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남·중구와 동구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는 데는 현대예술관의 기여가 크게 작용했다. 현대예술관이 개관하기 전만해도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남·중구민이 동구로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1998년 6월13일 공연장과 전시장을 갖춘 현대예술관이 개관하면서 동구주민들의 문화적 수준이 향상됐을 뿐아니라 남·중구민과 동구주민의 문화적 교류가 절로 이루어지고 있다. 남·중구민은 현대예술관에서 열리는 좋은 공연이나 전시를 보기 위해 동구로 들어가게 되고, 문화적 시야가 넓어진 동구민은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위해 남·중구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현대예술관 1층에 자리한 갤러리는 우리나라의 이름난 작가들의 대형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울산의 유일한 공간. 언제든지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갤러리가 있다는 것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든든하기까지 하다. 개인이 아닌, 대기업이 운영하는 전시장이기 때문에 지역 예술인들에게 전시기회를 대폭 할애하지 않는다는 지역 미술인들의 불만도 많긴 하지만 주민의 입장에서는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갤러리인 것이다.

 현대예술관 로비와 바로 연결된 138평의 갤러리는 전시장 다운 엄정함 대신 열린 공간으로서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관람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일반인들도 전시장으로 들어설 때의 주뼛거림 없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평일 평균 1일 200명, 주말 400~500여명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을 방문하는 국내외 귀빈들도 반드시 들러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 문화예술을 널리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전시장에 연결되어 있는 450평의 로비 전체도 전시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많은 공간과 면적을 필요로 하는 대형 조각이나 설치 작품들도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다.

 개관 이후 평균 한달에 한차례씩 새로운 기획전을 갖고 있다. 파디션을 이용해 전시공간을 가르면 두개의 전시장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최근에는 2인전을 꾸준히 열고 있다. 이근수·이영희전을 시작으로 김보희·박관욱, 남춘모·이영희, 김점선·이춘옥, 김호득·김홍주 등의 2인전을 가졌고 기획전으로는 전국의 판화가 15명이 참여한 "판화로 담는 2000년", 4명의 한국화가 작품전 "산·수-그 넉넉함으로부터", 울산지역작가들의 작품전 "대왕암에서 간절곶까지" 등이 열렸다.

 전시장 담당 박미옥 과장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전시를 지향하기 때문에 전체 전시의 약 90%를 기획, 초대전에 그리고 나머지를 선별적인 대관전에 할애하고 있다"며 "굵직한 국제전의 기획과 국내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명작가의 초대전 등으로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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