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윤이는 축구선수가 꿈이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정신과 몸이 온전하지 못한 장애인으로 태어나 1~2분만 뛰어도 주저앉고 만다. 몸 상태가 이렇다보니 방바닥에서 가장 편하게 앉아 있다는 것이 무릎을 꿇은 소위 "벌 서는 자세"다.
 상윤이는 여러가지 장애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밝고 활달해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다. 신체적 결함만 지적하지 않으면 웬만해선 화를 내지 않는다.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 살고있는 이상윤(14·궁근정초등 6년)군은 여러가지 병을 앓고 있다. "선천성 천추 무형성증"이라는 희귀병과 손발이 다른 신체보다 급격히 빨리 커지는 말판증후군, 안경을 껴도 시력이 0.3에 불과한 선천성 약시 등을 앓고 있으며, 지적수준도 정상인 아이들에게 비해 서너살 뒤지는 정도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는 선천성 천추 무형성증. 척추를 이루는 경추와 흉추, 요추, 천추(골반척추), 꼬리뼈 가운데 천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양반자세나 딱딱한 의자에는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TV를 보거나 밥상에 앉아 공부할 때면 으례히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는다. 척추에 힘이 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인 셈이다.
 성장기여서 현 상태에서는 손을 쓸 수도 없다. 선천적으로 타고 난 장애여서 수술도 쉽지 않지만 신경이 손상당할 경우 하반신 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윤이는 최근 들어 척추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협착 때문에 통증을 자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된 정밀검진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신경협착은 수술시기를 놓칠 경우 자칫 심각한 보행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상윤이 어머니 최씨(46)는 안타깝다 못해 애간장이 탄다. "부모가 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아파하는데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리겠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정밀진단을 받아야 어디서 무엇부터 손을 쓸 수 있을 지 알수 있을텐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가정형편이 막막하다보니 눈물로 지샐때가 많지요.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면 파스를 발라주는게 고작입니다"
 가족들은 상윤이가 가장 잘 적응하는 긍근정초등학교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어머니 친척이 분양을 받은 아파트 상가 2층 5~6평을 얻어 2년째 무료로 지내고 있다. 부엌과 세면대, 신발장, TV, 이부자리 등 모든 살림살이가 단칸방에 있다보니 아무리 정리를 해도 어지럽기만 하다. 그나마 상윤이 누나(17)는 학업성적이 뛰어나 기숙사에 들어가 한숨을 돌린 상태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임대아파트에 입주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800만원대에 달하는 임대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상윤이네 형편이 내리막길을 치닫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 아버지 이씨(47)가 직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하면서부터다. 머리를 다쳐 정신장애 3급을 당한 뒤 보상금 등으로 개를 키우는 사업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수입이 예상되던 3년째 예기치 않았던 독극물 사건이 터져 개들이 몰살했다. 이후 한차례 더 개사육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면서 무일푼이 됐다.
 현재 상윤이네 월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받는 78만원에다 어머니가 운전학원 차량 운행으로 벌어들이는 것이 고작이다. 아버지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힘든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인근 찜질방에서 차량정리 아르바이트를 한달에 3~4차례씩 나간다.
 먹고사는데 급급하다보니 상윤이 수술비를 따로 모으기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초기에는 연간 몇차례씩 서울 종합병원을 찾았으나 경비문제로 그것마저 중단한 상태다.
 상윤이는 집안사정이 이렇다보니 몸 구석구석에서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제대로된 검사조차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한쪽 다리가 약간 짧아 걷는데도 어색하고 하체는 자라는데 상체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탓에 쳐다보기만 해도 안타깝습니다. 겨울철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살고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장기쪽에도 뭔가 이상이 생긴 것 같기는 한데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몸은 자라지 않으면서 손발이 기형적으로 빨리 자라는 말판증후군 증세를 보이고 있다. 몸무게는 37㎏에 불과한데 신발은 260㎜를 신을 정도다. 손가락도 기형적으로 자라 몇달새 몰라보게 손발가락이 길어졌다.
 어머니는 무릎관절염으로 수술까지 한 터라 심한 움직임은 어렵지만 그래도 자신이 쓰러지면 온 가족이 쓰러진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요즘들어 상윤이에게는 한 글자라도 더 가르키기 위해 애를 쓴다. 나중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살아가려면 세상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남들처럼 정상적인 사고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빠듯한 형편이지만 수학과 영어 2과목에 대해 학습지공부를 시키고 있다.
 어머니의 노력 덕분인지 상윤이의 정신지체는 많이 호전됐다. 정상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심한 편은 아니다. 요즘엔 구구단이나 영어단어도 곧잘 외운다. 성격도 좋아 주위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축구가 너무 좋아요. 한번만이라도 마음껏 운동장을 뛰어봤으면 좋겠어요"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상윤이를 도우려면=선천성 천추 무형성증이라는 희귀병 외에도 말판증후군, 선천성 약시에다 장기에도 이상이 있는 징후를 보이고 있어 무엇보다 정밀검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지원도 절실합니다.
 학교나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 지낼 수 있는 맞춤의자도 필요합니다. 이동이 가능하도록 휠체어처럼 고안한 의자로써 앉아도 엉덩이 부분에 압력이 가하지 않도록 임의 제작한 의자가 꼭 필요한 실정입니다.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어머니가 안심하고 지속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 알선도 필요합니다.
 도움주실 분은 대표전화(246·6055, 울산사회복지포럼)와 난치병 학생돕기 "나눔울산" 계좌(예금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번호 경남은행 632-07-0003792)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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