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과 미국 축구팀의 결전을 앞두고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글이 인터넷에 떠오르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반미 응원단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있을수 없는 일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월드컵이 일부 국민들의 편향된 시각으로 미국 비판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이 폴란드를 누르고 월드컵 사상 첫승리를 따냈으니 그 흥분과 감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우리 선수들의 실력 또한 날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8강 진출의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어 국민들의 흥분은 가히 폭발직전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는 오후로 예정된 미국과의 일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의 도는 쉽게 짐작할수 있는 것이다.

 축구경기에서 응원은 우리선수들이 있는 실력을 최대한 발휘, 기필코 승리를 따내라는 격려와 성원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응원이 도를 넘어 상대방 선수를 위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옥죄는 것이라면 이는 스포츠 본래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며 월드컵 정신도 아니다. 이번 2002 월드컵 대회야 말로 화합과 축제의 장이 아닌가. 어디까지나 축구경기는 축구경기일 뿐이다. 축구경기에 국가적 감정을 연계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우리 김동성선수의 금메달을 가로챈 "안톤 오노 사건"을 상기시키며 확인되지 않는 유언비어까지 난무하는 등 반미감정의 열기가 심히 염려스러운 수준이다. 주한 미대사관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경기 당일 오후에는 임시 휴무키로 결정했다 한다. 정부도 반미 감정의 확산으로 인한 불상사를 우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당국의 노력에 앞서 국민들이 스스로가 좀더 냉철하고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반미감정 같은 정치성 응원이나 위법적 응원은 일절 배제하고 한국 선수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건전한 응원만 할 것"이라는 붉은악마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우리를 안도케 하는 대목이다. 어느 누구도 힘들게 준비한 월드컵 대회에서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전세계 60억 인구가 지켜 본다는 점을 명심, 우리국민들의 당당하고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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