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귀국, 울산을 방문했을때 H호텔에서 후식으로 나온 배 맛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  외국 생활 40여년 동안 그같이 맛있는 배를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주변에서 그 배가 울산배라고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훌륭한 보물도 남에게 알리지 않으면 알아줄 이 없는데 울산의 그 맛있는 배를 적극 홍보한들 누가 훔쳐가는 것도 아닐텐데 하는 의아심까지 든다.
 동의보감에 배는 주독을 잘 풀어주고 기침과 번열증(몸에 열이 몹시 나고 가슴속이 답답한 증세), 가래를 제거해 주는 약으로 기재돼 있다.
 또 배의 잎을 다려 마시면 갑자기 토하고 설사가 나는 심한 급성위장병에도 특효약이라고 적혀 있다.
 독일에서도 80~90세 이상의 노인들이 기침, 감기, 기관지, 천식에 걸렸을 때 배에서 씨만 빼낸 후 가운데에 꿀과 생강을 넣어 찜통에 넣고 장시간 찐 후 통채로 먹는 자연요법이 널리 확산돼 있다.
 며칠전 경상일보에서 울산원예농협의 울산배 이름짓기 공모내용을 읽고 마감은 지났지만 "얼싸절싸 울산배"라는 브랜드를 항공우편으로 보낸 적이 있다.
 마감기한이 지나고 안 지나고가 문제가 아니라 우수한 울산배를 자랑하자는 뜻에서였다.
 "얼싸절싸"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흥타령의 일종으로, 흥에 겹고 맛에 도취해 행복을 느낄 때 음정·박자 없이 모두가 어깨를 들썩이며 흥얼거리던 민속적인 타령이다.
 타령과 울산배의 진맛을 결부시켜 얼씨구 절씨구를 부르자는 뜻이었다.
 한국에서는 과일이나 농산물을 가공해 장기보존하면서 고부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술개발이 전혀 돼 있지 않는 것 같다.
 농부들이 피땀흘려 가꾼 농산물을 때로는 운반트럭 채 서울에 버리고 간다는 기사를 읽으면 한국의 농림부에는 전문연구가 조차도 없는지 부끄러움을 느낀다.
 선진가공법을 이용, 울산배를 잼으로 제품화한다면 그 소득가치를 본래보다 몇십배는 증대시킬 수 있고 울산의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는데 말이다.
 한국인들은 잼이라면 서양식으로 빵과 같이 먹는 부속음식으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서양인들은 각종 과일을 잼으로 가공한 뒤 우유나 각종 차에 혼합, 보약처럼 복용하고 있다.
 잼은 과일에 다량의 설탕이나 물엿을 넣어 조려서 만드는 장기 저장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부터 시작된 과일가공법으로 그 당시 설탕이나 물엿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나 기원전 320여년 전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를 정복하고 돌아갈 때 유럽에서 가져온 설탕과 인도의 과일을 혼합해 가열한 것을 왕후나 궁중에 선사한 결과 최고로 귀중한 선물이 됐다는 잼의 원천기록이 있다.
 최근 독일에서 개발한 잼의 원료는 순수한 과일종류에서 추출한 당분을 농축시켜 만든 설탕종류이다. 이 원료와 각종 과일을 혼합해 100℃이상으로 가열해 진공포장하면 최고급 보약이 되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서 과일을 먹어 보아도 한국 과일처럼 맛을 느끼지 못한다. 독일인들은 한국 과일맛을 보면 다른 화학물질을 주사하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한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한국과일의 진미를 모르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인 스스로 한국과일을 보물이라고 느끼면서 자랑해야 한다.
 독일은 기후 관계로 과일이나 야채가 많이 생산되지 않는다. 거의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과일이 싼 계절에는 다량으로 수입해 잼으로, 야채는 통조림으로 가공해 몇년씩 보관하면서 먹는다.
 그렇다보니 독일이 이 장기 보존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게 된 것이다. 장차는 전체 농산물에 대한 수입개방 시대가 올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세계 흐름이다.
 그 때 한국의 과일 재배농가는 나무의 뿌리까지 파헤쳐 지는 비극이 올지도 모른다.
 하루 빨리 선진가공법을 도입, 부가가치를 높여나간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물안 개구리식에 그치지 말고 밖을 보는 정신이 필요할 때다.
 해외여행을 가도 무엇인가 나라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어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울산배를 잼으로 가공하는 노하우나 원료가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울산을 향해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얼싸절싸 울산배"를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잼으로 완성시키고 싶다.
 울산배 생산에 헌신하고 있는 농민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 독일주재 명예대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