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울산" 11월 좌담회 참석자들은 시대적으로 너무나 바람직한 사회봉사활동인 "자원봉사"와 "푸드뱅크"가 전문인력 부족과 예산난, 행정과의 연계성 부족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식제고와 대대적인 행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은 갈수록 늘어나고 그 만큼 자원봉사와 푸드뱅크 등의 역할 또한 비중이 확대돼야 하는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적절히 연계할 수 있는 공동 네트워크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기증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복서비스를 피하고 다양한 재원발굴을 위한 기업의 마케팅 차원의 전략적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자=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어려운 이웃들의 사정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이웃과 함께 해온 전통적인 온정나누기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자원봉사와 관련, 센터운영의 실무총괄 책임자로서 현황과 애로점은 어떠한가.
△조용진= 자원봉사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자유 의지로 남을 돕는 활동으로 정의되고 있으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일부에서는 자원봉사 조직이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도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동기부여에 대한 교육도 미비한 실정이다.
 울산지역에서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원봉사활동을 통합하기 위해 울산시와 5개 구·군에서 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남·동구청은 직영체제로, 중구청과 울주군은 위탁, 북구청은 혼합직영체제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6개 단체가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와 수직적으로 연계돼 있지 않고 횡적인 연계만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한정된 자원봉사 활동으로 최대의 만족을 이끌어 내는데는 부족한 점이 많다.
 수요와 공급에 대한 연계체계도 매끄러운 상황은 아니다.
▶사회자= 여성자원봉사 조직의 회원수만 3천명에 달한다고 하던데.
△조용진= 회원수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얼마 만큼의 열의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가 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울산지역 자원봉사자수는 10만명에 달할 정도이다. 풍부한 재원이지만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단순히 이웃을 돕거나 대규모 행사시 질서유지 지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전문인력이 부족해 체계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예산부족과 행정의 연계 미흡 등으로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자= 자원봉사제도의 도입역사가 짧아 과도기적인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활동에 따른 예산지원 등이 필요한 한편으로 정치도구화를 차단하기 위한 보완장치도 필요할 것 같다.
△김영호= 울산은 지역 특성상 대기업 중심으로 자원봉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전문가 부족으로 수요과 공급을 연계하는 시스템상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자원봉사센터만으로는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져 있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수혜자를 발굴하는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원봉사자들도 단순히 남을 돕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장김치만 여러곳에서 지원한다고 저소득계층 주민들이 고마워하는 것은 아니다. 김치가 지원된 가정은 쌀과 부식, 독거노인들에게는 상담과 함께 생필품이 필요한 것이다. 정작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서비스가 전달돼야 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행정과의 연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각 기관마다 자원봉사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그 규모나 활동상에 대한 정보공유가 부족하다. 자칫 중복서비스가 제공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종합정보관리망 구축이 필요하다.
▶사회자=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사회복지사업도 다소 침체되는 듯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빈부의 격차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눔울산 운동을 추진하면서 아직도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온정나누기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부문화의 실태와 현장 상황은 어떠한지.
△정연우=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단체들은 대부분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수혜자들을 지원하는 형태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모금단체의 난립으로 인력적인 소모도 심한 상황이다. 단일 창구를 위해 발족한 공동모금회도 아직까지는 그 역할을 충실히 이뤄냈다고 보기 어렵다. 이 모든 것들이 체계적인 종합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머니를 풀어헤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혜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지원금이 어떤 형태로 쓰여졌는지를 정확하게 다시 전달하는 피드백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리고 재원의 쓰임새에 대한 투명성도 아울러 확보하는 방인이 중요하다.
 △김영호= 후원과 결연을 적십자회비 내듯하는 방식은 잘못된 것 같다. 그리고 전달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돼야 할 것 같다. 후원자들에게 수혜자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투명성을 곁들여야 지속적인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조용진=수혜자에 대한 정확한 현황파악이 이뤄져야만 중복서비스를 피하고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
▶사회자= 정확한 배분과 성과에 대한 결과 보고, 투명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허달호= 모금 주체의 난립은 자칫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은행에 5~6개의 모금창구가 설치되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나눠 모금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모금단체 상호간의 연계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점이라고 본다.
 기부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전략적인 홍보대책 또한 절실한 시점이다.
△조용진= 모금과 기부·기증도 모두 자원봉사의 한 영역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모금창구가 난립한다고 해서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창구의 다양화는 그만큼 많은 수혜자를 창출하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면 문제점은 없을 것이다.
▶사회자= 모금창구의 다원화는 투명성을 갖추면 부작용을 해소할 수도 있지만 유사한 사업의 난립현상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김영호= 상호 경쟁을 통한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경우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공동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모금창구의 난립보다 더 큰 문제는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기부문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학기중 학생들에 자원봉사활동차원으로 은행을 찾을 경우 동기부여 교육이나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정보 제공보다 단순히 동전을 나누는 작업에 투입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처한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인식이다.
 전반적인 인식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정연우= 모금창구들의 모금처 편중 또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모금이 손쉬운 학교와 기업을 중심으로 모금활동을 치충하고 일반 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머니를 열도록 하는 전략적인 홍보는 등한시하고 있다. 이대로 안주해서는 안된다.
 결론적으로 사회복지활동의 중복서비스를 피하고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구축이 아쉽다.
△허달호=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기증문화 확산도 절박한 숙제다. 기업과 학교에 편중된 모금창구 치중현상도 개선점으로 꼽히고 있다. 모금단체와 시민들 모두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자=남은 음식으로 이웃을 돕는 푸드뱅크사업은 최근들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행정이나 푸드뱅크에서도 이같은 중요성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실질적인 지원이나 연계는 아직 미미한 것 같은데.
△조용진= 자원봉사자 활용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울산지역 자원봉사센터에 푸트뱅크 업무가 "덤"으로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행정과 봉사단체 모두 사업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최근 3~4년째 정체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푸드뱅크란 생산, 유통, 판매,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영식품을 기탁받아 저소득 가정이나 무료급식소, 노숙자보호소, 사회복지시설 등에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울산지역은 대기업이 많아 당일에 소화하지 못한 음식들이 폐기되는 상황이지만 식중독 등 부작용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부분 폐기되고 있다. 행정의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기탁자 보호에 관한 법적근거 확보가 시급하다.
 또 푸드뱅크마다 전문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원봉사라는 본업외에 부업으로 맡겨지다보니 격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한 지경이다. 행정적인 지원도 냉동탑차와 냉장시설에 그치고 있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거의 지원되지 않고 있어 종합적인 정비와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정연우= "나눔과 섬김의 집"에서는 푸드뱅크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수혜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사랑의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혜자의 욕구까지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읍·면·동에서 주민들과 부딪히는 행정과의 연계가 꼭 필요하다.
 푸드뱅크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포함된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 환경인증제처럼 사회봉사 기여도에 따라 기업들에게 인증제를 부여하는 방안도 모색해야한다.
△김영호= 지금 당장 푸드뱅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예산지원이 가장 필요하다. 예산지원 부족에 따른 조직의 부실로 인해 빵가게에서 수거를 요청해도 외면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인력과 예산지원이 필수적이다.
△조용진= 사회복지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울산지역 사회복지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토론회가 정기적으로 마련되면 사회복지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복지사업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동시에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발굴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정리=최석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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