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발생한 지진해일 때문에 동, 서남 아시아지역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사상자가 40만 명으로 추정되는 100년만의 대재앙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깨닫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을 거두어 가실 수 있으신 분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외신들은 "재앙이 쓸고 간 자리에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희망 없는 고통의 신음만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재앙의 현장은 너무나 비참합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성서를 보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기사가 나옵니다.
 길을 가던 한 사람이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반쯤 죽은 상태로 쓰러져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던 한 사제가 거기까지 왔다가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가 버립니다. 또 다른 사람도 거가까지 왔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가 버립니다.
 그런데 길을 가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그의 옆을 지나다가 그를 보고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 가까이 가서 상처를 치료한 후, 여관으로 데려가서 간호해 주었습니다. 다음날 여관주인에게 자기의 돈을 주면서 간호를 부탁하며 떠납니다.
 예수께서 율법교사에게 묻습니다. "이 세 사람 중에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준 사람은 누구인가" 율법교사는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04년 말미에 입은 재앙의 상처가 2005년에는 사랑의 치유를 받고 있습니다.
 민족과 종교를 떠나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고, 병든 사람을 돌보아 주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세계 곳곳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앙의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삼랑진에는 "오순절 평화의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있습니다. 모두가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은총" 이란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 사연은 다양합니다. 영아로 버려진 아이, 그래서 이 아이의 이름은 마을의 이름을 따서 "오평순" 이라고 지었습니다. 시부모를 모시겠다는 며느리가 있는데 장애자 시누이까지 모실 수는 없다고 해서 집을 나온 장애자 시누이 등등". 하나하나의 사연을 들어보면,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끄러워집니다.
 울산의 중구 성안동에 장애인종합복지관이란 전문기관을 견학한 적이 있습니다. 수녀님들과 직원들 그리고 자원 봉사자들이 장애자들과 한데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러한 시설들은 보조금도 있지만 수도자, 자원 봉사자, 그리고 많은 후원회원들의 정성으로 운영됩니다. 작은 정성이 모여 큰 힘을 이루어 엄청난 사업을 이끌어 갑니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작은 한 부분을 떼어 나누었을 때 이루어지는 놀라운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수도자들과 자원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귀찮아 지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서 기쁨이 흘러넘치고 있음을 봅니다.
 철학자 시몬느 베이유는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자기의 거리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기와 상대방의 다른 점을 사랑하는 것이 참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흔히 사랑은 일치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착각입니다. 중증장애자와 치매환자와 어떻게 일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협력해 나갈 수는 있습니다. 이것이 참 사랑의 모습입니다.
 나에게 찾아온 2005년에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나"만을 위한 삶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착한 이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생각하며 나의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처지에서든 감사하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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