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우리나라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는 환경부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전체예산의 13%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우리의 잘못된 음식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평소 밥 한숟가락과 김치 한 조각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충격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이렇게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금액은 지난 99년 한해동안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의 60%에 해당 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IMF 사태 이후 과소비 및 과잉투자 등 우리 경제의 고질병을 고쳐나가는 전 국민적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1년 정부 살림규모의 10%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월드컵을 위해 지난해 개장한 상암구장 건설비로 2천억원이 소요 됐으니 우리 국민이 한해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월드컵 경기장을 70개 이상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15조원에는 음식물 쓰레기의 사회경제적 비용인 수집 운반비와 매립 및 소각처리비, 매립지와 소각시설 설치비 등은 제외돼 실제로는 15조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환경부의 의뢰를 받은 식품개발연구원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공급된 전체식품 가운데 국민이 섭취하지 않고 손실되는 양을 음식물 쓰레기로 간주하고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 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3천239t으로 무려 404억원이 매일 쓰레기로 버려지는 셈이다.

한편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지난 99년 현재 30.2%에 불과, 필요한 식량의 7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다 결식아동이 전국적으로 16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까운 식량이 쓰레기로 낭비되지 않도록 정부의 대책이 더욱 강력하게 수립되는 것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우리 음식문화에 적합한 감량 모델 개발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반찬 수 줄이기와 반찬 덜어 먹기 등을 실천하고 이를 시행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