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너무 아파요. 공부조차도 마음껏 할 수가 없어요"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지주막 아래에 물이 차 늘 머리가 아프고 어지럼증을 호소, 고통받고 있는 오선영(14·중2)양.
 선영이가 지주막하 낭종이라는 난치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선영이를 키우고 있는 고모(57)는 선영이가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할 때 꾀병이거나 단순한 두통 으로만 생각했다.
 선영이가 한 번씩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을때는 영양부족이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선영이가 자주 고통을 호소하자 인근 병원에서 MRI 촬영을 실시,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고모와 선영이는 날벼락 같은 의사의 말에 정신차릴 여유도 없이 곧 이어 또 다른 난관에 부딪쳐야 했다.
 낭종을 잘라내는 절제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이지만 낭종의 위치가 뇌기저부에 위치해 수술이 어려운데다 합병증 등 위험이 커 당분간 관찰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증세가 악화되면 뇌암항진 등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수술비를 마련하는 것은 엄두도 못낼 뿐더러 수술을 하더라도 위험요소가 커 쉽사리 수술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인지라 고모의 마음은 찢어지기만 할 뿐이다.
 "머리 뒤쪽에서 계속 물통 소리가 나요. 자주 울렁거리고 집중이 잘 안돼요"
 선영이는 3개월 전부터는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공동모금회 도움으로 부산의 한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병원비가 바닥이 나면서 병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통과 어지러움증은 더 심해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두통과 어지럼 증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수술은 고사하고 병원 치료비 조차 없어 고통을 호소하는 선영이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고모는 눈물을 흘리는 것외에는 해줄게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부모가 없으면 나라도 맡아 키워야지하는 생각에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애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가난때문에 암에 걸린 막내딸을 하늘나라로 보냈는데 선영이까지 잃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라고 울먹였다.
 고모와 고모부는 선영이가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던 해에 부모가 이혼하면서 현재까지 북구 양정동 무허가 집에서 선영이와 나영(16)이 두 자매를 맡아 키우고 있다.
 생활고와 가정불화로 어려움을 겪던 선영이 부모가 이혼을 결심, 막내(5)만을 어머니가 데려가고 두 자매는 아버지가 맡기로 합의이혼한 것이다.
 그렇지만 두 자매를 키우기가 버거웠던 아버지는 고모에게 맡기고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문제는 고모 부부도 선영이 자매를 맡아 키울만큼 형편이 넉넉치 않다는데 있다.
 고모부는 청각장애 5급 장애인으로 노동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으나 지난 2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보청기를 해도 잘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됐으며 불편한 몸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에 처해 있다.
 고모 역시 최근 허리 디스크로 몸이 불편한데다 어지럼증이 심해져 단순한 가정일 조차도 버겁다. 특히 고모에게도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이 있어 선영이 자매를 키우기가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선영이 자매는 고모와 같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 매달 20여만원의 생계보조금만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고모 딸이 벌어다주는 60여만원이 고모부 가정의 한 달 수입의 전부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예전에 밭을 일구던 곳으로 천막을 짓고 살다가 최근 동사무소의 편의로 10여평의 무허가 집을 짓고 살고 있는 형편이다.
 6식구가 생활하는데 한 달에 드는 쌀만 40㎏이며 올해는 난방비조차 없어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고모는 "가끔은 나도 사람인지라 답답한 마음에 애들에게 짜증도 부리고 심한 말도 할때도 있었지만 금방 후회가 됩니다"라며 "내가 복이 없어서 그렇다 생각하고 어떻게든 애들을 끝까지 키워낼 겁니다"고 말했다.
 선영이 자매를 보살피는 양정동사무소 허경희 사회복지사는 "선영이 자매가 사춘기여서 한창 민감할 때이지만 그나마 고모가 있어서 애들이 나쁜 길을 걷지 않고 착하게 커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영이는 여느 여중생과 마찬가지로 연예인 동방신기를 가장 좋아하는 꿈많은 사춘기 소녀로 몸은 아프지만 표정이 밝고 교우관계도 원만해 친구들도 많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머리가 아파 공부에 집중이 안돼지만 빨리 병이 나아 마음껏 공부도 하고 뛰어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병우기자 kbw@ksilbo.co.kr

△선영이를 도우려면=선영이는 병원비가 없어 최근엔 아예 병원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MRI 촬영, 투약 등 치료비 300여만원이 예상되지만 형편이 어려워 병의 경과조차 챙겨볼 수가 없습니다.
 수술은 이보다 더 큰 목돈이 필요하지만 낭종의 위치가 뇌기저부에 위치해 있어 합병증이 우려되는데다 위험 요소도 커 수술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러나 위급상황 발생시 생명을 잃을수도 있어 반드시 수술을 해야합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후원금도 줄어 매달 20여만의 생계보조금만으로는 살아가기가 막막합니다. 또 선영이가 거주하는 곳은 하천부지 위에 임시로 지은 집으로 여섯식구가 마음놓고 거주할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도 필요합니다.
 도움주실 분은 대표전화(246·6055, 울산사회복지포럼)와 난치병 학생돕기 "나눔울산" 계좌(예금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번호 경남은행 632-07-0003792)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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