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앞으로 흐르는 남천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울주군 삼남면은 간월산과 신불산의 신성한 물줄기를 따라 형성됐다. 간월산 자락의 상류에 위치한 상북면 등억리를 제외하면 남천의 남쪽 일대가 삼남면인 셈이다.

 삼남면은 상평·중평·평리·수남·향교·벌장·수정 등 7개 행정동으로 이루어진 교동리, 마산·후평·쌍수·도호 등 4개 행정동으로 이루어진 신화리, 신복·신안·상천 3개의 상천리, 가천·공암·강당·지내·금사의 가천리, 상방·방기·하방·연봉의 방기리 등 5개의 법정리로 구성돼 있다. 또 삼남면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없는 삼성SDI가 하나의 행정리 대접을 받고 있어 행정상으로 삼남면은 24통으로 나누어진다. 2002년 5월31일 현재 4천390가구, 1만3천309명이 살고 있다.

 박장근 삼남면장(45)은 "교동이 대규모 주택지로 개발 중이고 방기리도 이미 택지개발을 끝내고 새 주택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면서 "농가는 16%에 불과하고 주민들은 상당수가 회사원으로 바뀌었으며 외형적으로도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삼남면은 10여년 사이에 울산에서 가장 많이 바뀐 마을이다. 그 중에서 평리에서 독립해 나간 상평 중평이 택지개발지구로 들어가면서 많이 바뀌었고 벌장과 수정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심한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간월산에서 발원한 작괘천 상류의 상북면 등억리에 이어지는 수남마을은 아름다운 계곡 작괘천과 상춘객을 유혹하는 벚꽃터널을 갖고 있는 변함없는 농촌마을이다. 아파트 하나 들어서지 않아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200여가구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90년에 벌장을 분동시켰고 92년에 향교를 분동시킨 큰 마을이다.

 수남리 이봉상 이장은 "삼남에서 강당과 더불어 가장 큰 자연마을로 물 좋고 정자 좋고 교통까지 편리하 마을"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온천이 들어서고 집단시설지구가 형성돼 상가가 조성되면 동네가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10여년 세월을 끌면서 땅이 거의 외지인들에게 넘어가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없다"고 못내 아쉬워 했다.

 상류의 등억리처럼 온천이나 계곡을 십분 활용한 상가가 형성되지도 못하고 벚꽃이 때 벚꽃 아래 진을 치고 한몫 보는 장사도 마을 주민들과는 무관하다. 땅주인이 대부분 외지인이고 이들이 떠돌이 장사꾼에게 땅을 임대해주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벚꽃나무는 생존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이득이라고는 없다. 10여년전 대형 상가가 들어설 예정으로 벚꽃터널 옆에 조성된 수남집단시설지구도 이미 땅주인은 대부분 외지인들이다. 등억온천이 생기면서 기대했던 반사이익도 거의 없다. 주민들은 온천 목욕료도 할인받지 못하고 있다.

 이봉상 이장은 "온천지역은 상북면 등억리로 행정구역이 다르니 이들과 한 동네사람이 아니라고 목욕료도 할인해주지 않는다"며 "온천 가는 차들이 매연만 내뿜고 하루 종일 온천 가는 길을 묻는 사람들로 인해 짜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수남은 그래도 개발에 따른 이익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마을 북쪽의 집단시설지구와 남쪽의 택지개발이 완료되어 상가와 주택이 번듯이 들어서면 활기찬 미래가 보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92년 수남에서 분동된 향교리는 언양향교가 자리하고 있어 교동리라는 이름의 족보를 쥐고 있는 마을이지만 교동리서 가장 작은 마을이다. 수남마을과 함께 택지개발지구에 마을의 대부분이 잠식된 것이다. 향교는 택지개발지구의 한가운데 고작 43가구가 을씨년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새 주택을 지은 10가구, 언제 철거할 지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10가구 등 마을이 어수선하다. 눈앞으로는 풀밭만이 넓게 펼쳐져 있다.

 8대째 향교리에 살았고 현재 향교관리를 맡고 있는 신해식씨(40)는 "젊은 층이 없어 재작년에 부녀회가 깨지고 작년에는 청년회 마저 없앴다"며 "택지 조성이 끝나고 입주가 돼야 마을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택지조성과 함께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이다.

 90년 수남에서 독립한 벌장은 766가구나 된다. 92년 태봉파크와 대진그린피아 등이 들어서 아파트단지가 형성됐기 때문에 삼남면의 행정동 가운데 단연 가장 큰 마을이 됐다. 주민들은 거의 인근 회사에 다니는 젊은 사람들이다. 대형할인매장인 농심메가마트까지 들어서 생활풍토는 도심지와 다름없다. 작괘들을 끼고 있긴 하지만 토박이 농가는 48가구에 불과하다.

 작괘들을 앞으로 하고 가천천을 끼고 있는 수정도 383가구나 된다. 새진흥아파트 부일맨션 장백임대아파트 등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괘들, 작하들이 지척에 있는 탓에 토박이들이 남아있어 농가는 58가구가 된다. 벌장과 함께 도시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마을이다. 글 정명숙기자 jms@ 사진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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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상 수남이장이 벚꽃터널이 수남마을의 큰 자랑거리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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