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주고 받기 운동
 해가 바뀔 때나 명절때만 되면 과도한 선물부담으로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나라 전체가 줄기차게 펼쳤으나 올해는 그 반대로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차원에서 "선물주고 받기"를 권장하고 나섰다. "선물주고 받기"는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이해찬 총리가 얼마전 직접 언급한 것이니 권장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한 것 같다. 이 총리가 이같이 언급한 것은 경직된 소비심리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경제에 활기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선물이라는 것은 자칫 과하면 뇌물로 변질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와 같이 선물이라는 게 양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넘치면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게 선물이다.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는 뜻을 가진 판도라는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판도라의 탄생원인은 제우스의 분노 때문이다. 제우스는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에게 카프카스의 바위에 묶인 채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형벌을 내렸으나 분을 삭히지 못했다. 제우스는 불을 선물받은 인간에게 내린 형벌이자 선물이 판도라다. 엄밀히 말하면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판도라를 보내면서 결혼선물로 준 상자이기도 하다.
 판도라가 그 상자를 열면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惡)이 쏟아져 나와 이로부터 인간은 이전에는 겪지 않았던 고통을 영원히 떨쳐 버릴 수 없게 되었다고 하니 선물치고는 최악의 선물인 셈이다.
 판도라는 호기심에 못이겨 절대 열어서는 안된다는 제우스의 당부(?)를 어기고 상자를 열었으나 질병과 가난, 시기와 증오 등 갖가지 악이 뛰쳐 나오자 깜짝 놀라 황급히 상자 뚜껑을 닫았다. 그나마 희망만은 상자속에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지 않는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서민경제난, 청년구직난과 조기명퇴 등으로 인한 부자(父子)실업, 민생은 내뺑개친 채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 세금문제로 음식점 주인들이 내다 버린 솥단지, 금강산 여행지원으로 문을 닫게 된 설악산 지구, 이라크 파병과 민간인 학살 등등. 판도라의 상자속에서 뛰쳐나온 온갖 좋지 못한 것들이 떠돌았다.
 또 울산에서도 한해를 거슬러 올라 가지 않고 12월 세모만 하더라도 만만찮다. 외국자본인 소버린의 지역 기업인 SK 경영권 흔들기, 국립대 협의 지연, 수능부정과 여중생 집단성폭행사건, 전국공무원노조 관련 시와 구, 시와 정부의 마찰 등등.
 특히 전공노 사태와 관련 정부가 동·북구의 징계관철을 위해 울산국립대 설립협의를 무기연기한 데 이어 울산이 꼭 필요로 하는 56개 사업을 중앙 10개 부처가 똘똘 뭉쳐 범정부적 차원에서 행·재정적 불이익 조치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나눔울산을 통한 나눔문화의 공동체 의식 기반이 확보된 것은 물론 울산시민들의 SK주식사주기 운동, 울산 1인당 소득 전국 최고 등 판도라의 상자속에 희망이라는 게 남아있다는 걸 보여줬다.
 또 전공노 사태와 관련해 지역 국회의원과 박맹우 시장 등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김혁규 상임고문을 비롯한 고위인사와 연쇄회동을 추진하고 있다니 울산시와 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현안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오늘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년에는 모든 일들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110만 울산시민들에게 해줬으면 좋겠다. 희망을 선물받은 시민들이 증오와 시기, 질병 등 모든 악들을 떨쳐버리고 2005년 을유년을 맞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110만 시민들 서로서로 희망이라는 선물을 주고 받기를 희망해 본다. sgij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