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에 담긴 시정은 어느 명화 한폭의 감동 보다, 빼어난 자연경관 보다 훨씬 더 우리의 미적 정서를 북돋운다.

 이제는 우리도 마음 놓고 밥을 먹고 살만하다. 그러나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사느냐, 얼마나 양보하고 사색하고 차분한 정서로 사물을 인식하고 사느냐가 문제다.

 우리는 그동안 많이도 뛰고 열심히 일했다. 많은 울산시민은 공단에서, 중공업, 중화학공업에 종사하며 공해를 극복하고 살아왔다. 하여 우리나라 경제의 산업화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온 주인공들이라 스스로 자부하는 긍지를 지닌 사람들이다.

 이제는 우리 울산시민도 어느 정도 자신을 돌아보고 문화시민으로서의 미래를 열어가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살아갈 당위성을 찾고자 한다.

 울산광역시의 이름에 걸맞는 문화예술회관의 공연장과 전시장에서는 매주 질높은 공연과 전시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문수구장의 시민공원화 현상도 참으로 바람직하며 한달 전에 개장한 울산대공원도 참으로 자랑스런 자연 친화적 시민공원이 아닐 수 없다. 연일 많은 시민들이 놀러나와 산책을 하고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있는 저녁 풍경을 대할 때 시민으로서 살맛 나는 삶의 질을 얘기하고 싶어진다.

 문화란 놀이위주의 문화만이 최상의 것은 아니다. 모두가 노래하고 춤추고 별미를 찾아가며 먹고 마시는 것, 이것만이 문화는 아니다.

 토론문화, 책 읽는 문화, 예술작품의 감상문화 이런 질적으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깊이 있는 문화야말로 산업도시 울산에서 문화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울산의 바람직한 면모다.

 즐기다 못해 혼을 빼앗기는 놀이문화는 일년에 한두번이면 족하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고, 시를 외우던 아름다운 추억은 평생을 통해 자기인생의 등을 밀어주는 순풍의 돛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울산대공원에 동물원, 식물원, 놀이동산이 들어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공원에 문학과 문학동산이 들어서는 것 또한 마땅하다. 문학관에는 많은 울산출신 작가들의 저서와 문학지, 문예동인지, 문화예술지, 시사, 군·읍·면지 등 이 모두를 한곳에 모아 귀한 자료로서 보관 진열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예술인들이 문화.예술. 문학, 학술 심포지엄을 열 수 있는 공간인 회합실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문학동산에는 울산출신 문학인들의 시비가 들어서고 현존하는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도판에 새겨 문학과 시의 숲을 이루어 온 시민이 감상하고 시를 암송하는 사색의 공원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은 어디에 가도 있다. 동해의 청정해역과 영남알프스의 빼어난 산새도있긴 하지만 이 자연을 누리는 시민으로서의 독특한 문화를 가꾸어 온 것을 이제 실에 꿰어야 할 즈음이다. 문학은 결코 권력이 아니며, 본질적으로 권력의 반대편에 있기에 묵묵히 내면의 정서를 시로, 소설로, 수필로 쓰고 있을 따름이다.

 사람은 추억같은 아름다운 내일을 만나기 위해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시와 문학이 있는 공원에서 이런 시절을 보낸 청소년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추억이 될 것이며 그들의 미래 또한 사색적이고 정서적으로 평온한 인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질높은 문화적 추억을 만든다는 것은 훌륭한 인생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고 시를 암송하는 것 또한 어떤 교육 못지않게 한 인간의 인격이나 인성 형성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도심속 푸른 숲과 놀이동산, 야외공연장과 광장, 그래서 자연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아름다운 대공원에 이제 문학관 및 문학공원을 조성, 많은 울산 문학인들의 숙원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일백만 문화시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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