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미전은 비록 비긴 경기였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한 승리를 거둔 셈이다. 경기장 뿐 아니라 서울 시청앞 등 전국 곳곳에 운집한 거리응원단 100만명의 물결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질서정연 했고, 반미감정으로 인한 불상사도 없었다.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세계도 놀랐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실로 돌아오면 모든 것은 그대로다. 6.13 지방선거투표일이 내일로 다가오자 각 당과 후보들의 비방전과 금품살포 등 혼탁선거는 극점으로 치닫고 있다. 불법 선거운동 적발에 나선 감시단원들까지도 매를 맞고있는 실정이다. 또 선관위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하다. 가구마다 전달된 선거공보가 개봉도 되지않은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한다. 그만큼 정치무관심, 정치혐오가 뿌리깊다는 얘기다. 선관위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5%선에 그치고 있는데다 부동층 비율이 65.9%에 이른다.

 각 정당은 이같은 예상 투표율을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투표일 차량짝홀제 해제를 둘러싼 논란도 결국은 각 당의 이해득실에 따른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정도로 투표율을 둘러싼 각 정당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이것이 엄연한 정치적 현실이다. 무관심이든 혐오든 정치를 외면한다 해서 정치적 현실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점점더 자신의 의사와는 거리가 먼 상황에 처하게될 개연성이 높다. 온갖 부정과 혼탁,구태에 익숙한 전문 정치꾼,선거꾼들의 활동공간만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하나뿐이다. 온갖 추한 형태로 나타날 막바지 부정,혼탁선거 기도를 부릅뜬 눈으로 감시하고, 번거롭더라도 조금 시간을 할애해 선거공보라도 찬찬히 훑어볼 일이다. 꼭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표를 줄만한 지역일꾼을 점찍어두고,새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제3의 후보들에게도 한번쯤 따뜻한 눈길을 던져주자. 한국팀 응원에 나선 개인 개인은 작았지만 "필승 코리아"를 외친 함성은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한마음으로 한국정치의 변화를 위한 작은 참여에 나서보자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거리에서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을 선거에서도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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