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남(가명·13·중1)이는 체육시간이 싫다. 조금만 움직여도 어지러워서 쓰러지고 만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기 싫어 이를 악물어 보지만 바싹 마른 몸은 휘청거리기만 한다.
 종남이는 어머니가 마음 아파할까 싶어 집에서는 이런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종종 종남이 친구의 전화를 받고 그 사실을 안다. 그러나 아픈 아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다. 혹시 아들이 들을까 부엌에서 몰래 흐느낀다.
 어머니 이명자(가명·36)씨는 요즘 "가난이 죄"라는 말을 뼈 속 깊이 느낀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도 돈 앞에서는 무력했다. 돈이 없어 검사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병이 어떤 건지도 모른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아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스스로 죄인이 된다.
 종남이는 혈액 속의 백혈구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은 "백혈구과다증"을 앓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황달증세를 앓았던 종남이는 자주 머리가 아팠고, 어지럼증을 느꼈다. 많이 먹지도 못했지만 먹은 음식도 토해내기 일쑤였다. 또 무릎의 선천성 골절이탈도 종남이를 괴롭히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두통 쯤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4년 전 우연히 피 검사를 했는데 의료진들이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까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하더군요. 3차까지 검사를 했는데 우리 종남이가 백혈구과다증이라면서 MRI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아버지 전종철(가명·47)씨는 아직도 검사를 못해 주고 있다. 정부보조금 40만원으로 여섯 식구가 생활하는 형편상 검사해 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매달 들어가는 집세 20만원도 2년간 밀려있는 형편에 전씨에게 선뜻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목수일을 했던 전씨는 지난 2001년 작업도중 허리를 다쳐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아픈 아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공사판에 일하러 나갔다가 며칠을 앓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머니 이씨가 생활을 꾸리려 해도 여의치 않다. 이씨도 협심증과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 그나마 주어지는 일은 힘든 노동을 필요로 하는데 몸이 받쳐주지 않는 것이다. 지난 10월께 일을 하다 한차례 쓰러진 이후에는 일자리를 주는 곳도 없어졌다.
 더욱이 전씨 부부에게는 보살핌이 필요한 딸 두나(가명·11)가 있다. 두나는 아동우울증과 자폐,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정신지체 3급 장애아다. 감정은 물론 대·소변도 조절하지 못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교육과 정신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다.
 "한번씩 두나가 그래요. 왜 자기를 낳았냐고. 학교에서 바보라고 놀림 당하는데 왜 낳았냐고. 그래서 두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밉데요. 제가 업보가 많은가 봐요"
 그래도 큰 딸 하나(가명·16)가 있어 큰 힘이 된다. 중학교 3학년인 하나는 공부를 잘한다. 이번 고입학력고사에서도 200점 만점에 188점을 받았다. 과외나 학원수업 한번 받지 못했다. 하나의 꿈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 열심히 공부해 법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에게는 자신의 꿈을 말하지 않고 있다. 동생 종남이 병 검사도 못하고 있는 형편에 자신까지 고집을 부리면 안될 것 같아서 그렇다고 했다. 차비가 없어 집까지 걸어오면서도 어머니에게는 "걸으니까 살도 빠지고 좋다"고 말할 만큼 속이 깊다.
 "한번은 이웃에서 돈 2만원을 쥐어주더라고요. 왠 돈이냐고 하니까 종만이하고 하나하고 야음동에서 걸어오는 것을 봤데요. 어떻게 아픈 아이를 걷게 하느냐고 나무라더군요. 그날 아이들을 많이 혼냈어요. 차비가 없으면 없다고 말이라도 하지". 그때 심정이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어머니 이씨가 이야기하고 있는 중에도 종만이는 피곤한 듯 벽에 몸을 기댄다.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만큼 몸이 약한 종만이는 여동생 두나와 몸무게가 같다. 퀭한 눈으로 연신 무릎을 주무른다. 친구들의 멸시가 싫다는 종만이의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종만이네를 도우려면"〉
종만이가 앓고 있는 "백혈구과다증"은 백혈병으로 악화될 우려가 높습니다. 특히 종만이는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병이 단순한 "백혈구과다증"인지 아니면 더 심한 질환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종만이의 병명을 진단해 향후 치료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지역 종합병원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매월 정부보조금 40만원으로 생활해야 하는 종만이네의 생활고도 심각합니다. 월세를 못내고 있는 종만이네는 내년 6월이면 집을 나와야 하는 형편입니다. 다행히 전씨 부부가 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적당한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전씨 부부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길 경우 도움없이 종만이를 치료하고 싶다고 합니다.
 전씨 부부가 일자리를 구할 동안 곧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하나에 대한 지원도 필요합니다. 혼자서도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얻고 있는 하나를 도와줄 독지가들의 관심이 간절합니다.
 도움주실 분은 대표전화(246·6055, 울산사회복지포럼)와 계좌(예금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번호 경남은행 632-07-0003792)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