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부모님에게 불효를 저지른 죄를 씻을 때까지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1급 시각장애인 윤태군(51·남구 달동)씨의 소망이다. 이 소망은 윤씨가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이 매달 나가는 봉사활동에 참가, 안마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여느 학생들처럼 평범했던 윤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실명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체육대회 때 씨름을 하다 눈을 다친 윤씨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병원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2년이 지나 실명했다.
 학교 생활이 불가능해진 윤씨는 자퇴를 하고, 틈틈이 집안 농사일을 돕다 지난 1974년 부산시각장애인협회가 운영하는 특수학교를 이수해 안마사자격증 취득했다.
 이후 인천 등지에서 신발가게와 레코드점을 운영해 돈도 벌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자신의 실명으로 크게 상심했을 부모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다시 가난해졌을 때 이미 부모는 세상을 뜨고 없었다.
 윤씨는 지난해 9월부터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이 한달에 2번씩 펼치는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지만 받은 도움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는 취지에 기꺼이 의기투합했다.
 전문 안마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회원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이유없이 몸이 아픈 노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고 윤씨는 말했다.
 윤씨는 북구어르신보호센터, 작은마을노인요양원, 도담도담주간보호센터, 은빛단기보호센터 등 복지관에서 실시한 봉사활동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차비를 들여 나가는 봉사활동인데다 안마라는 노력 봉사이기 때문에 힘이 부칠 때도 많다. 노인 한명을 시원하게 안마하는데 보통 20~30분. 서너명 안마를 해주고 나면 힘들고 지치기 일쑤다.
 윤씨는 그러나 "노인들이 너무 고맙다고 손을 놔주지 않을 때마다 힘이 생기고 보람도 느낀다"며 "노인들을 볼 때마다 몇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현재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윤씨는 5년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정도로 생활이 어렵다. 잇단 사업 실패 이후 지난해부터 개인 사무실을 차려 놓고 다시 안마사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손님이 많이 줄어 수입은 많지 않다. 불법 안마시술소로 오해하고 꺼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후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윤씨는 안마와 시각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씨는 길을 가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만날 때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집으로 데려가 안마를 해주고, 음료수나 과일이라도 내놓아야 적성이 풀린다.
 윤씨는 남몰래 독거노인이나 요양시설의 고장난 TV와 장롱도 고쳐주곤 한다. 이전에 배웠던 전자제품 수리 기술이 요긴하게 쓰일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봉사에 있어서 시각장애인의 한계가 없음을 그야말로 몸소 실천하고 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