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병 보람병원 진단방사선과 과장

황혼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잠의 신 휘프노스가 고대 그리스인의 밤을 몰래 휘감듯이, 유방암은 아무 경고도 없이 여인의 몸을 침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계속 별다른 증상없이 지내다가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과도 같이 불쑥 불쾌한 면상을 들이미는 유방암은 여성에게는 여간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만져지는 유방의 멍울이 모두 암은 아니다. 유방의 멍울은 가짜 병변이거나 진짜더라도 양성혹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부 소수 만이 유방암으로 확진될 뿐이다. 더구나 유방암의 상당수가 멍울 조차도 만져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방암으로 확진되더라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다른 고형암(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을 제외한)에 비해 치료성적이 월등하며 조기진단이 비교적 용이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한 보건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체계화된 유방암 조기진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 못하지만 생활방식의 서구화와 폭발적인 유방암 증가세를 놓고 볼 때,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유방검진을 하고자 한다면 유방 엑스선 촬영과 유방 초음파를 전문적으로 수련받은 진단방사선과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정상 멍울은 정기검진으로 충분하지만 유방암의 가능성이 있는 멍울은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간단한 유방조직 검사침을 이용해서 적은 양의 조직을 얻어서 현미경으로 암세포가 있는지를 보는 방법이 대다수였고 지금도 많이 하고 있는 검사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조직의 양이 적어서 확진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럴 경우 유방의 많은 부분을 떼어내는 수술적 조직검사까지 하게 되는데 유방의 변형이 심하게 오고 흉터가 크게 남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최근에 개발된 맘모톰 조직검사는 유방변형과 흉터가 거의 없는 장점과 함께 조직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간단한 부분마취만 하므로 전신마취에 따른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도 또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장점 때문에 맘모톰은 점점 더 인기를 끌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맘모톰에 단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보험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피가 고여 멍이 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문제가 안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모톰의 여러 장점 때문에 보험적용대상이 되어서 보다 많은 여성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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