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목숨이 살아나서 덤으로 사는 인생입니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가장 먼저 생활전선에 복귀한 뒤 저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간이식" 수술 뒤 1년여간의 투병생활을 마치고 지난 4일 퇴원한 양종운(44·가명)씨의 작은 소망이다. 아직도 검은빛이 도는 얼굴과 흐린 눈동자 등 병색은 완연했지만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양씨는 지난해 10월31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10년 정도 앓아오던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악화되면서 간은 더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양씨는 여동생이 간을 기증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대수술이었다. 수술비도 예상을 웃돌았다. 1억원이 넘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양씨와 아내 김정희(44·가명)씨는 또 한번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수술비는 친지와 이웃, 학교 동문들의 도움을 받아도 감당하기에 벅찼다. 결국 양씨의 어머니가 살던 집을 팔고 수술비를 거들면서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양씨가 입원하면서 아내 김씨는 남편의 병수발과 수술비, 생활비를 혼자 책임져야 했다. 남편이 퇴원한 지금도 그 부담을 줄지 않았다. 달마다 300만~500만원에 이르는 의료비와 생활비는 온전히 아내의 몫이다.
 설상가상으로 부부가 운영하던 독서실이 건물주인의 부도로 경매에 넘어갔다. 부부는 단 한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새 건물주인의 배려로 독서실 운영은 계속하고 있지만 아내 혼자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은 컸다.
 그러나 남편을 향한 아내 김씨의 "사부곡(思夫曲)"은 끝이 없다. 김씨는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사람 간병할 겁니다. 남편도 가정도 결코 등한시 하지 않을 겁니다"고 말했다.
 양씨도 지난 9월 서울아산병원 체험수기 공모에서 "10월31일생;아내의 눈물"이라는 수기로 대상을 받았다. 수기는 아내를 향한 양씨의 마음과 수술 경위, 입원 생활 등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안선희 병영2동사무소 사회복지사는 "간이식은 수술비보다 수술 뒤 의료비 감당이 안돼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남편과 가정을 위해 초인적인 생활력으로 버티는 김정희씨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양씨는 담도협착에 따른 황달증세를 보이는 등 회복을 위한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간도 아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내 김씨는 독서실과 집을 오가며 남편을 간호하고 있으며, 하나 밖에 없는 "착한" 아들은 인근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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