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숨막히는 혈전으로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는 90분이었다. 시종 앞서는 경기를 펼치면서도 골운이 따르지 않아 전반전에 먼저 한골을 먹었을때 온 국민들의 안타까운 탄성은 우리 모두가 한국인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천금같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했을때는 불행하게도 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껴야 했다. 그러다 후반 들어서 안정환의 그 그림같은 동점골은 그런 불안을 모두 씻어주면서 3천만의 함성은 지축을 흔들었다. 아 대한민국,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한.일 월드컵 D조 한국과 미국의 대결이 벌어진 10일 오후 대구 월드컵 경기장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는 붉은 물결이 넘실대면서 뜨거운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온 국민이 하나로 목이 터져라 불러본 대한민국, 그 뜨거운 열기속에 모든 것은 녹아들었다. 이날 대구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 서울 시청앞 광장과 광화문 거리 등 전국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응원인파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울산의 문수경기장과 대공원 그리고 각 기업체 등에서도 많은 시민들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불렀다. 정말 대한민국이 하나가 된 감격적인 하루였다.

 우리는 지나치게 과열된 이번 한.미전에서 행여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스포츠라며 우리 국민들이 냉정을 되찾을 것을 신신당부했다. 인터넷을 통해 또한 곳곳에서 반미 구호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어 정말 무슨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나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다. 믿어지지 않을만큼 모든 것이 질서정연했다. 어느 곳에서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이제 우리는 확실하게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을뿐만 아니라 16강은 물론 그보다 더 나은 성적으로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갖게하는 한.미전이었고 그런 하루였다.

 특히 전반 황선홍선수가 미국팀 선수와 부딪쳐 왼쪽 눈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운동장에서 뛰는 투혼을 발휘하자 응원단은 물론 우리국민 모두는 걱정을 하면서도 황선수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온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한 목소리로 우리는 16강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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