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는 올 연말 너도 나도 우울하다. 택시 기사들도 그렇고 시장상인들도 풀이 죽어 있다. 지금쯤은 문전성시를 이루어야 할 백화점들도 마찬가지로 아우성이다. 성탄을 맞는 캐롤 소리도 울적하게 들리고 그런 캐롤 소리도 흔치가 않다.
 선물을 주고받던 가족이나 친지들과도 "마음만 전한다"며 말로 때우고 지갑을 닫는다. 그래 마음만 전하자. 카드 빛으로 밀려나고 실직으로 쓰러지고, 또 그렇게 모두들 곁에서 떠나 버림으로써 그렇게 무너지고 있는 그런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의 곁을 떠나버린 사람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도 울산에서만 67명이다. 작년보다 11명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10월말 기준이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 모두가 우리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던 결과인 듯 하다. 우리의 여러 가지 활동들이 효과가 없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우리들이 한해 동안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일년 내내 아둥바둥 하였던 모든 일들이 효과 없이 공전하였다는 결론인가.
 성서에 보면 주인이 먼 길을 떠나면서 세 사람의 종에게 각각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주고 갔다. 오랜 날들이 지나 주인이 돌아 왔을 때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았던 종들은 열 달란트와 넷 달란트로 2배로 늘려서 돌려주었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았던 종은 그 돈을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한 달란트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러자 주인은 한 달란트의 종에게 호통을 치면서 내쫓았다.
 "너야말로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쓸모없는 이 종을 어두운 곳으로 내쫓아라". 실패가 두려워 복지부동 하였던 이 종은 삶의 현장에서 헌신하고자 하는 노력도 없었고, 지혜를 동원하여 개선하려는 노력은 물론 없었다는 이야기다.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나태 하였으며 결국은 이래저래 아래위로 눈치나 살피면서 자신의 밥그릇 값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 하였다는 말이다. 그렇게 금년에도 한 달란트짜리 작년 수준으로 재해자가 발생한 사업장들이 150여 개소나 되고, 오히려 작년도의 재해 발생자보다 증가한 사업장들이 50여 개소에나 이른다.
 더 큰 문제는 그런 기업들일 수록 한 달란트짜리 종처럼 자신의 나태와 부진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달란트란 말은 당시의 화폐 단위이지만, 동시에 영어의 "탤런트(Talent)"와 같은 어원으로써, "능력, 재주"라는 뜻이다. 이 말은 곧 능력과 재주를, 다른 이들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신의 뜻이다. 그렇게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능력과 재주를 아껴두었거나 써 보지도 않고 지나치고 말았다.
 "지독하게 운이 없어서 그렇다"고도 하고 "그것이 왜 내 탓이냐"고 항변 한다. "정부의 제도가 잘못되어서""이고 그리고 또 "노동조합이 강성이어서 그렇다"고 단정 짓는다.
 정말 운 탓일까. 그럴 수도 있다. 누군가가 이야기 하였었다. "어차피 인생은 운7 기3"이라고. 그러나 운7이라고 하는 절대적 변수를 제외한 3의 변수는 자신의 역량이요 지혜이며 노력의 변수가 작용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교육에 참석 하라면 부하직원을 대신 보내고, 간담회를 한다 해도 단골로 빠지는 사람들이 대체로 여기에 속한다.
 사고를 내고 나서는 이런 변명, 저런 핑계로 비벼 대면서 다시 되돌아서면 그런 사실마저 잊어버리고 만다. 말하자면 "화장실 갈 때 다르고 갔다 와서 다르다"는 격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2005년 새해의 문이 열린다.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면 새해라 하여 평탄할 것 같지도 않지만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 달란트와 두 달란트, 그리고 다섯 달란트가 있고, 우리에게 그런 책임이 주어진 이상 땅에 묻어 두고서 주인의 눈치만을 살필 것이 아니라 위험을 안전으로 극복하고 부정을 긍정으로 되돌려 놓으면서 최선의 능력과 재주와 달란트를 다하여 어둡게 다가오는 새해를 밝은 새해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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