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온천지구는 하천을 건너 신기루처럼 서있다. 91년 1곳으로 출발했던 대규모 목욕탕은 3곳으로 늘었고 모텔은 25개 정도에 이른다. 현대식 건축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고 지금도 온천랜드라는 대규모 목욕시설이 공사중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온천개발이 활기를 더하면서 자수정광산을 재개발하여 꾸민 자수정동굴과 함께 관광지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등억리의 행정구역이 상북면으로 되어 있으나 위치상으로는 작괘천이라는 하나의 하천을 끼고 삼남면 수남마을과 연결돼 있다. 작괘천을 따라 삼남면 수남마을, 상북면 등억리 화천마을, 간월마을, 온천지구로 이어진다. 상북면과는 산중턱으로 난 도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주민들도 면소재지와는 무관하게 살아간다. 생활권은 언양으로 연결되어 있어 행정서류 문제가 아니면 상북면에 갈 일도 없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사진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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