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를 여행하나 재래시장을 찾아보는 나는 이번 울산 방문에서도 제일 먼저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시장상인들의 얼굴에서 그 나라의 경제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 방문중 만난 재래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결코 밝지가 않았다. 쓰러질 듯 위태로운 판자집 같은 모습이었다.
 시장은 각종의 상품을 팔고 사기 위해 시설한 장소로, 상품의 유통이 이루어지는 곳을 말하며 어느 나라든지 시장법을 제정, 운영하고 있다.
 적절한 시장 운영을 통해 정상적인 상업의 발달을 유도, 국민경제의 건전한 진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시장의 개념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재래식 시장을 중요한 상업거래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옛날 한국에는 3일장, 5일장, 7일장이니 해서 지역마다 특색있는 시장이 열렸다. 엿장수부터 시작해 두부, 콩나물, 각종 산나물, 옹기그릇 장수, 또 시장모퉁이에는 국밥집이나 막걸리집도 있어 진정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가교의 장이기도 했다.
시장육성은 국민의 정서를 함양시킨다
 6·25이후 갑작스럽게 도입된 서양문화는 주막집을 "레스토랑"으로, 시장 한가운데의 정자나무는 다방으로 바뀌게 했다.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외국문화가 고유한 재래시장문화를 짓밟아 버렸다는 생각이다.
 재래시장에서 좌판을 놓고 산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총 자산은 몇천원에서부터 몇만원이 고작이지만 할머니가 파는 산나물에는 인정이라는 "덤"이 포함돼 있다.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어류나 육류보다도 시장상인들이 손질한 생선에는 정성과 인정이 담겨져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람사는 맛을 얻을수도 있다.
 한국인의 고유한 인정과 정서를 교환하는 것은 국가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뿐더러 평화로운 국민의 감각과 감정을 향상시켜 주는 보약이 되는 것이다.
 서민들의 경제 향상은 기업인들의 노다지식 번창보다도 국민의 안정된 정서를 가져다 주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까지도 불러 일으켜 주는 것이다.
앞치마 두른 시장, 군수, 대학교수들
 선진국에도 재래시장, 노천시장, 좌판판매시장은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단속하기 보다는 국가기관에서 육성, 장려하고 있다. 국가마다의 고유한 시장문화를 보존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첫째는 서민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국가적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차대전 직후 독일은 잿더미와 시체뿐인 거리였다. 당시 독일인들은 누구나 막론하고 호구지책, 즉 입에 풀칠하기 위해 골목마다 좌판을 차렸고 상품이랬자 잿더미속에서 찾아낸 낡은 옷가지, 꾸부러진 포크, 나이프, 찌그러진 냄비가 고작이었다.
 적은 수익금일망정 좌판상인들은 수익금중 일부를 국가재건에 필요한 세금으로 납부, 잿더미 독일을 현재의 경제강대국으로 만든 기초가 됐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주기적으로 시장이 열리는데 도지사, 시장, 군수, 종교인, 학계요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물건파는 상인이 되기를 서슴치 않는다.
 도지사, 시장이 앞치마와 고무장감으로 무장하고 야채도 다듬고, 생선도 손질하면서 "내 물건 사십시요"를 외칠 때 그들의 모습은 완전한 시장상인이지 공무원들이 아니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공무원들이나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은 민심을 읽게 되고 국민을 위한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공무원들은 시야를 해외로 돌려야 할 때
 선진국의 관광명소가 되고 있는 재래시장을 한국 공무원들은 직접 보고 배워야 한다.
 한국에서의 좌판 상인들은 단속공무원들이 들이닥치면 총재산인 좌판 물건을 그냥 두고 도망을 친다.
 한국에서 시장법을 전혀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시장법을 선진국식으로 따른다면 단속반도 도망치는 상인도 있을 수가 없다.
 선진국의 시장정책을 한국에서 도입할 때는 공무원들은 자연적으로 시장 상인이 될 수 있다.
 쉬는 주말에 앞치마를 두르고 시장에서 무, 배추를 파는 공무원이 있다면 얼마나 멋있는 나라가 될 것인가. 이때 나라가 막강하게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민들이 잘 살고 배가 부르면 나라는 따라서 부강하게 된다. 나라에 대한 불만, 불평도 있을 수 없다.
 독일 함부르크 부두에서는 매주 일요일 새벽 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노천시장이 열린다.
 판매되는 상품들은 전부가 저렴한 야채, 생선, 고물들이다. 하지만 이 노천시장은 6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써 이 시장을 찾기 위해 매주 일요일이면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전 독일주재 명예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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