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너무나 많습니다. 작은 관심이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독거노인 무료급식 및 장애인 무료차량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고길호(52)씨. 현재 울산시 남구 야음3동에서 낙지한마당이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고씨는 매달 25일이면 어김없이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한다. 지난 99년11월 식당문을 열면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고씨는 개점 1주년을 맞은 지난 2000년 독거노인 100여명을 모시고 경로위안잔치를 벌인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음식봉양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2년 동안은 단골 메뉴인 낙지볶음이나 불고기낙지(불낙) 등을 준비했지만 이가 약한 노인들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지금은 주위에서 자문을 구해 굴 미역국을 만들어 어른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엔 매달 60여명의 노인들이 식당을 찾고 있다.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내(47)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다소의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봉사활동을 통해 전해지는 진정한 온정의 의미를 알게 되고부터는 아내가 가장 든든한 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일을 한다는 소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식당 손님도 많이 늘었다. 좋은 이미지 덕분에 각종 모임이나 단체예약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을 하는데는 시간과 정성 등 많은 것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진실되게 봉사하면 결국 자신에게 다 돌아옵니다. 봉사를 해본 사람만이 참 기쁨을 알 수 있습니다."
 봉사의 참 기쁨을 알고 있는 고씨는 또 남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차량지원 봉사활동 모임인 "길잡이회"의 회장직도 맡아 어려운 이웃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길잡이회는 회원 15명으로 구성된 자발적 봉사단체로 생활보호대상자들이나 시각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무료로 인근 남구보건소나 병원으로 실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틈틈이 짬을 내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무료로 봉사활동을 펼친다.
 회원들은 매월 셋째주 목요일이면 복지관에 모여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이나 각종 정보를 나눈다. 이들은 또 매달 1만원씩의 회비를 모아 불우이웃돕기 기금을 마련한다. 현재까지 모인 돈은 100여만원. 남구 달동 인근에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전달할 계획이다.
 고씨는 전남 고흥에서 가난한 어촌에서 3남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동생들을 돌보느라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지난 89년 부산으로 와서 막노동과 포장마차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고 10년 전 울산에 정착했다.
 고씨는 "못배우고 못입고 살아온 가난의 고통을 대물림하기 싫어 이를 악물고 살아왔다"며 "이제는 나보다는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을 돌봐야한다는 신념과 하루에 단 한번이라도 좋은 일을 하고 살아야한다는 다짐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우기자 kb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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