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의사 생활을 하면서 흔히 동료 의사들로부터 목수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목수라는 직업을 폄하해서가 아니라 정형외과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드릴, 망치, 나사못과 같은 도구들이 집을 지을 때 사용하는 것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정형외과라는 분야가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작업을 주로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을 바로 알자면 인체의 뼈는 살아있는 조직으로 무생물인 나무를 다루는 목수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나무를 다루는 정원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정형외과에 대한 의학의 한 분야를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여느 의학 분야보다도 공학이나 다른 기초과학 분야와의 접목이 많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요즘 우리 과학계의 화두가 되어 있는 생명공학과 관련된 기술까지도 정형외과 영역에 응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노령화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공관절 수술은 정형외과 영역에서 그 역사가 이미 수십년 이상 되었으나 관절 내에 삽입한 삽입물의 내구성이 10~15년을 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재료공학의 발달로 관절 면의 재질이 세라믹, 초고중합 폴리에틸렌 등으로 발전하면서 그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었고 최근에는 여기에다 컴퓨터 항해장치 즉 네비게이션을 이용한 수술로 그 정확도가 한층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의사대신 로보트를 이용한 수술까지 조심스럽게 시행되고 있는 단계이다.
 현대 정형외과학에 있어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발전은 내시경의 발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1950~60년대에는 무릅관절과 같은 큰 관절에만 진단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어깨, 손목, 팔꿈치는 물론이고 손가락과 같은 작은 관절이나 고관절과 같은 깊은 관절에도 내시경이 이용되고 있다.
 진단은 물론 절제나 봉합 인대 재건술과 같은 복잡한 치료에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척추수술에도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을 이용해 수술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어 디스크 수술은 물론이고 척추 측만증과 같은 변형교정의 수술에도 이용되고 있다.
 요즘 과학계의 가장 큰 화두는 생명공학이다.
 인간 복제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조직복제나 유전공학을 이용한 각종 단백질의 합성은 이미 정형외과 임상영역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스스로 골조직 합성을 유도하는 인간 골형성 단백질이나 다양한 골대치물들은 이미 상용화되어 각종 척추 수술과 골절 수술 등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기초과학과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받는 분야 중의 하나가 의학이라고 불수 있고 정형외과도 그 예외는 아니며 결국 그 직접 혜택은 환자들에게 가는 것이 된다.
 로보트가 대신하는 수술, 컴퓨터를 이용한 네비게이션 수술, 골절을 붙이는 아교, 형상기억합금, 생체 흡수성 내고정물 등이 이미 21세기 정형외과학 영역에 이용되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는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퇴행성 관절염과 허리 디스크와 같은 질환들이 정복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