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가 추진해 온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은 차질이 불가피해졌으며,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위헌심판을 청구한 지 100여일만에 사법적 판단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제기된 이후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여야 각 정당들은 헌재 결정에 대해 정치적 이해득실을 저울질할 것이며, 이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갈등이 유발되고, 반목의 골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자치단체, 수도권 자치단체와 충청권 자치단체간 신행정수도를 놓고 빚어졌던 대립과 앙금은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행정수도 논쟁의 중심에 서 있지는 않았지만 지난 2년간 정치권을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분열양상을 지켜봤던 대다수의 국민들은 헌재 결정 이후의 후유증과 파장을 또다시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우리 울산은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논란과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아니다. 하지만 신행정수도 건설이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 활성화를 위하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던 만큼 울산시를 비롯한 지역 유관 기관들은 향후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예상되는 파장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행정수도 건설이 사실상 미궁에 빠지면서 함께 추진되었던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논의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정부가 국토균형발전방안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함에 따라 석유화학 등 5개 분야 20개 공공기관을 유치키로 했었다.
 이전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부지제공과 연구개발비 지원 등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이전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공공기관을 유치해야 울산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산업도시 울산의 경쟁력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우리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고삐를 죄고, 신행정수도 논란과 상관없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우리는 최근 몇 차례 지역실정에 적합하고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공기관을 울산에 유치하는데 실패하지 않았던가. 중소기업청이 그렇고 노동청도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도시의 외형적인 규모와 실질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중심축이 아닌 변방으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실패하기도 했지만 유관 기관들간 호흡이 맞지 않고 치밀한 전략이 부재했던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단순히 "우는 아이 젖준다"는 사고에 매몰되어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민원성 하소연을 되풀이해서는 공공기관 유치는 소리없는 메아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최근 남구청과 남구의회가 지역주민과 한 목소리를 내어 중구와의 법조타운 유치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관을 상대로 유치타당성을 설명하고,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당근책을 제시하는 등 치밀한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지역 현안인 법조타운과 국책사업인 공공기관 유치를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울산의 보다 나은 도약 위해서는 다시 한번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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