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후련한 설욕이었다. 본프레레호의 젊은태극전사들이 정예 멤버로 무장한 전차군단을 무너뜨리고 2년6개월전 2002한일월드컵에서 졌던 빚을 두배로 되갚았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황금날개」 김동진의 선제골과 「본프레레호 황태자」 이동국의 결승골, 조재진의 쐐기골로 고공비행을 이어오던 미하엘 발라크의 프리킥골로 맞선 거함 독일을 3~1로 격파했다.
 본프레레호는 이로써 유럽 강호를 상대로 짜릿한 첫 승리를 거두며 지난 7월 출범 이후 6승3무1패를 기록했고 94년 미국월드컵과 한일월드컵에서 잇따라 패했던 독일과의 역대전적에서 2패 끝에 귀중한 첫 승을 낚았다.
 반면 독일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 출범 이후 4승1무끝에 맞는 첫 패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한국축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월드컵 4강국의자존심을 한껏 일으켜세운 한판 명승부였다.
 해외파 주전멤버를 소집하지 않고 국내파 「젊은 피」만으로 전열을 구성한 본프레레호는 사흘 전 일본을 3~0으로 완파하고 의기양양하게 입국한 독일을 상대로 한국식 압박과 기동력의 진수를 유감없이 과시하며 완승을 일궈냈다.
 또 본프레레 감독의 세대교체 실험이 예상 밖의 뛰어난 성과를 거둬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파란불을 켰다.
 이동국, 김동현, 차두리를 스리톱으로 가동한 한국은 전반 초반 차두리, 박규선의 오른쪽 측면돌파로 공세를 펴기 시작했고 독일은 「중원 사령관」 발라크의 예리한공수조율로 맞섰다.
 포문은 올림픽호 전사 김동진이 시원하게 열어젖혔다.
 김동진은 전반 16분 김상식의 스루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오른쪽 측면을 뚫고 올린 크로스가 독일 수비수 머리에 맞고 페널티박스 외곽 왼쪽으로 흐르자 전광석화같은 왼발 논스톱슛으로 네트를 갈랐다.
 김동진의 슛은 대각선으로 두번 바운드를 튀기며 골문 오른쪽 구석을 파고들어세계 최고의 수문장 올리버 칸조차도 꼼짝할 수 없었다.
 독일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A매치 50경기 출전을 맞은 천재 미드필더 발라크는 전반 24분 미드필더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감아차기로 한국의 오른쪽 네트 구석을절묘하게 갈랐다.
 이운재가 몸을 날렸지만 볼은 야속하게도 손끝에 닿지 않았다.
 1~1로 팽팽한 후반 초반까지 독일은 파상공세를 펴 한국 수비진을 괴롭혔다.
 미로슬라브 클로제가 골키퍼와 1~1로 맞선 상황에서 이운재가 선방을 펼쳤고 케빈 쿠라니의 노마크 슛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독일의 주도권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이동국의 한방으로 단숨에 역전됐다.
 본프레레호에서 7골을 몰아넣고 있던 이동국은 후반 25분 미드필더에서 박규선이 길게 올려준 크로스를 수비수와 다투다 볼이 떨어지자 재빠르게 몸을 돌려 오른발 터닝 발리슛을 꺾어찼고 볼은 칸의 머리를 넘어 독일 네트 오른쪽 상단을 세차게흔들었다.
 독일은 후반 39분 페널티킥을 얻어내 다시 동점을 만들 수 있었으나 본프레레호에는 수호신 이운재가 있었다.
 이운재는 독일 키커 발라크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뚫어보다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네트로 빨려들던 킥을 막아내며 신들린 선방을 펼쳤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41분 문전으로 파고든 교체멤버 조재진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차두리의 크로스 패스를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어 짜릿한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전까지 4승1무로 무패행진을 벌이던 클린스만 독일 감독은 게랄트 아사모어등 가용 멤버를 총동원하며 역공을 폈으나 본프레레호 태극전사들의 기세를 꺾지 못한 채 무너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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