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국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소리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11일 울산시 동구 대송동사무소 2층 문화의 집 민요반에는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앉은 25명의 회원들 사이로 단아한 자태로 중년을 넘어선 여성이 "배띄워라" "강강술래" 등 민요를 열창하고 있었다.
 우리 고유의 소리를 듣거나 배우고 싶어하는 자리가 있다면 어김없이 장구를 들고 모습을 드러내는 김영자(59)씨.
 목소리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전해주는 김씨는 자신의 재능을 사랑과 기쁨으로 승화시켜 나눠주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씨는 10년간 지역내 경로당, 양로원, 상이군경지회 등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판소리와 민요 "봉사"를 펼치고 있다.
 매년 5월이면 어버이날을 비롯해 학교와 경로당에서 개최되는 행사가 많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노인의 날 등 특정한 날 뿐만이 아니라 회갑잔치, 돌잔치 등 각종 행사장을 연중 다니다보면 지칠법도 할텐데 김씨의 얼굴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난다.
 김씨는 "어르신들이 추임새를 넣어주며 흥을 돋궈주면 피로는 말끔히 가신다"며 "남들처럼 돈을 들여 위문품을 전달하거나 육체적인 봉사활동은 못하지만 그 마음을 노래가락에 담아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는 동구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민요반, 울산시노인복지회관, 남구 월봉문화센터에서 수강생들을 상대로 소리와 장구를 가르치며 국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노인복지회관 주간보호센터에서 치매노인 10명을 만나 즐거움을 주면서 부모님에게 못다한 효도를 대신하고 있다.
 특히 월봉문화센터에서는 판소리와 민요를 배우고 싶어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만나 민요를 가르치는 시간은 김씨에게 특별한 의미를 준다.
 김씨는 대중문화에 밀려 전통문화가 시대의 뒤편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현실 속에서 자발적으로 소리를 배우고자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소리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다음 세대로 문화 전수를 통해 문화의 연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김씨는 "시대가 흐르면서 우리의 것이 점차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우리 고유의 음악인 소리를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공유하면서 우리의 것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동구문화원 조복례(여·56) 민요반 회장은 "김 선생님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나눠주려는 분"이라며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찾아 참사랑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년전부터 현재까지 울산의 명창 이선숙 선생으로부터 소리를 배우면서 그 가르침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전통예술진흥회 울산지부 이사를 맡고 있는 김씨는 매년 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적으로 판소리 공연을 개최하는 한편 울산시의 "찾아가는 국악 한마당 행사"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04 울산사회복지 자원봉사대회에서는 울산사회복지협의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씨는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할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인생의 황혼길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어르신들과 소리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생명이 다할 때까지 우리의 소리를 전하고 즐거움을 나눠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병우기자 kb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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